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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어 참견러 Feb 24. 2023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열림원, 2010

  교토에서 쌀 한 자루 짊어지고 한 자루의 무게에 지친 채, 혼자 사는 방에 들어가면서 쓴 시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는 구절이 떠오르면서 전등불이 별빛으로 책상이 제단으로, 벽이 장막처럼 쳐져 있었고, 저자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 것이다. 그때 무신론자들도 기도를 드린다는 모순 어법을 찾았다. 쌀 한 자루의 무게와 영혼의 무게를 저울질해 보았다. 그리고 방안의 물건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영혼으로 채우기 위해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아마도 이 분은 이미 하나님을 영접하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2007년에 세례를 받으시고, 무신론자의 기도 2를 쓰셨지만, 이 시가 너무나 감동이다. 한 죄인으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의 간곡함과 겸손함이 묻어 나오는 시이다.


제1부 교토에서 찾다. 2부 하와이에서 만나다 3부 한국에서 행하다 4부 아버지와 딸의 만남 5부 문지방 위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고, 신앙 간증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지구촌 교회 도서관에서 만난 이 책은 닳고, 눈물 자국이 여기저기 있는 책으로 내 눈에도 눈물이 핑 돌며 읽게 되었다.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를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사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 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 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 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예수님의 두 손, 바위와 보자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식탁에 올려놓은 예수의 두 손은 유다의 배신에 대한 용서(사랑)와 정의(징벌)의 의지를 나타냄. 이는 가위의 언어를 막을 수 있다. 방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주와도 같은 보자기의 품 안에 자신이 내민 주먹까지고 감싸버린다. 이 두 개의 손이 결합한 것이 후광이 퍼져 나가는 예수님의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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