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

대한민국 시니어의 벤 휘태커를 꿈꾸며 (영화 "인턴)

by 참새수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 벤 휘태커는 일흔의 나이에 패션 스타트업의 인턴으로 입사합니다. 그는 전화를 받는 법도, 노트북을 켜는 법도 낯설어하지만 특유의 정갈한 슈트 차림과 여유로운 미소로 젊은 동료들 사이에 스며듭니다. 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수십 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몸소 익힌 '사람을 대하는 법'과 '상황을 조망하는 지혜'였습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주변의 어질러진 것들을 정리하고, 위기에 처한 CEO 줄스에게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그 따뜻한 어른의 모습에 위로받으며, 우리 곁에도 이런 멘토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사실 우리 대한민국에도 벤 휘태커와 같은 잠재력을 가진 이들이 도처에 숨 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시계는 영화보다 훨씬 냉혹하고 빠르게 흘러갑니다. 평생을 일터에 바치며 자식들을 키워내고 국가 경제의 기틀을 닦았던 우리 시대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60세 전후로 정년이라는 벽에 부딪힙니다. 아직은 몸도 마음도 충분히 현역으로 뛸 준비가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들에게 너무나 이른 은퇴를 권유합니다.


그들이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노하우와 숙련된 기술,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통찰들이 단지 '나이'라는 숫자에 가려져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너무나 큰 손실입니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여전히 일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들은 많지만, 이들을 품어줄 그릇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이제 늙어가는 경험이 '낡은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임을 인정하는 사회적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영화 속 벤처럼 시니어의 지혜와 청년의 열정이 한 공간에서 섞일 때, 조직은 단순히 효율성을 넘어 인간적인 품격을 갖추게 됩니다. 시니어 인턴십이 단기적인 복지 정책이나 공공 근로의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멘토링과 컨설팅이 가능한 '전문직 인턴십'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젊은 CEO의 패기 뒤에 숨겨진 불안을 보듬어줄 수 있는 여유, 갈등이 생겼을 때 조용히 중재할 수 있는 세련된 처세술은 오직 시간을 견뎌온 사람들만이 줄 수 있는 선물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제2, 제3의 벤 휘태커가 멋진 슈트를 차려입고 다시 출근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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