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는 뭐 먹어요?"_7편

by 참새수다

"암 환자는 뭘 먹지 말아야 해요?"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그 질문 속에는 어떤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 간이 되지 않은 맑은 채소 국, 유기농 현미밥, 이름도 낯선 건강 보조 식품들. 마치 수도승처럼 절제된 식단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환자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뭐든 먹었다. 아니,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병원 밥은, 미안한 말이지만 내게는 고문이었다. 밥차가 복도 끝에서 덜그럭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조건반사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그 특유의 냄새가 있다. 대량으로 쪄낸 밥 냄새, 식어가는 국에서 올라오는 미지근한 비린내, 소독약 냄새와 뒤섞인 반찬 냄새. 그 느끼하고 비릿한 공기가 병실 문틈으로 스며들 때쯤이면 나는 도망쳤다.

링거대를 질질 끌고 휴게실로, 복도 끝으로, 밥 냄새가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었다. 밥차가 병실을 지나쳐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는 기다렸다.


식사 시간이 지나고 병실이 다시 고요해지면, 나는 침대 밑 깊숙이 숨겨두었던 나의 '진짜 식량'을 꺼냈다. 편의점에서 사 온 붉은색 컵라면과 햇반이었다.

암 환자가 컵라면이라니. 의사 선생님이 알면 기절초풍할 노릇이고, 보호자들이 보면 혀를 찰 일이다. 하지만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살고 싶었으니까.


커피포트의 물이 끓어오르고, 스티로폼 용기 안으로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피어오르는 그 자극적인 향기. 그제야 막혀있던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퉁퉁 불은 면발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햇반 하나를 툭 털어 넣어 말아먹었다.

먹고 나면 여지없이 신호가 왔다. 위장이 요동치고 식도가 타들어가면,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먹은 것을 게워냈다. 변기를 붙잡고 눈물 콧물을 쏟으며 속을 비워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속을 다 비워내고 세수를 하고 나오면, 나는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토해서 텅 빈 속을 채우기 위해 또다시 국물을 떠 넘겼다.


사람들은 영양 주사가 있으니 괜찮지 않냐고 묻는다. 천만의 말씀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링거를 맞아도, 혈관으로 들어오는 영양분은 배를 채워주지 못했다.

한국인은 밥심 맞나 보다_ㅎ

배 속에 무언가 묵직하게 들어차는 포만감이 없으면, 몸은 거짓말처럼 식은땀을 흘리고 사시나무 떨듯 후들거렸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영양제는 그저 생명을 연장하는 연료일 뿐, 나를 살게 하는 '밥'은 아니었다.

그때 내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단 하나였다.


'죽을 때 죽더라도, 배는 부르게 죽자.'

배고픈 채로 죽는 건 너무 서러울 것 같았다. 앙상하게 말라비틀어져서, 배가 고파 허덕이며 눈을 감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먹었다. 위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음에도, 다행히 내 식욕은 살아있었고 목구멍은 음식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어떤 이에게는 고작 인스턴트 라면 한 그릇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절 나에게 그 한 끼는, 죽음의 문턱에서도 놓지 않았던 가장 원초적이고 뜨거운 삶의 증명이었다.


오늘도 나는 잘 먹는다. 그것이 나를 살게 했음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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