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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Sep 22. 2020

생애 첫 방사선 치료

떠도는 마음에 귀 기울이다


두툼한 고정용 마스크가 얼굴을 덮었다. 목과 쇄골의 일부를 가렸다. 마스크에는 눈과 코 부위만 구멍이 있다. 의사는 치료 중에 숨을 셀 수 없는 경우 붉은색 버튼을 누르라면서 투박한 버튼이 있는 장치를 내게 주었다. 순간 긴장감이 느껴졌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몸의 긴장을  풀었다. 눈을 감았다. 숨을 길게 들이켰다. 그리고 천천히 내쉬었다. 나는 지금부터 신세계로 간다. 침상은 머리부터 둥근 튜브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윙윙 소리와 따다닥 소리가 섞인 묘한 기계음이 왼쪽에서 다리로 이동하더니 오른쪽 귀까지 올라왔다. 다시 반대로 이동하더니, 이내 몇 번을 반복한다.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나는 편안한 마음을 갖고자 긴 호흡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방사선의 첫 느낌


  방사선이 조사되고 있는 것 같다. 제일 먼저 목젖 있는 부분에 칼칼한 느낌이 왔다. 통증은 아니지만 계속 자극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다음 목구멍에서 새로운 자극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떠돌았다. 외계인들이 인간을 납치하여 우주선으로 데리고 간 후 인간의 뇌를 스캔하던 어떤 영화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이후 상세한 영화의 내용은 모르지만, 나는 뇌가 털리고 기억을 빼앗긴다고 생각했다. 묘한 소리 때문인 지는 몰라도 뇌가 멍해지는 것 같았다. 드디어 소리가 서서히 약해지고 큐브 안으로 들어갔던 몸이 밖으로 밀리듯 빠져나왔다. 눈에 불빛이 들어오고 의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끝났습니다. 몸을 일으켜 세우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고, 상의를 입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치료를 받을 때 머리에 썼던 '고정용 마스크'가 옷장의 옷들이 걸려 있듯이 벽 한 켠에 진열되어 있다. 저기 어디에 내 것이 있을 것이다. 처음 본 야릇한 공간이다. 마치 영화에서 벽에 나란히 걸린 의족, 데드 마스크, 두상의 조각, 가면무도회에서 사용하는 화려한 마스크 등이 연상되었다.


"방사선을 조사할 때 머리 전체를 하나요? 아니면 이 부위만을 하나요?"


  나는 턱 밑을 가리키며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방사선이 제대로 조사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뒷정리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며 내 질문에 대답했다. 나는 의사가 진지하게 대답하는 지를 확인하려는 듯 그의 얼굴을 연신 쳐다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더 했다. 그는 친절하게 내 질문에 모두 응답했다.


"환부에 조준해서 조사합니다. 이 치료실에서는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 점은 담당 의사가 말씀하실 겁니다. 화요일마다 면담할 때 가능한데, 이번 주는 없고 다음 주에 면담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초반이라서 치료 경과를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한 두 개의 질문을 더하고 치료실을 나왔다. 치료가 매일 진행되기 때문에 오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남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병동 출구로 갔다. 멀리 커피숍이 보였다. 정신도 차릴 겸 커피를 하기로 했다. 커피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왔다. 가을의 맑고 푸른 하늘, 청량한 공기는 병원을 들어갈 때 느낀 것과 같았다. 손에서 따듯한 커피가 가을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공간 감성 즐기기
병원을 나설 때의 루틴, 커피 한잔하기


  병원 앞 작은 공원의 숲 속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이 커피 집의 커피 향과 맛이 좋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한 모금 커피를 입에 넣었다. 커피 맛을 느끼려는 순간 목에서 연한 자극이 왔다. 커피를 삼키는 데 통증은 아니지만, 불편한 자극이었다. 이번 한 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방사선 조사만으로 입안이 영향을 받은 듯했다. 두 모금을 마신 후 뚜껑을 덮고 일어섰다. 한 시간 동안 산책을 하며 짝과 만나기로 장소에 가야 한다.


  짝을 만나 집으로 가는 길이면 들리는 커피숍이 있다. 그 집에서 신맛이 나는 커피를 마신다. 오늘은 아무래도 추가로 커피를 마시기 어렵다. 처음 산 커피를 반 정도 마셨을 때 더 이상 마시는 것은 목을 너무 자극한다고 생각했다. 짝은 방사선 치료를 받고 한 시간 산책은 무리인 것 아니냐고 물었다. 병원 근처에서 20분간 걷고, 치료를 받은 후 1시간을 산책하는 것에 대해 염려를 했다. 나는 치료가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그때 짝의 차를 타기로 했다.


  사실 나는 오늘 어떤 느낌을 갖게 될지 몹시 궁금했다. 내 생애 처음 받아보는 방사선 치료이며, 완치를 위한 첫걸음이다. 내 몸에 변화를 만드는 날이다. 나는 그 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방사선이 조사되는 부위 주변을 넓게 의료 크림을 두세 번 발랐다. 방사선을 후유증을 잘 관리한다면, 올해 안으로 완전히 이전 상태를 내 몸을 되돌려 놓을 수 있다. 삶은 늘 새로움으로 채워진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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