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문턱에서 길을 잃다
황혼의 문턱에서 길을 잃다
인생의 황금기라 불리던 시간들이 빠르게 저물고, 마침내 ‘퇴직’이라는 두 글자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 순간, 우리는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내 그 자유가 어떤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정기적인 소득이 끊긴 시니어의 삶은 아름다운 노을이 아니라, 먹구름 낀 하늘을 닮아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텅 빈 시간이다.
젊은 시절에는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 시간'이었건만, 이제는 그 시간이 공허와 불안을 안겨 준다.
한때는 존경받던 직장인이었고,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었지만, 이제는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처럼 느껴진다.
친구들은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자녀들은 각자의 삶을 사느라 여념이 없다.
고립감은 짙은 안개처럼 시야를 가린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돈이 부족하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기본적인 생활비, 의료비, 심지어 손주들에게 줄 용돈마저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갑을 열 때마다 주저하게 되고, 젊은 시절에는 당연하게 누리던 작은 사치마저 꿈같은 이야기가 된다.
때로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마주하기도 한다.
"왜 저렇게까지 살까?"라는 질문이 마음을 찌른다.
자존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한숨은 늘어만 간다.
경제적 어려움은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성취와 지위는 온데간데없고, 현재의 자신은 무능하고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은 아닌지, 사회에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한다.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은 우울감과 절망감으로 번져 간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