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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갇힌 노년_2

희미해지는 존재의 이유, 끊어진 세상과의 연결

by 참새수다
혼자라는시간.jpg


혼자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더 깊은 고통을 준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았지만, 퇴직 후에는 그 연결고리가 하나둘 끊어져 나간다.

정년퇴직한 직장 동료들은 각자의 삶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고,

동네 이웃들은 젊은 세대와의 생활 방식 차이로 인해 쉽게 가까워지기 어렵다.

자녀들 역시 제 삶을 살아가느라 바쁘고, 그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쉽사리 연락하기도 망설여진다.


점차 세상과의 접점은 줄어들고, 나는 작은 방 안에 갇힌 존재가 된다.

스마트폰 속 뉴스나 드라마만이 유일한 바깥세상과의 연결 통로가 되어 버린다.

한때 북적였던 명절이나 가족 모임은 이제는 형식적인 행사가 되어 가고,

그마저도 나를 위한 자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누구와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내 안의 답답함을 토로할 곳조차 없다.

이 깊은 "고립과 단절" 은 나를 잊혀진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삶은 점점 더 작은 원을 그리며, 그 원 안에 나 홀로 갇혀 버린 듯하다.


가장 비참한 것은, 삶의 이유가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누군가를 위해, 어떤 목표를 위해 달리던 과거의 열정은 찾아볼 수 없다.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무력감이 온몸을 감싼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의미를 찾기 힘들고, 그저 하루를 버텨 내는 것이 목표가 된다.

햇살이 창문을 비추어도, 그 빛은 나에게 따스함이 아닌 외로움을 더할 뿐이다.

낡은 사진첩을 들춰 보며 찬란했던 과거를 회상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에 홀로 남겨진 듯, 나는 정지된 삶 속에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노인과의 대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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