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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벌고 평생을 빌리러 다녔다

by 참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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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평생을 일하며 살았고,

누군가는 평생을 고개 숙이며 살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버는 삶'에 집중하지만,

그 뒤편에는 '빌리는 삶'이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누구는 돈을 벌었고,

누구는 시간을 빌렸고,

누구는 마음을 빌렸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끊임없이 빌리고 되돌려주는

인간적인 순환 속에 있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청춘을 빌려

가족을 지탱했고,

아버지는 아이들의 웃음을 빌려

고된 하루를 버텼습니다.

한 사람의 노동은 가족의 하루를 일으켰고,

그 하루는 또 다음 날을 살아갈 힘이 되었지요.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돈을 벌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엔 마음을 빌려야 합니다.

위로가 필요할 때는 말 한마디를,

버티기 힘든 날엔 누군가의 존재를,

이유 없이 서러울 땐 잠깐의 눈물을 빌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마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 조용히 기대어 살아갑니다.

벌고, 빌리고, 또 나누며.


그렇게 하루를 지나고

한 계절을 건너고

결국은 한 생을 살아냅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이 고단했다면

그건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많이 빌려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을, 손을, 어깨를.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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