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감아도 괜찮습니다
종일 모니터의 푸른빛과 책 속의 활자 사이를 유영하다 보면, 어느새 눈꺼풀 안쪽에 미세한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듯한 이물감이 찾아옵니다. 뻑뻑하게 마른눈을 억지로 깜빡이며 시계를 보면, 벌써 하루가 이만큼이나 소진되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그토록 치열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던 걸까요. 쏟아지는 정보와 업무,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활자들의 홍수 속에서 정작 나를 지탱하는 가장 감각적인 기관인 '눈'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충혈된 눈으로 창밖 어둠을 응시하다가, 문득 우주를 유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지구 밖, 그 광활한 어둠 속에서 가장 밝은 별을 응시해야 하는 NASA 직원들의 시력 관리법 말입니다.
그들이 시력 2.0을 유지하는 비결이 거창한 첨단 기술이 아니라,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행동이라는 점이 묘한 위로를 줍니다. 눈동자를 굴려 허공에 자신의 이름을 천천히 쓰는 일,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여 메마른 점막을 적시는 일, 그리고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따뜻한 물줄기에 1분간 눈을 맡기는 일. 어쩌면 그 행위들은 단순한 안구 운동을 넘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나'를 확인하는 의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공에 내 이름을 쓰며 나의 존재를 상기하고, 눈을 감고 온수에 기대어 세상과의 연결을 잠시 끊어내는 그 짧은 1분. 그 멈춤의 시간이 있기에 그들은 다시 맑은 눈으로 별을 보고 우주를 탐구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저도 오늘은 모니터를 끄고 욕실로 향해 따뜻한 물을 틀어보려 합니다. 흐릿해진 시야가 다시 선명해지길 기다리며, 눈 위에 내려앉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싶습니다. 뻑뻑한 건조함은 어쩌면 이제 그만 좀 보라고, 잠시 눈을 감고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몸의 신호일지도 모르니까요. 여러분은 오늘 하루, 혹사당한 당신의 눈에게 어떤 휴식을 선물하고 계신가요? 쏟아지는 업무 속에 파묻혀 정작 소중한 눈빛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밤은 따뜻한 온기로 여러분의 지친 눈가에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자기 전 내 이름 열 번 써보기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