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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계산인 홍석경 Aug 01. 2023

[돌로미티 #5] 트레 치메 하이킹(2)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웅장한 하이킹 코스였다

돌로미티 알프스 하이킹의 첫 코스로 트레 치메(Tre Cime)를 선택하였다. 7월2일(일) 이른 아침, 숙소에서 나와 호텔의 야외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스코다(SKODA) SUV를 몰고 트레 치메로 향했다. 해발고도 기준으로, 코르티나 담페초 (1224m)와 트레치메 하이킹의 출발지인 아우론조 산장(2230m)의 딱 중간 높이에 미주리나 호수(1754m)가 있다. 미주리나 호수 끝자락에서 200m쯤 북쪽으로 더 가면 시야가 확 트인 너른 공간이 나타나는데(캠핑장과 공용 주차장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트레 치메로 올라가는 산길이 시작된다. 산길이 좁은데다 S자로 계속 휘어져 있어서 관광 성수기에는 교통 경찰이 오전 9시부터 개인차량 출입을 통제하였다. 우리는 차를 도로 옆 빈터(임시 주차장)에 세워두고 버스로 옮겨타야 했다.

사진 1. 미주리나 호수 끝자락에서 트레 치메 방향으로 200m 쯤 이동하면 이처럼 시야가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왼쪽이 공용 주차장이고, 오른쪽이 캠핑장이다.

공용 주차장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티켓을 구입하고, (관광 성수기에) 15-20분마다 오는 버스를 타고 S자형 산길을 올라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에서 내렸다. 우리는 1.7km 떨어진 라바레도 산장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트레 치메 하이킹이 시작된다.

사진 2.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에서 라바레도 산장으로 이동하는 길 주변 풍경.  저 앞쪽(남쪽)에 삐죽삐죽한 산군은 카디니 디 미주리나(Cadini di Misurina)이다.
동영상 1. 아우론조 산장을 출발하여 1.7km 떨어진 라바레도 산장에 도착했다. 왼쪽의 거대 암벽이 트레 치메 (Tre Cime: 3 봉우리)이다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 부근에서 길은 두 갈레로 나뉘는데 왼쪽 길은 짧지만 비교적 가파르고, 정면 길은 다소 길지만 경사가 완만하다. 우리는 정면 길을 따라서 트레 치메가 있는 능선인 포르셀라 라바레도(Forcella Lavaredo)로 향했다. 여기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두 팀 보았는데, 나잇대는 60-70대로 보였고 다들 건강해 보였다. 2000년대 초에는 중국 장가계가 노인들 단체 관광지로 유명했는데 2020년대는 돌로미티가 한국 노인의 하이킹 코스로 떠오르는 것 같다. ^^

외국인 트레커들도 중년-노년 층이 많았고 젊은 층은 오히려 적은 편이었다. 하긴 7월 초에 이곳에 올 수 있는 젊은 층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개를 끌고 오는 트레커들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태리에 와서 보니, 개 따로, 사람 따로 구분하는 공간은 못 보았고 개랑 사람이 차별없이 한 공간을 공유하는 듯 보였다. 식당 뿐만 아니라 케이블카, 버스 등 사람 탈 것에는 스스럼없이 개를 데리고 올라탔다. 이태리는 개팔자가 상팔자인 나라인 듯 싶다.


오늘 계획된 트레 치메 하이킹 코스는 다음과 같다. 전체 거리는 10.9km 이고, 중간에 쉬는 시간에 따라 3.5시간 -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나는 5시간 정도 걸렸다)

* 101번 패스를 따라서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 라바레도 산장 -> 포르셀라 라바레도 (트레 치메 능선) -> 로카텔리 산장까지 간 다음, 여기서 점심을 먹으면서 충분히 쉬었다가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온다.

* 105번 패스를 따라서 로카텔리 산장 -> 말가 랑알름(숙소가 없는 카페) ->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으로 돌아 온다. 105번 코스는 대략 +/- 200m 정도를 오르락 내리락하기 때문에 두어 번 숨을 헐떡거리면서 올랐다. 나에겐 다소 힘든 코스였지만 멋진 경치로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 만약 체력이 부담된다면, 로카텔리 산장에서 101번 패스로 되돌아가면 된다.

사진 3. 트레 치메 하이킹: 101번 패스를 따라서 로카텔리 산장까지 간 다음, 여기서 점심을 먹고 105번 패스를 따라 아우론조 산장(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표 1. 트레 치메 하이킹 코스에서 구간 별 걷는 거리와 소요시간 (중간에 쉬면 시간은 더 걸림)

여기서 이탈리아어 몇 개만 공부해보자.

Passo: 사람+차도 다니는 고갯길 (예: Passo Gardena)

Forcella: 사람만 다니는 좁은 고갯길 (예: Forcella Lavarado)

Malga: 장, 양치기의 작은 집 (예: Malga LangAlm) 돌로미티 지역에서 말가는 숙박은 제공하지 않는 일종의 카페인 듯하다.

사진 4. 라바레도 산장을 출발하면 곧바로 완만한 경사의 언덕길이 나오는데, 오랫만에 산길을 걷는 나에겐 이것도 상당히 숨이 찼다. 저 아래쪽에 라바레도 산장이 보인다.
사진 5. 라바레도 산장을 출발하여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면서 본 트레 치메
사진 6. 포르셀라 라바레도(고갯길)에서 바라 본 트레 치메. 가장 높은 봉오리(치메 그란데)는 2999m 이다.
사진 7. 7월 초인데도 비탈진 그늘에는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다.
사진 8. 포르셀라 라바레도(트레 치메 고갯길)에서 로카텔리 산장으로 가는 길 옆에 핀 야생화. 7월초 돌로미티는 야생화 천국이다. 저 아래 하얀 솜덩이는 눈이다.
사진 9. 로카텔리 산장 바로 아래는 101번 길과 105번 길이 만나는 교차로이다. 비교적 평탄한 101번 패쓰에서 숨을 헐떡이며 급경사면을 오르면 로카텔리 산장이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105번 패쓰는 로카텔리 산장 -> 말가 랑알름(카페)를 가는 도중에 깔딱 고개 (+200 m)가 2번쯤 나와서 제법 빡세다. 힘은 들었지만 장쾌한 풍경이 계속 이어져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사진 10. 로카텔리 산장 근처에서 바라 본 트레 치메. (왼쪽) 평탄한 101번 패쓰, (오른쪽) +/- 200m를 오르락 내리락하여 체력적으로 다소 힘든 105번 패쓰
사진 11. 로카텔리 산장이 보인다. 산장에서 바라보는 맞은편 트레 치메 풍경이 끝내준다.이 산장에 묵으면서 여름철 은하수를 보려면 몇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로카텔리 산장 뒤쪽의 암벽 허리 부근에 제1차 세계대전 때 만들어놓은 동굴이 3개쯤 있는데, 이 동굴에 올라 트레 치메를 배경으로 찍는 인물 사진이 인생 샷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나는 101번 패쓰를 걸으면서 막바지에 경사진 언덕길을 오를 때 숨이 몹시 차서 헐떡 거렸기에 동굴사진 찍는 것은 포기하였다.

사진 12. 로카텔리 산장에서 바라 본 트레 치메. 트레 치메 최고의 뷰 포인트다.

로카텔리 산장에서 점심을 사먹을 수 있는데, 이 산장에선 신용 카드(비자, 마스터)나 트레블 월렛(선불식 외화 충전카드로 비자 제휴카드)는 안 받고 오직 현금만 받는다. 돌로미티 알프스 여행 중에 5-6군데 산장에서 점심을 사먹었지만 현금만 받는 산장은 이 곳이 유일했다. 날씨만 좋으면 캄캄한 밤에 로카텔리 산장에서 은하수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여름 은하수를 보기 위해 이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으려면 몇 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한다고 한다. 우리는 로카텔리 산장에서 스파게티로 점심을 때우고 잠시 쉬며 경치를 구경하다 105번 패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동영상 2. 로카텔리 산장에서 바라 본 트레 치메
사진 13. 알파인 초프(노랑부리 까마귀): 로카텔리 산장 주변에서 떼지어 다닌다. 관광객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으며 먹을 것이 없나 기웃거리기 일쑤다.
사진 14. 105번 패쓰를 따라 이동 중에 본 트레 치메. 꼭대기 구름 모자가 시시각각 제 모습을 바꾼다.
사진 15. 105번 패쓰는 해발고도 +/-200m를 오르락 내리락 한다. 내리막 길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 가는 중
사진 16. 105번 패쓰 초입의 내리막 길을 걷는 중. 해발고도 -200m 쯤 내려갔다가 다시 +200m을 올라가야 한다.
사진 17. 105번 패쓰에서 처음 만나는 오르막 길. 완만한 경사인데도 숨이 턱에 찼다. 코로나-19 후유증인가?
사진 18. 트레 치메 105번 패쓰의 오르막 길을 다 오르면 이처럼 평지가 펼쳐지고, 가다보면 <말가 랑알름> 카페가 나타난다.

이탈리아어 말가(Malga)는 목장이란 뜻이다. <가 랑알름>은 산장(대피소)이 아니라서 숙소 제공을 하지 않으며 카페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사진 19. 드디어 <말가 랑알름> 카페가 보인다. 많은 트레커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카페를 벗어나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사진 20. <말가 랑알름> 카페를 지나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나면 이런 장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목적지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까지는 거의 평지 길이다.
사진 21.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 가는 길은 마지막에 이렇게 산허리를 가로 지른다.
사진 22.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산길에서 바라 본 맞은편 풍경. 장쾌하다.
사진 23. <아우론조> 산장 가는 길은 산허리를 가로질러 나있다. 이 길에서 바라 본 맞은편 풍경. 호쾌하기 이를데 없다.
사진 24.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으로 가는 길. 거의 다 왔다. 정면(남쪽)에 보이는 뾰족뾰족한 산군은 <카디니 디 미주리나> 이다. 체력이 남는다면 가보는 것도 좋다.
동영상 3. 드디어 <아우론조> 산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미주리나 호수의 공용 주차장으로 가는 버스 티켓은 버스 안에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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