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직 영어를 사용하라

TEE

by 영어 참견러

Teeing이란 골프공을 치기 전에 티 그라운드에서 티(tee)라고 불리는 스탠드(stand)에 공을 올려놓고 타격할 준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골퍼가 아니더라도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Teeing을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것(TEE, Teaching English in English)을 말한다. 영어라는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는 기본적으로 수업할 때 영어로 말을 하고 쓸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단순히 교실 영어(Class room English)를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실 영어란 말 그대로 교실에서 자주 사용되는 영어 표현이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교실에서 사용되는 기본적인 영어 표현은 당연히 연습해야 한다.


딸아이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 공개 수업(openign class)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영어 수업에서 교사가 간단한 교실영어를 사용하더니, 한 학생에게 교과서를 읽게 하고 단어의 뜻을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수업을 종료하는 것을 보았다. 이렇듯 교실 영어 몇 마디를 사용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절대로 영어를 언어답게 가르칠 수 없게 된다. 영어 그라운드에서 홀인원이나 이글(eagle), 아니 파(par)라도 할 확률을 높이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영어 교사가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다.


오직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유창성과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유창성(fluency)이란 말이나 글을 통해 표현할 때 끊기거나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말하거나 쓸 수 있는 능력이다. 정확성(accuracy)이란 문법적인 오류나 잘못된 표현 없이 정확하게 말하거나 쓸 수 있는 능력이다. 영어를 실제 삶에서 사용하고자 배운다면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두 가지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체적인 영어 능숙도(proficiency)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골프 경기에서 드라이버를 사용해 거리가 좀 나온다면, 그 후론 정확한 샷(shot)이 중요하듯이 어느 정도의 유창성을 익혔다면, 정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원어민의 말을 듣다 보면, 정확성이 낮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미국에서 아랫집에 살던 미국 여성은 대화를 할 때, 이런 표현을 쓰곤 했다. He don't like pizza. 그래서 내가 잘못된 표현이 아니냐고 질문을 했더니 바로 인정을 한다. 그리곤 또다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원어민에게도 정확성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영어를 가르치고자 한다면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을 사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 없이 바로 영어로 생각하는 모드로 전환이 자주 되도록 가능한 자주 생생하고 실제 사용하는 영어 자료를 꾸준히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연습을 가져야 한다. 언어를 배울 때 우리의 뇌는 모국어로 해석하거나 이해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하지만 외국어를 그대로 이해하고 말하게 되는 전환의 순간이 종종 오게 된다. 그 시기와 범위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나 자신도 완벽한 영어로 100%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적절한 단어나 표현이 기억이 나지 않아 입안에서 맴돌거나 제대로 표현을 못하기도 한다. 쓰기 지도를 할 때에도 문장 구성력이 부족하여 지도를 할 때 부족함도 느낀다. 예전엔 당황하기도 창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과 함께 스마트 폰을 이용해 바로 검색을 하면서 함께 배움의 시간을 가진다. 통역기나 번역기를 이용하다 보면 모든 영어를 한국어로 모든 한국어를 영어로 전환할 수 없는 한계를 배우기도 한다. 또한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알 게 됨으로써 언어의 다양성과 독특함도 배운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교사를 완벽한 지식을 갖춘 지식 제공자(provider)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지식이나 정보를 스스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하되, 너무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 드라이버 대신에 우드나 유틸을 쓸 때가 있는 것처럼,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서 우리말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기도 하다. 영어로 장황하게 설명을 해야 할 어휘나 표현이 나오는 경우에는 우리말로 간단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 빠르다. 배우는 학생들의 수준과 나이와 심리적인 부분, 그리고 수업 내용이나 커리큘럼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수업 전에 미리 영어 사용 비율을 대략 정하고 수업을 진행하는데, 가능한 그 비율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영어는 각 단어마다 강세가 있고, 문장마다 리듬이 있기에 우리말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언어기에 수업 중에 우리말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한다. 특히 학생들이 기대한 것보다 영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럴 때일수록 미리 정해놓은 각 수업에서의 영어 사용 비율이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면, 유치부는 10-20%, 초등부 60-80%, 중등부 40-60%, 고등부 20-30% 정도로 영어에 비중을 두고 수업을 한다. 영역으로 나눈다면 문법 지도나 장문의 어려운 독해를 하는 경우에는 한국어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한국인 교사가 원어민 교사보다 영어를 가르치기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과 부모들은 한국인인 비 언어권 교사(NNT, non-native teacher) 보다 영미권 원어민 교사를 선호한다. 유창성이 한국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원어민 선호도가 높게 나온다. 꼭 여론조사가 아니더라도 원어민에게서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조기 교육(early education), 몰입교육(immersion), 국제 학교, 외국인 학교, 조기 유학 등 제대로 된 영어를 가르치려고 높은 비용과 가족의 분리와 같은 아픔도 감수하는 것이다. 실제 영미 원어민 교사들을 최소한 초, 중학교에는 상주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 중학교에서 원어민이 상주할 때만 해도 학생들의 영어 실력과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져 있음을 사교육자로서도 느낄 수 있었고, 원어민과 함께 한국인 영어 선생님이 함께 협업을 함으로써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나갈 수 있었다.


미국에서 이웃으로 지낸 Steve는 은퇴한 회계사이다. 우리 가족과 친구처럼 지내다가 한국이 좋아져서 테솔 단기과정을 밟은 후 일 년간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뉴 올리엔즈 남부 출신으로 발음이 듣기 어려워 애를 먹기도 하였다. 그분이 수업을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학생들도 나처럼 힘들었을 것이다. 무조건 원어민이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좋은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티칭 기술(teaching skill)을 익힌 우리나라 교사들의 수업의 질과 효과가 그렇지 못한 원어민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연구에서도 보여준다. 우리나라 영어교사들은 학생들과 우리말로 소통할 수 있고 학생들과 같은 사고와 문화 속에 있기에 설명과 비유 등의 방법으로 원어민 보다 질 높은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편은 전화를 통해 필리핀 사람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곤 한다. 필리핀(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여야 하는 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영어 유창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발음과 어휘 수준에 대한 불만이 종종 있긴 하지만 그들은 한국이나 중국의 어린이들로부터 성인과 몇 마디 대화를 해 주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분주하다. 그들에게는 대단히 좋은 수입원이 되어 좋겠지만 한국의 수준 높은 교사들이 없어, 낯선 땅의 사람들에게 생활 영어를 배우는 상황이 안타깝다. 한국인 영어교사들보다 필리핀 영어교사들을 선호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나라 영어 교사들의 입지를 이토록 좁게 만들어 놓은 것은 교사들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고 있는 환경(EFL: English a Foreign Language)이라고 하더라도 영어를 일상에서 말하거나 쓰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게다가 AI시대에 영어 통역기와 번역기가 날마다 업그레이드되어 나오고, 쳇봇(chatbot)까지 등장하였다. 번역, 통역사들 뿐만 아니라 영어 비원어민인 한국인 영어교사들의 입지가 흔들릴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위기감이 코 앞까지 다가와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이기에 더욱 영어를 중매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로 자연스럽게 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의 유창성과 정확성을 위해서 삼 세번 연습을 일만 번이라도 해야 한다. 영어를 영어로 소개해 줄 때에야 비로소 소개받는 이들도 영어가 누구인지 알고, 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될 것이 때문이다. 영어와의 연애에서 삼삼한 재미를 느끼도록 동기부여해주는 진정한 영어 중매쟁이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더더욱 Teeing이다.


영어와의 중매 레시피 다섯째 비법: Teach English in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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