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의 이별
- 장례지도사가 본 삶의 마지막 순간들, 싱긋, 양수진, 2018
2018년 10월 22일
책과 강연에서 알게 된 저자의 책. 일찌감치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왠지 제목부터 끌렸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에 눈물을 흘리며 읽다가 마저 못 읽고 자게 되었다. 다음 날 엄마와 함께 강화 마니산 단풍 구경을 가기로 되어있어 일찍 잠들어야 했기이다. 그런데, 산책길에서도 자꾸만 생각나고 읽고 싶어 져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저 읽었다. 저자의 표현력과 글솜씨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녀의 삶에 대한 진솔함과 진지함이 이러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죽음이 주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슬픔뿐이 아니고 삶의 행복과 가치에 대해서도 잠시 멈추어 생각하게끔 해주는 책이다.
프롤로그-살다 그리고 사라지다
1부- 죽는다는 것, 잊힌다는 것
2부-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3부-아무도 죽기 위해 살지는 않는다
4부-결국은 사람이고 사랑이다
에필로그-시간이 제각기 흐르듯, 멈춤도 제각각이다
<헤어짐의 준비>
자신의 죽음을 준비했다던 두 명의 에피소드를 떠 올려본다. 한 남성이 상조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 재산 백만 원을 가지고 본인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아들이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대하기까지 죽음을 연장했고 아들이 제대하고 이틀 후, 더 이상 미룰 수도 감출 수도 없어 아들에게 막걸리를 사 오게 한 후, 전화로 상담하다가 아들이 오자 황급히 끊었다. 끝까지 아들을 염려하고 배려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내게도 막 제대한 아들이 있어서인지 그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하니 내 가슴 또한 먹먹해진다. 그리고 그 말을 전해 들은 아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아들 주영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한 젊은 여성은 스스로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동화 속의 이쁜 드레스를 준비시키고, 영상을 찍어 가족들과 친지, 친구들에게 마음을 전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저의 장례식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지금 천국에 와 있어요. 그러니 저를 걱정하진 마세요. 친구들아, 너희들이 있어서 웃을 수 있었고 행복해질 수 있었어. 그리고 엄마 아빠 모두 감사해요. 여러분들의 사랑 덕분에 저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어요. 슬프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저를 위해 울기보다는 그냥 잠깐이라고 기도해 주시면 그걸로 돼요.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 얼마나 아름다운 편지글인가? 죽음을 통한 헤어짐의 아픔이 크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goodbye를 해야 한다. 그때를 위해 아름답게 준비하고,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영상의 편지. 이런 생각을 한 그녀와 가능케 한 자들의 마음 모두 따스하고 아름답다. 어둡고 슬프고 절망스러운 시간이 아니고, 잔잔하게 그리고 따스하게 ‘say goodbye’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시어머니와의 이별은 마음의 준비 없이 너무 어린 나이에 다가와 슬픔과 고통 그리고 절규로 다가왔다.
아버지와의 이별은 그나마 나았다. “이제 가면 언제 보니“ ”할렐루야“ 하시곤 응급실로 향하셨다. 그리고, 병원에서의 연명 치료를 받으시던 아버지의 마지막 손가락 편지는 cof~였다. 워낙 커피를 좋아하셨기에 간절히 드시고 아니 냄새라도 맡고 싶으셨을 것이다. 캔 커피를 급히 사와 간호사의 허락을 간신히 받고서야, 혀끝에 조금 묻혀 드릴 수 있었다. 표정을 보니 조금 만족해하시는 듯 보였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날 나의 꿈속에서는 대통령의 장례식이 성대하게 열리고 있었다. 나에게 아버지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