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를 선택한 당신에게

'고독'이 아닌 '고유'

by 참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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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짙은 정적이다. 센서등이 툭 하고 꺼지는 그 찰나, 세상의 소음은 차단되고 오로지 나만 존재하는 시공간이 열린다.

예전에는 이 침묵이 두려워 텔레비전 볼륨을 높이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곤 했다. 텅 빈 방의 공기가 외로움이라는 무게로 짓눌러오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 고요함이야말로 나를 다시 채우는 가장 사치스러운 재료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혼자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지 않는다. 바야흐로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홀로서기란 단순히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드는 물리적 독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기분과 취향을 책임지는 태도를 말한다.


나는 이것을 '품격 있는 홀로서기'라 부르고 싶다. 누가 보지 않아도 나를 위해 가장 예쁜 그릇을 꺼내 식탁을 차리는 마음 같은 것 말이다. 배달 용기 뚜껑을 열어 대충 때우는 끼니와, 정갈하게 차려낸 1인분의 식탁은 그 맛의 깊이가 다르다.


스스로를 귀한 손님처럼 대접하는 연습. 그것이 품격의 시작이다. 낡고 늘어난 티셔츠 대신 촉감이 좋은 라운지 웨어를 입고, 내가 좋아하는 향의 인센스를 피워 공간의 냄새를 바꾸는 일.

이런 사소한 의식들이 모여 자존감의 근육을 만든다. 타인에게 향해 있던 안테나를 접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비로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운 '고독(Solitude)'의 시간이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를 만나는 '고유(Uniqueness)'의 시간이어야 한다.

주말 오후, 쏟아지는 햇살 아래 읽다 만 책을 펼치거나, 늦은 밤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와인 한 잔을 기울이는 순간. 그 밀도 높은 행복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나만의 것이다.

물론 혼자 사는 삶이 늘 낭만적일 수는 없다. 아플 때 서럽고, 무거운 짐을 옮길 때 막막하며, 가끔은 사무치게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혼자 잘 서 있는 사람만이 타인과도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다. 나의 결핍을 타인이 채워주길 바라는 관계는 위태롭다. 내가 나로서 온전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는 짐이 아닌 곁을 내어주는 나무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혼자라면, 그 시간을 마음껏 즐기기를 바란다.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리듬으로 걸을 수 있는 자유. 그것은 어른에게 주어진 가장 근사한 특권이니까.

오늘 밤도 나는 나만의 동굴에서 평온하게 잠들 것이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또다시 온전히 나로 살아갈 하루가 선물처럼 놓여 있을 테니까.


혼자여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여서 자유로운 당신 2026년도 편안하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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