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육성으로 들어라

Smart Listening

by 영어 참견러

언어학자 크라센이 말한 “Talking is not practicing.”이라는 말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학습법을 연구한 그는 인간은 누구나 말하는 능력이 있기에 굳이 말을 연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바탕으로 귀의 민감성을 키운다거나 많이 빠르게 듣자는 학습법도 있다. 이것은 암기나 번역 또는 반복적인 연습(drill)을 통해 반복해서 말하기 연습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귀의 민감성을 키우거나 무작정 듣기만 한다고 말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말을 하는 경험을 통해서 외국어를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모국어를 익히는 과정과 같은데, 우리가 모국어를 말할 때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된 필요한 말을 하기 시작하여 소통의 경험을 함으로써 점차 대화를 나누는 단계까지 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말하는 연습을 한다기보다는 단지 말하는 경험을 통해 배워 나가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크라센 교수가 알아낸 본질이다.

테솔 대학원 시절, 미국 원어민 온라인 수업이 끝나자마자, 한 선배가 내게 전화를 하여 교수님이 말씀하신 과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한숨을 쉬면서 본인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말을 하였다. 다른 수업에서 그분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뉴스 기사를 다루는 수업을 하는 것을 보았기에 의아했다. "선배님, 수업을 잘하시던데요."라고 말했더니, "그냥 외워서 한 것"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의아했고, ‘영어를 듣는 연습을 하지 않아서겠지.’라고 생각하며 통화를 마쳤다. 그 선배가 원어민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이유는 단지 연습 부족이었을까?


사실 영어 듣기가 영어의 4 영역 중 배우기가 가장 어렵다. 첫째 이유는 빠른 속도다. 듣기는 실제 상황에서 반복하여 연습할 시간이 없다. 듣기의 속도는 평균 1초에 두세 단어를 들어야 한다. 잘 못 들었거나 이해하지 못한 단어나 문장의 뜻을 우리말로 번역을 하거나 생각하다가는 이어지는 문장을 놓치게 된다. 물론 다시 한번 반복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세 번까지는 민망해서 할 수 없게 된다. 영어인증 시험을 위한 듣기를 한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체적인 내용을 들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이해하도록 자주 소리에 노출되어야 한다.


둘째, 단어와 표현을 알지 못하거나 문장의 구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을 경우이다. 한마디로 문장 이해력과 문장 해석력이 없거나 늦으면 빠른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읽기를 통한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읽고 바로 이해하는 직독직해가 필수다. 단어의 한 가지 뜻만 따로 외워서는 이러한 듣기의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문맥을 통한 다양한 어휘 학습이 필요한 이유이다. 설령 단어의 뜻을 안다고 할지라도 단어가 모여 다른 뜻을 이루는 동사구(verb phrase)나 연어(collocation)의 표현을 알고 이해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look up, look into, look for, look at과 같은 동사구나, have a coffee, take a shower처럼 한 덩어리(chunk)처럼 사용되는 표현을 알아야 이해하게 된다.


셋째, 단어의 강세(stress)와 억양(intonation), 연음(connected sound)과 같은 발음(pronunciation)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도 들리지 않게 된다. 알아야 들리는 것이다. 강세와 연음에 대해서도 알아야 잘 들을 수 있다. 또한 각 나라와 인종에 따른 악센트(accent)정확하지 않은 영어(Broken English)로 인해 듣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교회에서 만난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코피의 발음은 알아듣기 힘들다. 가끔 정확하지 않은 영어를 쓰기도 하지만, 아프리카 사람 특유의 악센트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예전에는 영어 뉴스를 듣다가 그런 발음이 나오면 채널을 돌렸지만, 요즘에는 아프리카 발음에 더 귀를 기울인다.


넷째, 청각 자체도 정보를 받아들이는데도 제한이 있다. 청각 루프(auditory loop)라고 불리는 기억에서 약 3초에 달하는 정보만을 기억할 수 있다. 듣고 있는 문장의 내용은 이해하였지만, 마지막 단어를 듣는 순간까지 앞에 나온 내용을 일정 시간 동안 기억하지 못하여, 전체적인 문장 이해력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바로 청각을 넘어선 기억력의 한계 때문이다. 통역관들이 늘 메모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섯째, 시선 추적(eye tracking)은 글을 읽는 사람이 어디를 얼마나 보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글을 읽는 과정에서 어렵거나 이해가 되지 않은 단어나 문장으로 눈동자가 멈추거나(fixation), 다시 돌아가서 읽는 행동(regression)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듣기에서는 이러한 돌아가서 듣는 행동(rapid return)을 할 수 없기에 읽기와는 다른 차원의 높은 스킬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직청 직해(바로 듣고 바로 이해)가 필요한 이유이다. 모국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듣고 바로 이해하는 무의식적인 과정을 말한다. 연습과 경험을 통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듣는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정보 또는 문화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읽기는 사전이나 인터넷으로 찾아볼 시간이 있지만, 듣기는 그렇지 않다. 설령 100% 귀로 들었다 하더라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대한 경험이 있다. 2007년, 미국 NC에서 거주하게 되었고, 차를 산 후에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우리나라의 면허시험장 같은 곳을 방문했다. 경찰관이 면허증 발급 절차를 설명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몇 시간 애를 먹었다. 듣긴 들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두세 번의 방문을 통해 그곳에서는 자동차 보험을 먼저 가입해야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필기시험과 주행시험 끝에 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


영어 듣기가 어려운 요인을 적다 보니,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선배의 고민이 이해가 된다. 종종 영어 귀가 뚫렸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시다. 뉴스나 미드, 영화를 보거나 소설의 음성파일을 듣거나 받아쓰기(dictation)를 통해서 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정말 100%로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 귀를 갖게 된 것일까? 사실 원어민도 모든 단어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잘 못 듣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주의력과 집중력 또는 이해력이 부족하여 우리말로 하는 대화의 주제를 놓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마트하게 듣기 연습을 할 수 있을까?


첫째, 빠른 속도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하자.

둘째, 단어와 표현 그리고 문장 구조를 이해하자.

셋째, 단어의 강세와 억양, 연음과 같은 발음에 대해서 배우자.

넷째, 다양한 인종의 영어 발음을 들어보고 집중하자.

다섯째, 문장 해석 능력을 키워 직청 직해하자.

마지막으로, 경험을 많이 쌓고 문화를 이해하자.


듣기와 읽기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배경 지식도 필요하다. 잘 듣기 위해서는 빠르고 다양하게 그리고 집중하여 듣는 경험과 연습을 해야 한다. 동시에 읽기를 통해 단어와 표현, 문장의 구조, 그리고 문해력을 키우는 연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읽고 이해한 내용을 듣기 연습용으로 사용하되 주의(attention)를 기울여 집중해 듣기와 자연스럽게 흘려듣기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서는 흥미와 필요를 채워 줄 수 있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이해 가능한 입력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육성으로 듣기를 추천한다. 음원을 통한 소리보다는 원어민이나 친구 혹은 선생님과 직접 대면하거나 자신의 음성을 녹음하여 듣는 것도 좋다. 문장을 듣는 대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직청 직해 능력은 수많은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니, 즐기는 마음자세가 가장 필요하다.



영어와의 연애 레시피 다섯째 비법: 육성으로 다양한 소리를 들어라!

keyword
이전 12화오, 오감으로 소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