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Aug 23. 2020

병원 생활 일주일 돌아보기

떠도는 마음에 귀 기울이다

생로병사는 삶이다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건의 목록을 적어보자.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는 병원에 입원할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이다. 물론 삶에서 여러 사건 사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병원에 가야 할 일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내 건강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동안 몇 번 통원을 하며 의료 상담을 받다가 막상 생애 처음으로 입원을 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명료했다. '생로병사는 삶이다.'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나는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있다. 특별히 점검 목록을 만들지 않아도 챙겨야 할 것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입원을 한다니, 준비물도 생각 거리이다. 입원 수속을 위한 병원의 안내문을 보니, 내용이 상세하다.

 

입원 시 준비 물품 안내: 신분증 지참, 보호자 침구, 치약, 칫솔, 비누, 물통, 컵, 실내화 등 (수저는 병원에서 제공)

 

  나는 분명히 신분증 지참에 대한 안내를 받았는데 당일에는 지갑을 집에 두고 병원 카드와 신용 카드 두 가지를 챙겼다. 물론 병원에서 안내한 준비 물품과 스마트 폰, 충전선, 노트북과 충전선, 책 두 권, 물휴지, 보온에 도움되는 겉 옷 상의를 챙겼다. 서둘러 병원에 들려 입원 수속을 하는 데 신분증이 필요했다. 집에 있는 식구에게 연락을 해 운전면허증 이미지를 카톡으로 보내게 했다. 그런데 병실이 문제였다. 1인실만 있다는 것이다. 나는 1인실보다 2인실을 선호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1인실에 입실했다.


병원 생활은 마음 수련 프로그램이다


  몸의 건강이 마음의 건강이다. 병원 생활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낙상'과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병원 생활을 하다가 복도에서 넘어지거나, 침상에서 떨어질 수 있다. 욕실에서 세면을 하다가 피로가 누적되어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다. 일주일을 살아 보니, 종아리의 근육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 내 복도나 밖의 공원을 산책했지만 수시로 혈압을 체크하는 등의 간호 업무로 침상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 템포 늦추자. 이참에 느긋하게 전신의 건강을 체크하는 데 관심을 갖기로 했다. 바쁜 일상을 살면서 언제 몸의 건강에 신경을 쓰고 이렇게 긴 시간을 투자했던가? 마음을 달리 먹자. 성급함과 조바심을 내려놓고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선택했다.'속도'를 인식하지만 민감하게 대응하지는 말자.


  상황을 통제하려고 애쓰지 말자. 모든 일상을 예측하고 싶은 마음이 대표적으로 통제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입원 생활에 다소 불합리가 있더라도 민감하게 대응하기보다, 지혜롭게 상황을 풀어보려고 했다. 상대방의 입장을 취해보기, 문제 상황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져보기, 한 발 뒤로 물러나 생각하기,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는 메타인지를 작동시키기가 유용한 생각 도구이다.


  공원을 산책하자. 세끼 식사를 마치고 가능하면, 밖으로 나가 산책했다. 밖이 아니더라도 실내 복도를 천천히 몇 바퀴 도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산책은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 했다. 시원한 그늘 밑에서 명상을 했다. 폐 구석에 있을지도 모르는 마취가스를 끄집어내기 위해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니 정신이 맑아졌다.


기억에 남는 학습, 전화위복


  전화위복은 늘 있다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CT)을 해야 하는 데 혈당이 높게 나왔다. 이 검사는 방사능에 반응하는 물질이 포함된 조영제를 정맥에 주사한다. 악성 종양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부위가 노랗게 보인다. 따라서 악성 종양을 진단하고 병기 결정과 치료에 대한 반응을 평가하는 중요한 검사이다. 이 검사의 필수 조건은 혈당이 150 mg/dl 이하여야 한다. 전날부터 혈당이 높게 나왔다. 당일 간호사는 물을 2리터 정도 마시면서 계속 움직이라고 권했다. 나는 병실을 나와 병동을 한 바퀴 돌고 복도 구석에 있는 탕비실에서 찬물 두 컵을 마셨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아마 25차례를 반복한 것 같다. 혈당이 185에서 157로 떨어졌다. 좀 더 돌았다.

 

  이제 검사받을 시간이다. 간호사가 보이질 않아서 혈당 체크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맘속으로 150 이하일 것으로 장담했다. 그러나 악몽처럼 검사실에서 168이 나왔다. 검사 불가이다. 결국 오후에 다시 진행해서 마무리했다. 그러나 찬물을 많이 마신 탓에 오후 검사를 하러 가기 전에 배탈이 났다. 모든 것을 내려 보냈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PET-CT 검사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몸을 완전히 비우는 것이다. 대소변이 남아있으면, 정확한 영상을 얻기 어렵다. 결과는 좋게 나왔다. 특이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이다.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


  예측할 수 없는 생활은 심리적으로 불편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입원을 했을 때 가안이라도 기본 일정을 도표로 만들어 환자에게 제공한다면, 마음이 편하고 위안받을 것이다. 입원한 목적과 목표는 분명한데 이에 대한 의료 행위가 어떤 일정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처음 입원하다 보니 불편함이 크다. 옆 침상의 환자는 불편을 마음에 담는 편이다. 자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의료인에게 말을 못 하고 속으로 끙끙댔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경험과 심정을 말했다. 아울러 대변자가 되길 부탁했다.


  일상과 병상의 차이는 마음의 조급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은 신속하게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와 달리 병상은 의료 행위가 일어나기 위한 조건들이 갖추어졌을 때 일어난다. 예를 들면, 채혈 검사 시간을 정하고 CT촬영을 할 수 있는 가능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상황을 가정한다면, 환자가 입원하는 날부터 필요한 검사에 대한 일정을 병원 관련 담당자가 미리 확정해 두면 어떨까? 과연 불가능한 일인가? 입원을 안 하면 모든 계획이 백지화되고, 수많은 대기자들의 시간을 뺏는 것이니 비용일 수 있다. 마치 잘 알려진 식당에 식사 예약을 하고, 후에 노쇼를 하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쉽게 단정하기에는 논의되어야 할 것이 많겠지만, 관점의 차이인 것 같다. 공급자 중심이냐 아니면, 환자 중심이냐.


  마지막으로 불편했던 사항은 골수검사이다. 입원해서 여러 검사를 통해 몸의 다른 기관으로 전이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골수검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지금 검사를 하면 치료가 진행되고 난 후의 경과를 비교 분석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하지만 이 검사 지표가 전이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정보 값을 갖는다는 것인가? 의학지식은 부족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검사를 받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내과에서 일정을 잡아 둔 것이라고 한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골수검사는 비용이 백만 원 단위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배경에는 처음부터 어떤 검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환자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앞으로 경험할 의료행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공감에 기반을 둔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공감 소통'은 의료 행위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간호사가 주사를 놓기 전에 '따끔할 것입니다.'라고 환자가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돕는 것과 같다. 의사 중에는 입장을 바꾸고 공감 대화를 하는 분도 몇 분을 보았다. 이와 달리 정보 전달식, 심하게 표현하면 통보식의 대화를 하는 경우도 보았다. 좀 달라졌으면 한다. '환자 중심의 의료 시스템 운영과 의료 행위', 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사의 글


  의료인의 업무 강도가 높다. 높은 수준의 사명의식을 요구하는 전문 영역이라고 느꼈다. 의료는 숭고한 일이다. 나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애쓴 의료진 모두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주임 의사에게 감사하다. 무뚝뚝했지만, 자기 소임을 다하는 전문가이다. 담당 간호사에게 조그만 선물을 했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친절했다.  이외에도 일정한 간격으로 혈당을 체크해  간호사, 혈압과 맥박을 체크해준 간호사, 수액과 포도당  등을 교체하며 챙겨준 간호사, 간호행정을 총괄하는 수간호사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다. 간호사는 ‘백의천사 맞다. 지금은 근무복이 각양각색이지만, 그들의 일하는 모습과 표정에서 쉽게 확인할  있다.  병원의 밥맛이 좋다.




작가의 이전글 전신마취 첫 경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