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Journey with a Navigation
내비게이션 따라가는 인생 여행(Zoom Chat)
디지털 문명에 살면서 가장 덕을 많이 보고있는 기기(device)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내비게이션을 꼽을 것이다. 이것만 있으면 세상 어디나 갈 수 있을 듯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가까운 곳도 내비가 없으면 불안을 느끼기도 할 정도로 네비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문제다. 가끔은 길치(방향 감각이 없는 자)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타당한 의심이었다.
어제는 독서모임을 가는 길에 분당에 사는 지인을 픽업하려고 네비를 켰고, 도착 시간까지 정확히 알려주는 내비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아무 의심 없이 출발을 하였다. 자주 다니는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국도로 설정하였는데, 도착지점 근처에 와서 보니 낯선 길 한복판에 서있는 것이었다. 당황하여 살펴보니 위치가 변경되어 있었고, 새로 지정을 해 출발을 했는데 다시 길을 잃고 있는 것이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두 번이나 찍히고 나니, 등골에 땀이 다 났다. 추위에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인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했지만, "내가 완전 바보가 되어가는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앞으로는 가지치기가 되어버린 방향 감각 신경세포를 어떻게든 다시 키워야겠다는 다짐까지 해본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서도 내비게이션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수시로 업그레이드 시켜야하고, 목적지를 확인 또 확인(double check)해야한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2022년이 되어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매 주일(일요일) 저녁 9시에 떠나는 인생 여행이다. 줌(zoom)을 통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인데 1월부터 12월까지 내비게이션을 따라 여행을 하고자 한다. 다른 준비 없이 그저 내비게이션 하나만을 장착한 채 출발하였다. 앞으로 간단하게라도 여행 일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마지막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 함께 동행한 분들과 어떤 추억을 만들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뭇 기대가 되는 여행이다. NIV 성경 읽기를 같이 해온 동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더욱 기대가 된다.'눈에 보이는 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않는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기에 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내비(대화 주제)만 가지고 출발한 여행이 어느새 4주가 되었다.
1월의 여행지는 자신이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대화를 하면서 오늘까지 4주의 여행을 마쳤다. 주제는 나 자신에 대하여 말하기(Talking about Myself)이다.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시간이다. 남이 아닌 나를 바라보기! 생각보다 쉽지 않은 모습이다. 바쁘게 살다 보니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추억을 회상하거나 자신을 관찰하는 시간을 자주 갖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또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외면하거나 무의식중에 잊고 살아온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인생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나를 사로잡았다. 우울이나 외로움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고, 필요한 준비물은 오직 '질문'이었다.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는데, 다행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크리스천이라는 것과 영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NIV 영어 성경 읽기 모임이었다.
여태까지 한번도 혼자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지인과 함게 출발했고 여행길에 몇분을 더 만나 지금까지 11명이 되었다. 2년 간의 성경 읽기는 내 마음 에너지가 고갈될 때마다 만땅으로 충전해 주었다. 그 덕에 마음 서랍에 어지럽게 흩어져있던 재료를 이용해 영어참견까지 할수 있었다. 그러한 시간 여행 끝에 얻은 기념품(souvenir)이 <영어 연애/중매 십계명>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떠한 기념품을 얻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앞으로 여행 일지와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글을 연재할 예정인데, 이 글의 독자분들도 저와 함께 여행을 즐기시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