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늘 건강하시고 편안하세요
달력의 마지막 장이 얇게 떨립니다.
거리에는 붕어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맴돌고,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며 종종걸음을 재촉합니다. 2025년이라는 시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쫓기듯 지나온 시간을 되감아보곤 합니다. 무언가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찬바람처럼 스며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무사히 이 겨울에 당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안도하고 싶습니다. 나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이름들을 떠올립니다.
때로는 낡은 외투 주머니 속 핫팩처럼 뜨겁게, 때로는 묵묵히 서 있는 가로등처럼 은은하게 제 삶을 비춰준 당신들이 있어 2025년을 건너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나눈 대화들, 함께 마신 커피의 온기, 말없이 건넨 눈빛들이 모여 제 삶의 나이테를 만들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저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부드러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이 닿을지 모를, 이름 모를 당신에게도 안부를 묻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간 어깨, 식당에서 마주친 낯선 미소, 혹은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우연히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모르지만, 같은 시대를 호흡하며 각자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낸 당신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의 그 성실한 하루들이 모여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곧 2026년이라는 새 이름의 해가 떠오릅니다.
새해라고 해서 갑자기 세상이 천지개벽하거나, 우리의 삶이 드라마처럼 바뀌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월요일은 피곤할 것이고, 가끔은 사람 때문에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거창한 '대박'이나 '성공'을 기원하기보다, '무탈함'을 빌어주고 싶습니다.
별일 없이 흐르는 하루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우리는 압니다. 밥 잘 챙겨 먹고, 밤에 잠 잘 자고, 가끔 올려다본 하늘이 예뻐서 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그런 여유가 당신의 2026년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나쁜 일은 바람처럼 스쳐 가고, 좋은 일은 햇살처럼 스며들기를.
내가 아는 당신도, 내가 모르는 당신도, 부디 아프지 마십시오. 몸도, 그리고 마음도 다치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새로운 해가 밝아옵니다. 당신의 몫으로 마련된 따뜻한 빈 의자에,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주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부디,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