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녀: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한국인 부모: 그래,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와!
방과 후에, 한국인 부모: 오늘은 무엇을 배웠니(What did you learn)?
자녀가 학교를 갈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생활할 때 바른 태도를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수업에 집중해서 잘 들으라는 말도 포함이 될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적이 있다. 교수가 말한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필기를 한 학생들, 심지어 교수가 든 예화나 유머까지 기록한 학생의 성적이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 것인지,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현 교육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예이기도 하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좋은 성적(내신)을 받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말한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서 암기해야 한다. 그러한 교육 시스템에 맞춰가려면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하는 것이 정답일 게다. 실제, 시험 문제에서 교사가 가르치지 않거나 말하지 않은 것이 나온 경우에 항의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있기도 하니 말이다. 심지어 고등학생들의 영어 공부는 오직 수능을 위해 3년 간 기출 모의고사와 EBS 교재를 암기하는 식이다. 그 내용도 주로 단편적이기에 비판력이나 사고력을 키울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 시스템과 평가 방법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우리나라가 나에겐 점점 '이상한 나라'로 느껴진다.
2007년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아들의 사고로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기위해 대기하던 중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난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그가 대통령이 되자 놀란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2009년도에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는 그의 말이었다. “미국의 어린이들은 매년 한국의 어린이들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1개월이나 적다”며 “새로운 세기의 도전은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해야 하며, 한국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도 여기 미국에서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던 강력한 학교개혁 조치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일부 언론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개혁정책이 한국을 모범으로 삼은 것(수업시간 증가)이라거나 또는 한국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것(강력한 학교개혁)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다음 해, 2010년 9월 G20 서울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후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장면이다.
오바마: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드리고 싶군요. 정말 훌륭한 개최국 역할을 해주셨으니까요. 누구 없나요?”
그 순간 기자회견장에는 정적이 흐른다. 오바마가 다시 말한다.
오바마: “한국어로 질문하면 아마도 통역이 필요할 겁니다. 사실 통역이 꼭 필요할 겁니다.”
이 말은 우리나라 기자들의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려는 의도였다.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나서, 누군가 손을 들었는데 그는 중국 기자였다. 오바마는 발언권을 한국 기자에게 주고자 했지만, 결국 그 중국 기자가 질문을 하였다. 그 후로, 오바마는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인 부모들은 "유대인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스라엘 사람으로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는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대인들을 자녀교육의 롤 모델로 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의 탈무드나 토론식 교육법인 하부르타를 공부하기도 한다. 하부루타(Havruta)는 히브리어인 하베르(Haber, 친구)에서 유래한 단어로 2인 1조가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교육방식이다. 아이들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생각하도록 대화와 토론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청년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난 지 예언대로 3년 만에 나라가 망하게 되었고, 1967년에 이르러서 국권을 회복한 나라이다. 유대인들의 뛰어남은 약 2000년 간 나라를 잃고 타국살이를 하던 민족성에서 나온 것일 게다. 생존을 위해 배운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서인지 자신들의 조상어인 히브리어도 다시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들이 우리와 다른 특별한 점을 육하원칙에서 찾고자 한다.
유대인 자녀: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유대인 부모: 그래, 모르는 거 질문하고 와!
방과 후에, 유대인 부모: 오늘은 무엇을 질문했니(What did you ask)?
유대인의 부모는 우리와 달리 자녀에게 '무엇을 질문하였는지'를 묻는다고 한다. 진정으로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과 토론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바로, 육하원칙(六何原則)을 사용해 질문과 토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육하원칙은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육하원칙은 주로 신문기사나 보도문에서 작성되는 여섯 가지 기본 요소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하다. 논리력과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는 기본 요소이기도하다. 영어 연애 비법에서 말한 것처럼 영어 중매를 잘하기 위해서도 Why 마인드셋을 장착해야 한다. 영어와 사귀고자 하는 학생들이 WHY?라는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Let learners ask Why) 말이다.
아트 마크먼(Art Markman)은 <Smart Thinking-앞서가는 사람들의 두뇌습관>에서 어떤 사물의 원리에 대한 사고(Understanding how things work) 능력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원인과 결과에 대한 추론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는 인과 지식(causal reasoning or understanding)을 가지고, 지식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스마트한 생각이다. 아르키메데스가 자신의 몸과 왕관과의 유사성(정렬 가능한 차이점)으로 왕관의 부피와 무게를 통해 밀도를 계산(law of displacement)했던 것도 지식과 새로운 경험 사이의 유사점을 찾는 스마트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19세기 말엽 노벨상 수상 작가인 키플링의 아래의 시(詩)를 읽어보면 육하원칙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확실해진다.
I Keep six honest serving-men(나에게는 여섯 명의 정직한 하인이 있네). Their names are what and why and when and how and where and who(그들의 이름은 무엇, 왜, 언제, 왜, 어떻게, 어디서 그리고 누구라네)!
육하원칙(5 W1 H)은 의문사(의문의 죽음?)다. 학생들과 함께 탐정 놀이를 하듯 해답을 찾기 위한 놀이를 한다. 대부분 질문으로 시작된다. 수업을 하기 전에 학생들의 관심과 주의를 끌게 하기(Eliciting) 위해서 주로 하는 과정이 있다. 그것은 글의 그림, 제목, 배경 혹은 주인공 등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육하원칙은 유용하게 사용된다. 학습자들의 관심과 주의를 끌게 하면서 동시에 생각하고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6가지 질문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글을 읽는 중간에도 다양한 질문을 통해 상상력과 추론력 혹은 창의적인 생각들을 유도할 수 있다. 육하원칙은 읽기 과정이 끝나고 나서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를 알기 위한 질문을 할 때도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말하기 연습도 하고, 이해력도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수준에 따라 간단한 OX 퀴즈(Quiz)로 하기도 하고, 문장으로 대답 하도록 지도한다. 이렇게 읽고 말하고 들은 내용을 글로 쓰는 과정에서도 육하원칙은 유용하다. 아니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생각을 쓰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영어의 4가지 영역을 한 번에 배우게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홀인원이 가능한 비법이기도 하다.
쓰는 과정이라는 것은 글을 읽거나 배운 후에 하는 독후 활동(post activity)을 말하는 것으로 읽은 내용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책을 통해 배운 단어와 표현을 삶의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거나 생활과 연관 지어 생각하고 적용함으로써 살아있는 배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럴 때 굳이 외우지 않아도 장기기억으로 남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질문을 하지 않고 교사의 설명과 강의를 적고 외우고 암기만을 해서는 우리의 사고가 확장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육하원칙(5 W1 H)을 사용해 늘 학생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수시로 던지는 교사가 좋은 교사다. 학생들이 서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주고 숨어있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주는 교사만이 AI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영어와의 중매 레시피 여섯 번째 비법: 의문사(WH-Q)로 질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