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of NIV QT Fellowship
영어성경 QT의 역사
영어 성경(NIV: new international version)을 읽고 녹음하고 생각과 기도문을 적는 모임을 한 지 2년이 지나 3년 차가 되었다. 운동을 하면서 만난 한 캣맘(길냥이 먹이 주는 엄마)이자 영어강사였던 오자매는 내가 이사를 한 곳까지 찾아오곤 했다. 늘 불평과 비판이 가득한 말을 쏟아내던 그녀를 위해 뭔가 급 처방을 내려줘야만 했다. 바로 성경 읽기였다. 영어 성경을 읽은 적이 없는 그녀와 성경을 읽기 시작한 모임이 지금까지 16명이 되었다. 인원 수보다도 대부분 2년이라는 시간을 매일 함께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론 카톡방에서 말이다.
아무튼, 왜 이 이런 모임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냥 나도 모르게 우연히 시작된 모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전반전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리고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이사를 핑계로 운영하던 영어 교습소를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허전했다. 자꾸 시계만 쳐다보면서 수업시간을 확인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의 정체성을 찾게 되었다. 결국 찾은 두 단어가 영어와 성경이었다. 나는 영어 없이는 그리고 성경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인 것이었다. 사실 성경책이라기보다는 성경을 통해 그리고 삶 속에서 매일 만나는 하나님의 존재였다. 그래서 시작된 모임이 '영어+성경' 모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작은 불씨와도 같은 이 모임은 2년 간의 기나긴 그리고 또 한 해 더 버텨내야 할 코로나 시국에서 내 마음과 정신을 굳건하게 지탱해주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었다. 매일 아침 매일 성경 QT를 따라 묵상한 죠이 선교회 후배 목사님의 글을 카피해서 올린다. 성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각자 원하는 시간에 그날의 묵상구절을 읽고 녹음한 파일을 올린다. 시간은 1-3분 정도다. 그리곤 각자 묵상한 내용이니 기도문을 적는다. 끝! 간단하지만, 매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내가 하루의 일과 중에 가장 중요한 일로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이 바로 카톡으로 QT링크를 보내주는 것이다.
늘 잠이 부족했던 나에게 요즘 가장 행복한 시간은 기상을 알리는 알람을 켜 놓지 않은 채 자고 싶을 때까지 자는 늦은 아침이다. 게다가 요즘 미라클 모닝이라고 새벽에 기상하여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트렌드인 상황에서 QT링크로 인해 내 기상 시간이 누군가에게 공개되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갱년기 증상으로 인해 어쩌다 이른 새벽에 깨기도 하지만, 생활 리듬을 고려해 매일 비슷한 시간에 올린다. 그러다 보니 10시나 11시 경이다. 대부분 직장인이나 주부들이기에 오전에는 바쁘게 보내고 점심시간이나 늦은 밤에 녹음을 올리기도 한다. 비록 매일 해야 하는 귀찮고 신경 쓰이는 일이지만, 매일 해 나갔다. 그뿐이었다. 그러다 조금씩 참여자가 늘어갔다.
처음에는 일 년에 성경을 한 번 읽는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큐티를 하게 된 것이다. QT란 Quiet Time으로 조용히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과 자신을 바라보는 묵상(meditation) 시간이다. 그렇다고 내가 뭔가 다른 적극적인 관리나 간섭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각자 성경을 읽으면서 성령이 이끄는 삶의 변화를 느껴보길 원할 뿐이다. 남편의 제안으로 카톡 기도회를 하는 은혜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가면서 아예 참여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서 중간에 그만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에 김 자매의 이런 글을 읽게 되었다. '이 묵상 시간이 내 삶의 동아줄이에요!' 나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친정엄마의 사고와 입원, 그리고 집 정리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그래, 한 사람이라도 유익하다면 해보자! 매일 큐티를 3년 하면 성경을 한 번 읽게 된다니 3년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사실은 예수님의 12명의 제자들처럼 12명이 참여해 성장하길 원했다. 일 년마다 이 모임을 마친 분들이 자신들의 모임을 따로 만드는 것에 대한 비전을 품었다. 12명이 각각 12명의 제자를 만든다면 2년이 되면 144명의 제자가 되고, 3년이 되면 1728명의 모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내 계산기의 숫자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실망한다거나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도 도망하고 숨고 욕까지 하던 제자들이다. 예수님이 고치고 살려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감사를 표현한 이가 얼마나 적었던가. 예수님의 제자까진 아니어도 선한 크리스천으로 살고자 하는 나에게 이 정도는 아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때 마침, 새로 오신 한 두 자매들이 열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참여하면서 묵상의 깊이가 깊어지고 있다. 요즘에는 중국인 두 명과 방글라데시 여자분의 입장으로 인해 영어로 묵상이나 기도문을 올리기도 한다. 어렵다고 하면서도 나름 이해되는 문장으로 적고 있고, 그 묵상과 기도의 깊이에 놀라곤 한다. 나도 브런치에 올린 성경 묵상글을 여기저기 공유하는 용기를 얻었다. 이제는 큐티를 먼저 해야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기분이 들곤 한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웃의 손을 살짝이라도 잡아 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행동이 결국 내 삶의 동아줄이자 용기의 원천이 되어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