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Sep 20. 2020

맥락적 경청, 왜 필요한가

떠도는 마음의 사용법

흥미로운 동물의 세계 2015년 5월 18일 자 뉴욕타임스, 과학란을 보니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새들이 내는 소리를 다른 동물들이 듣는다는 것이다. Greene의 연구에 따르면, 새가 내는 경고의 소리를 다람쥐가 듣고 반응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자연의 소리로만 들리지만, 동물들에겐 위험상황을 알리는 소리일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떤가? 경고의 말인데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도 그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말을 잘 들을 수 있을까?


맥락적 경청은 완전한 대화를 만든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려면,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람 오늘도 또 그 말하네", "결론부터 말하지 왜 말이 많아요?" 등과 같이 생각한다면,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청을 잘하려면 주의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대화할 때 주의를 어디에 기울이느냐에 따라 경청 수준이 결정된다. 자기 내면에 집중하는 경우 자기중심의 경청이다. 이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음은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는 상대방 중심의 경청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경청은 나와 상대방이 나누는 대화의 맥락을 읽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맥락적 경청 context-based listening'이라고 이름 붙였다(이석재, 2014. 141쪽).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겠지? 내 마음 알지?"

"그걸 말이라고 해?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대화는 서로 말하는 내용의 의미를 공유하면서 그 공유의 면적을 키우는 것이다. 서로 나눈 대화의 의미가 완전한 교집합을 이루었을 때 대화는 완성된다. 이러한 수준의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맥락적 경청이 있어야 한다.  


경청은 섬세한 기다림이다


  자연의 변화에는 경계가 불분명하다. 봄이었는 데 여름이 되었다. 분명히 여름이었는 데 어느 날 가을이 되었다. 왜 그럴까? 자연의 변화는 사람들의 섬세함을 키워 준다. 섬세한 만큼 자연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섬세함은 기다림이다. 기다리지 않고는 섬세함을 키울 수가 없다. 자연과 대화하고 싶으면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타인을 이해하려면 섬세해야 한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맥락적 경청을 하려면 섬세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효과적인 경청


  나는 전문코치로 활동하면서 경청 listening 중요성을 알았다. 듣는  hearing 아니라 상대방과 의미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경청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집중한다. 상대방의 말과 음색, 어조, 상대방의 표정, 감정 표현, 상대방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 나아가 대화가 이루어지는 맥락에 주의를 기울. 대화의 맥락을 기반으로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뜻을 이해한다. 대화의 맥락을 놓치면, 상대방의 속마음을 잃는다.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상대방으로부터 오는 정보들을 점점 깊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 어떤 생각을 는지, 어떤 입장인지, 어떤 걱정이 있는지,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이해하고 공감한.  상턔에 몰입하다 보면, 상대방의 표정과 감정 상태와 비슷한 체험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러한 체험에 호기심과 직관, 질문을 덧붙인다.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을까?  감정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한 대로 그대로 질문을  본다. 대화의 맥락에서 느껴지는 공감을 기초로  경청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활성화하고 촉진시키는 열쇠이다.


  상대방에게 경청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방법 

  상대방과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치기, 고개를 끄덕이기, 상대방의 말을 요약하기/부연하기, 상대방의 말에 담긴 중심어 keyword를 반복해서 말하기,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을 따라 하기(미러링, mirroring), 상대방의 의도를 읽고 말로 표현하기, 공감하고 표정이나 말로 표현하기, 대화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경청을 방해하는 것들

  잡생각, 딴생각,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거나 듣는 척하기, 듣고 싶은 것만 듣기(선택적 경청 selective attention), 자기중심의 경청, 다른 사람 또는 특정 시기와 비교하며 듣기,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평가/판단/비교 분석하기, 상대방의 말을 바로 잡으려고 하기, 조언이나 충고를 하면서 듣기, 지레짐작하면서 듣기, 특정 가정을 한 상태에서 듣기, 상대방이 말을 마치면 할 말을 준비하며 듣기, 흘려듣기, 상대방의 말을 자르거나 끼어들기, 듣기보다 논쟁과 언쟁하기


적극적 경청의 역기능


  칼 로저스 Carl Rogers가 주창한 내담자 중심의 심리치료 client-cetered therapy는 적극적 경청 active listening을 중시한다. 그는 심리치료사가 내담자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듣고 이러한 사실을 상대방이 알도록 하고 상대방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이해하였는지에 대해 피드백해준다면, 치료의 효과가 강력할 것으로 주장한다. 내담자가 존중받으며 판단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하도록 대화 환경을 조성한다. 내담자가 감정적으로 격양되거나 감정에 압도되어 있을 때, 그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내담자의 감정은 차분해지고, 이전보다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담자가 자신을 지지받고 싶은 그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심리치료사는 적극적 경청뿐만 아니라 감정관리, 분노 관리, 학습 불안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킬과 관련 학습을 해야 한다.

 

  생각해 볼 문제는, 적극적 경청이 단순히 스킬이 아닌 일종의 "철학"같이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Carl Rogers의 글을 참고해 보면,

 

"all anybody needs is for someone to really listen to them and a 'self-actualising principle' inside them will then manifest itself and sort all their problem out." (Abnormal Psychology, 1988, p. 193)

 

  최근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우울증을 가진 내담자의 경우 심리치료사는 경청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지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담자는 우울한 감정의 상태에서 빠져나오기보다는 오히려 더 그 상태에 빠진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어주는 것은, 우울함이라는 상자 밖으로 그를  끄집어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히 우울함의 상자 속에 가두기 때문이다. 내담자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상담이든 심리치료든 적극적 경청 스킬은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

 

  적극적 경청 그 자체가 만능이 아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깊이 있게 체험하도록 안내하면서도, 체험하고 있는 감정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맥락적 관점이 한 예이다. 이를 통해 감정이 갖는 풍부한 의미와 시사점을 이끌어 내도록 도와준다. 감정의 상자에 묶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상자 밖에서 자신의 감정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알아차림에 대한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