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프리미엄'이라는 계급장을 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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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수다


유튜브 화면 위로 낯선 장면이 튀어 올랐다. 내가 클릭한 영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불쑥 끼어든 광고, 그 소란스러운 등장이 당혹스러웠다. "어, 이게 뭐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프리미엄 회원이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폰 앱에서 19,900원이라는 거금을 꼬박꼬박 헌납하다가, PC로 결제하면 5,000원이 더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14,900원의 세계로 환승했었다. 유튜브 뮤직은 거의 듣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영상 앞의 그 짧은 기다림을 지우기 위해 매달 치킨 한 마리 값을 지불해 오던 터였다. 늘 비싸다고 투덜대면서도 습관처럼 유지해 온 그 '프리미엄'의 세계가 무너진 것이다.


범인은 유효기간이 만료된 신용카드였다. 카드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자동 결제가 튕겨 나갔고, 나의 멤버십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그다음이었다. 며칠간 카드 정보를 갱신하지 않은 채, '일반인'의 신분으로 유튜브를 켰다. 광고가 나왔다. 5초, 4초, 3초...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건너뛰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짜증이 나거나, 영상의 흐름이 치명적으로 끊길 줄 알았는데, 잠깐의 기다림은 영상 시청에 그리 크게 방해되지 않았다.


문득 14,900원이라는 숫자가 새롭게 다가왔다. 1년이면 18만 원에 가까운 돈이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 돈을 지불해 왔던가. 듣지도 않는 음악 서비스와, 고작 몇 초의 기다림을 삭제하는 대가치고는 꽤나 무거운 금액이었다는 사실을, 강제로 결제가 끊기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편리함이라는 명목하에 관성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었던 셈이다. 광고가 나오는 그 짧은 찰나,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는 그 틈이 오히려 나에게 '잠시 멈춤'을 선물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프리미엄으로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크게 나한테 불편하지 않았다 종일 보는 것도 아니고 오리혀 홀가분함으로 다가온다. 매달 14,900원의 고정 지출을 막아낸 나는, 이제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을 본다. 때로는 불편함이 돈보다 가치 있을 때가 있다. 나는 오늘부터 프리미엄이라는 무거운 계급장을 떼고, 기꺼이 5초를 기다리는 느긋한 시청자가 되기로 했다. 불편해진 것이 아니라, 자유로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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