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보통 15일 출장으로 전국을 돌며 찍었던 특집 프로그램
차 많지 않고 인심 야박하지 않았던 시절
1989년
한 겨울 촬영은 돼지 삼겹살 30인분과
땅속 깊이 묻어둔 동네 포기김치 몇 개 얻어와
버려진 집 슬레이트 지붕 주워 은박지 깔고
긴 겨울밤 오들오들 떨며 촬영하는 스텝과 연기자를 위해
한쪽에서는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웠다.
긴 겨울밤은 유난히 허기졌고 다닥다닥
소리 내며 타는 장작불 위 익어가는
삼겹살 냄새가 칠흑같이 어두운 논두렁에 퍼질 즈음
삼겹살 드세요 ~
우렁찬 팀 막내의 소리에 일제히
모닥불 주위로 달려들어 온몸 녹이며 삼겹살과
푹 익은 김치를 폭풍 흡입했었지
익선동 지나는 길 삼겹살 내음에~~ 그리움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