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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Oct 05. 2020

자기 수용의 현실적인 의미

떠도는 마음에 귀를 기울이자

요즘 림프종을 치료하고 혈당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종양 전이가 없다는 것이다. 전이 여부는 생과 사를 예단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전이가 있었다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전이가 없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 웃으며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치료의 내용이 명확하고, 범위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기 전에는 림프종의 속성과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종양내과 전문의는 림프종의 종류가 100가지 이상으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림프종의 종류와 진행 정도를 알면 치료 방법도 구체화되고 맞춤형이 된다. 그 후 병원에 입원하고 여러 검사를 받으면서 전이가 없고 종류가 지연성 림프종으로 판명되었다. 더 세부적인 림프종을 규명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 방사선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맞춤형 항암주사를 맞아야 한다면, 림프종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속성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기 수용을 방해하는 요인


  치료 과정에서 직면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이어지는 생각과 느낌이 다르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내가 림프종 환자라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알렸을 때, 많은 분들이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셨다. 그들의 상황 인식의 근저에는 암이라는 사전 인식이 있다. 우리는 암에 대한 사전 정보와 통념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가정도 한다. 암은 질병 중에 주된 사망 원인이다. 통계청이 2018년 사망원인과 사망률을 보면, 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순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1.6배 높다.  


  이렇다 보니 암 환자라는 사실은 극히 위험한 상태로 본다. 이러한 사실은 직면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근거가 된다. 우리는 이 정보를 근거로 가정을 쉽게 한다. 가정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겠구나', '앞으로 여생이 짧겠구나', '앞으로 생활방식이 이전과 달라야 한다'라고 가정한다. 대인관계에서 이러한 가정을 겉으로 드러낼 수 없지만, 상대방의 언행에서 추론할 수 있다. 내가 암 환자가 되기 전을 돌이켜 보면, 나도 비슷한 가정을 쉽게 했던 것 같다.


자기 수용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


  나는 현실을 수용하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 암에 대한 통념과 가정이 자기 수용을 방해하는 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자기 수용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강점과 약점, 재능, 가치를 인식하고 불완전성마저도 인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나는 내 생각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전문코치로 활동한 경험과 이번 병치레를 하면서 탐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 인식이 깨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과 타인, 환경을 객관적으로 지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선을 밖으로 둘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을 향하는 자기 성찰의 활동이 있어야 한다. 자기 인식은 자기와 타인을 포함한 환경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기본적인 의식 활동이다.


둘째,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대한다. 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자기 자신에 관대하며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기대하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정신 상태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


셋째, 주어진 삶의 환경에 직면한다. 자기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에 하나는 자기 자신과 환경의 관계이다. 삶의 환경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두려움과 공포를 직면하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때 환경의 부정적인 측면을 자기만의 어려움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떠도는 마음 분석


  자기 수용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에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었다. 마음이 떠돌았다. 의미 있는 생각을 따라가 보았다.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ㅇㅇ하지 말아야겠다.'는 내용이다. 더 이상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행동하는 것을 멈춰야겠다는 것이다. 멈춘다는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주도적으로 선택한다는 뜻이다. 더 이상 소유하려고 애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택이다. 나는 왜 그동안 해오던 삶의 행동양식을 멈추기로 선택한 것일까?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은 내가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거부하고 저항했던 것이다. 성공적으로 실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떠도는 마음속 생각을 "나는 (       )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다시 표현했다. 몇 가지 기억에 남은 것을 정리해 보면, 이런 것이다.

  

'나는 일에 묶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ㅇㅇ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갖는 공통점은 원하는 상태가 있는데, 현재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하는 상태와 현재 상태의 간극을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각각의 떠오르는 생각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각론에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총론으로 보면, 자기 수용의 기준이 완화되었다. 현실의 삶에서 내가 멈추려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면, 자기 수용의 폭은 점점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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