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임의 미학, 『믹스(Mix)』

by 참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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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는 안도감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라.” 이 명제는 종종 창작을 업으로 삼는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 무거운 족쇄가 되곤 합니다. 하얀 모니터 위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때, 우리는 오히려 길을 잃습니다. 하지만 이미 해는 떴고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기묘한 해방감이 찾아옵니다. 진정한 창조란 무(無)에서 유(有)를 끄집어내는 신의 영역이 아니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두 세계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파열음을 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낯선 것들의 충돌이 빚어내는 연금술

브랜드 보이 안성은의 저서 『믹스(Mix)』는 바로 이 ‘충돌’에 관한 매혹적인 보고서이자, 마케터들을 위한 철학적 지침서입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섞으면 쉬워진다”라는 저자의 간결한 문장이 단순한 기술적 조언을 넘어, 복잡한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처럼 다가옵니다. 우리가 소비하고 감탄하는 세상의 모든 매력적인 콘텐츠들은 홀로 고고하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뒤섞이고, 융합하며 전혀 새로운 종(Species)의 의미를 탄생시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사례는 ‘믹스’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나 어설픈 짜깁기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그것은 A와 B가 만났을 때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날지 꿰뚫어 보는 안목, 즉 ‘편집의 미학’에 가깝습니다. 흑과 백이 섞여 회색이 되지만 그 회색은 흑백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오묘한 깊이를 지니듯, 섞임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은 재료가 된 원형들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전율은 바로 내가 가진 평범한 경험들이 타인의 낯선 시선과 섞일 때, 비로소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창조자’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세상에 널린 아름다운 조각들을 수집하고 재배열하는 즐거운 ‘편집자’가 되어야 합니다. 떡볶이와 로제 소스가 만나 새로운 미각의 세계를 열었듯, 곰표 밀가루가 패딩 점퍼와 만나 유쾌한 반전을 선사했듯 말입니다. 나의 일상, 내가 읽은 책, 내가 겪은 실패들이 세상의 흐름과 섞이는 그 지점에서 혁신은 시작됩니다. 결국 차별화란 남들이 보지 못한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일이며, 이 책은 그 연결의 기술을 가장 직관적인 언어로 우리에게 속삭여 줍니다.


당신의 믹스는 무엇입니까?

책을 덮으며 문득 내 주변을 둘러봅니다. 책상 위의 차가운 노트북과 따뜻한 커피, 창밖의 도시 소음과 내 안의 고요함. 이 모든 이질적인 것들이 섞여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라는 시간을 만들어냅니다. 2026년, 인공지능이 답을 쏟아내는 시대에 우리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여전히 ‘맥락 없는 것들을 엮어내는 힘’ 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은 무엇과 무엇을 섞어,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시겠습니까. 섞임은 본능이고, 그 결과는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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