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온전한 새것은 없기에

모방이라는 씨앗에서 피어나는 창조의 꽃

by 참새수다
세상에 오리지널은 없다.jpeg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오리지널은 없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은 이해와 부정 사이를 오가는 묘한 아리송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새벽녘 문득 떠오른 기발한 아이디어에 심장이 쿵쿵 뛰며 "이건 세계 최초야!"라고 외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설렘을 안고 검색창을 두드리는 순간, 나의 그 '혁명적인 생각'이 이미 수십 년 전, 혹은 수백 년 전 누군가의 고뇌 끝에 탄생한 결과물임을 확인하고 좌절했던 경험은 비단 저만의 몫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는 나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문장을 노트에 적어 내려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흔히 '최초'라는 타이틀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입니다. 남이 이미 한 것은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스로를 가두곤 합니다. 하지만 "창의성은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오래된 격언을 곱씹어 봅니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선대의 유산을 먹고 자랐고, 혁신적인 기술 또한 과거의 실패와 성공을 자양분 삼아 싹을 틔웠습니다. 태양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자유로운 창작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진정한 창조란 빈 캔버스에 존재하지 않는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색을 나만의 시선으로 배합하여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보라색을, 혹은 독특한 질감의 회색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남이 한 것'이라는 이유로 주눅 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남은 콘텐츠들을 경외심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되, 그 위에 나만의 보폭과 호흡을 얹는 것, 그것이 바로 재창조의 미학입니다. 기존의 것을 분석하고 해체하여 나의 경험과 감성이라는 필터로 다시 걸러내는 작업은 단순한 복제가 아닌, 또 하나의 거대한 창조입니다. 누군가의 문장에 나의 숨결을 불어넣어 다시 탄생시키는 그 멋진 일을, 우리는 기꺼이 즐겨야 합니다. 모방은 부끄러운 훔쳐보기가 아니라,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한 가장 단단한 디딤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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