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마음에 답이 있다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차분하게 대응하자!
병원으로 갔다. 나는 짝과 같이 갔지만 병원 내에 함께 들어가는 것에 반대했다. 요즘 대형병원도 코로나 19로 감염의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나 스스로 당면한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데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대중 매체에 소개된 사례나 주위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집 안에 환자가 생기면 삶이 힘들어진다. 서로 얽히고 얽히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인간적인 의도와 위안이 지속되기 힘든 경우를 많이 본다. 그래서 부득이 도움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스스로 할 수 있다면, 독립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짝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겠지만, 나는 기본적인 도움만을 받는다. 예를 들면, 집에서 병원까지 차량 지원을 받는 것이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짝이 도움을 주겠다면 그 정도는 수용한다.
오늘은 담당 의사를 만나기 2시간 전에 작은 것 3통의 채혈을 마쳤다. 종양 내과 담당 의사를 두 번째로 만나는 시간이 다가왔다. 상담실 앞에 있는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다음이 내 차례이다. 그런데 한 젊은이가 간호사에게 자기 아버지의 심각한 사태를 말하며 도움을 청한다.
"간호사님, 저의 아버지가 지금 위험해요. 아버지가 림프종으로 입원 중인데요. 온몸으로 전이가 되셨어요.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어요. 피를 토하고 정신도 못 차리십니다. 병동에서는 지금 조치를 취할 것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퇴원하면 어떻게 되지요?"
"그럼 조직 검사는 하셨나요?"
"아니요. 지방 병원에서 하지는 못하고 서울 가서 하라고 그곳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여기서도 조직 검사를 하면 보통 2주 정도 후에 결과가 나와요. 림프종은 시간이 걸러요.”
"그럼 어떻게 하지요?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봐 주실 수는 없나요?"
"알겠습니다. 교수님께 말씀을 드릴게요. 기다려 보세요."
간호사는 상담실로 들어갔다. 내 차례이지만 기다려야 했다. 나는 상담시간이 가까이 올 수록 최종 결과가 궁금했다. 초초함도 커졌다. 그런데 옆의 젊은이 사정도 딱하다. 상황도 위급하다. 그러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잠시 후 간호가 나왔다.
"오늘 오후 6시에 회진하실 때 들려 보시겠다고 합니다. 그때 말씀을 나눠보실래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 마음은 감사로 가득했다.
청년은 서둘러 떠났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10분 정도가 지나도 '진료 중'이라는 안내판에 내 이름이 뜨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의 결과를 보고, 담당 의사가 치료계획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일까? 뭔가 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일까? 마음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조바심을 하는 데 드디어 이름이 나타났다. 나는 상담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입원을 마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입원하시면서 검사도 다 마치셨고, 결과도 다 나왔습니다."
"골수검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결과에 대해서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종합적인 결과는 어떤가요?"
담당 의사는 컴퓨터 화면에 나의 PET-CT 촬영 사진을 띄워 놓고, 환부를 가리켰다. 몇 가지 질문을 주고받았다. 이어서 그는 후속 치료계획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이는 없고 림프종은 턱 밑 부위에만 있습니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만 받으시면 됩니다. 방사선과로 연결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방사선 치료를 받는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것은 지금 알 수 없습니다. 방사선 쪽에서 환부에 대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환부에 따라서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합니다."
"환부를 치료하기 위한 디자인을 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방사선 쪽으로 일정 요청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하고는 두 달 후에 만나시죠. 길게는 5년 경과를 봅니다. 처음에는 자주, 후에는 1년 정도 간격으로 확인합니다."
"네 상세한 안내 말씀 감사합니다."
천만다행이다
나는 그동안 궁금했던 사항들에 대한 질문을 했고, 만족할 만한 답을 얻었다. 첫째, 림프종의 전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입원한 후 알았지만, 골수 검사와 수술을 통한 조직 검사의 결과를 몰랐다. 그래서 '전이가 없다'는 의사의 최종적인 판단은 마음의 위안이었다. 림프종이 100 가지가 넘는다고 했다. 내 경우는 어떤 림프종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안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둘째, 방사선 치료만을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항암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은근히 걱정했다. 식사 문제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 변화가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암 치료를 피하고 싶었다. 따라서 방사선 치료만 받으면 된다는 의사의 최종적인 판단은 감사, 그 자체였다. 오전에 진행한 채혈의 혈액검사 결과가 모두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실을 나와 가족과 형제, 친구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염려해준데 대해 감사를 전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치료 계획이 전개된다. 가슴을 조리며 병원을 찾을 때 느꼈던 긴장이 모두 풀렸다. 이제 내가 할 것은 이번 치료 계획을 잘 실천해서 완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는 병원에서 집까지 걷기로 했다.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그동안 미루었던 산책을 하기로 했다. 새로운 의지가 솟았다.
떠도는 마음의 핵심은
신뢰할 수 있는 최종 진단을 알고 싶은 것이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자
입원하고 PET-CT와 기존의 결과를 통해 전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후속 검사들을 멈췄어야 했다. 어떤 간호사는 3~4일 입원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과로 보면, 퇴원하는 날 골수검사를 제외하고 추가 검사 계획이 없었다. 아무런 추가 검사도 없이 3박 4일을 보내고 퇴원하는 일이 발생할 뻔했다. 나는 이러한 일정 관리를 부정적으로 봤다. 차라리 이런 상황이라면, 조직검사를 하자고 요청했다. 그리고 결국 수술을 통한 조직검사를 했다. 어쩌면 불필요한 것일 수 있다. 전이도 없다고 나타났는 데 골수검사를 왜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과정을 통해 무엇이 옳다 그르다는 생각에 묶이지 않기로 했다. 확실하게 전이가 없음을 판단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결론은 전이 없다. 방사선 치료로 한다.
두 결론을 통해 조직 검사와 골수검사가 사실상 필요 없는 의료 행위였다고 추론된다. 왜냐하면, 전이가 없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를 해도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침으로 조직 검사를 했지만, 추가로 수술을 통한 조직 검사를 하는 이유는 림프종을 확인해서 항암 치료를 할 때, 치료제를 맞춤형으로 제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제공한다. 골수 검사는 항암 치료가 혈액 등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방사선 치료를 한다면, 이러한 정보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입원 중반부터 상황을 보는 병실의 의료진과 나의 견해에 차이가 있었다. 환부가 몸에 미치는 전체 영향을 본다면, 모든 검사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전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이후 의료 행위를 생각하면, 결론 이후에 일어난 것은 불필요한 것이다. 경우의 수를 놓고 보면, 환부와 관련된 검사를 모두 하는 것은 잠재적인 불씨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간 투자와 비용 관계없이 나는 후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이렇게 끝났다. 방사선 치료 이후의 계획에 대해 미리 물어봤다. 예상되는 검사는 PET-CT와 혈액검사라고 한다. 나는 의료 지식은 없지만, 지금까지 의사결정을 위한 진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을 보면, 이해가 된다. 꼼꼼하게 묻고 확인하는 것은 내 마음의 편안을 위한 것이다. 의료진을 신뢰하며 후속 치료를 성공적으로 완결하자. 내 몸의 수술 흔적은 삶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