나이 탓인지 곁에 있는 지인들이 어느 날부터 생과 이별을 하고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있다. 마음 한견이 아프고 시리지만 어쩔 도리 없다. 그건 우리 모두 가야 할 길일 진데 어느 누가 그 길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오로지 하늘에 계시는 신만이 관장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별의 아픔이 있기에 생이 더 절실하고 간절하고 애달프다.
세상을 살아 내면서 내 곁에서 세월을 같이 했던 사람의 이별 소식에 마음이 아프고 쓸쓸해 오는 것은 피 할 방법이 없다. 더욱이 멀 정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하루사이 세상을 떠나는 걸 보면서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과연 살아있는 생명체가 맞는지 실로 충격이다.
가까이 살고 있는 지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늘 고마웠다. 언제나 바느질 솜씨 좋은 그녀는 나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었다. 살아 있을 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딸에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만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직은 젊고 활기찬 나날을 보냈던 사람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니, 내가 살아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허망했다. 고맙다고 말 한마디 해 주지 못하고 떠나보낸 지인,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그 일이 있고 나서 깨달았다 고마움을 표현할 사람을 찾아 감사한 마음을 전하자.
어제는 지인 중에 연세가 많으신 분에게 안부를 물었다. 사는 것이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부도 묻지 않고 사는지, 내 부끄러움을 꺼내여 채찍질하듯 반성을 해 본다. 죄송한 마음에서다.
전화받는 목소리는 물에 젖은 천 마냥 무거운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전해 온다. "저는 00에요." 한참 만에 느린 반응이 들려온다. 나이란 사람에게 많은 걸 빼앗가 간다. 귀도 잘 안 들리고 인지 능력도 자꾸 떨어진다. "어떻게 지내시는 지요? 자주 안부 드리지 못했어요." 목소리를 가만히 들은 후에야 나를 알아보았다.
살면서 늘 마음 안에 빚진 듯한 분이었다. 예전에 봉사활동도 같이 해 왔고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어 부탁하며 해결도 잘해 주셨다. 나이 들어가면서 같이 연관된 일이 없으면 사람관계는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옛정을 잊고 살면 안 되는데 사람을 챙기고 사는 일이 쉽지 않다.
얼마 전 아내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하나뿐인 아들도 하늘로 보냈다. 곁에 함께하는 피붙이는 손자뿐이지만 도움도 없이 홀로 살고 계셔 외롭고 아픈 분이다. 예전에는 화려했던 젊은 시절도 있었건만 나이 들고 아프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노년이 되면 건강하고 곁에 마음을 의지 하는 사랑하는 짝이 있는 삶이 제일이다.
남편과 가끔 식사도 하시고 지내왔지만 어느 날부터는 모든 관계를 정리라도 하듯 그것마저 멈추었다. 곁에 사람들과도 정리를 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려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김치도 담가 보내고 반찬도 좀 챙겨 주었지만 나도 나이 들어가면서 자꾸 힘들어 그것도 멈추었다.
나이 든 노인의 삶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순간 어떻게 될지, 하룻밤 잠을 자다가 세상과 작별하는 일도 드문 드문 주변에서 보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가야 하는 길, 그렇지만 죽음이란 말은 잠시라도 잊고 기억에서 밀어내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이다. 언제나 희망의 끈을 붙들고 살고 싶은 마음이 인간의 속성인 듯하다.
"이 회장 그동안 고마웠어요. 서령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더라도 작품 활동 열심히 하시고 굳건하게 잘 사세요." 마지막 유언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 말에 마음이 울컥해 온다. 한때 남편과 여러 지인들과 등산도 다니고 삶을 나누었던 분이다. 내 삶을 많이 응원해 주셨던 분.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초월한 담담한 목소리다. 원망과 섭섭함을 다 버린 듯한 초연함. 많은 날 얼마나 본인의 삶을 뒤돌아 보았을까 싶다. 노년의 아름다움이란 모든 일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에게 양보할 수 있는 너그러움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연세가 많으신 어른은 자기의 삶을 현명하게 마무리하는 건 아닐까. 그 어른이 해 주신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살면서 이별연습이라도 해야 할지, 주변에서 곧 떠날 지인들 생각에 마음이 아파온다.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그날 자취를 낱낱이 살피고 혹여 내 중심적인 일로 누구에게 섭섭한 말을 하지 않았나 살펴본다. 또는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생각하고 후회를 하는 일도 있다. 거듭거듭 나를 뒤돌아 보면서 너머지 삶을 잘 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