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언어는 꼭 필요할까. 특히 사랑하는 관계에서 언어는 필요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더 자주 느낀다. 이번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해 담임 목사님께서는 말의 해이니 무엇보다 말을 조심하자고 당부하셨다.
막둥이는 아직 20개월이다. 정확히 말하는 단어는 겨우 몇 개 되지 않는다.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싫어. 줘 "
그 밖의 의사표현은 울음이고 대부분은 표정이다. 내가 맛있는 걸 주면 덥석 받아먹고, 싫어하는 걸 주면 얼굴을 찡그리며 도리도리 한다. 하고 싶은 것을 가져와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해달라고 한다. 내가 그 마음을 맞출 때도 있고, 다 맞추지 못해도 어느 정도 통하면 웃는다. 본인도 아직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를 때가 있고, 해보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오늘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웃고, 먹고, 잠을 자고, 응가를 하고, 독서도 하고, 외출도 하고, 놀기도 했다.
사랑을 나누기 위해 많은 말이 오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수많은 말들은 껍데기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향한 표정과 눈짓, 몸짓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말보다 더 깊은 애정을 발견한다.
조금씩 나이가 들수록 활자의 언어보다 침묵의 언어가 얼마나 값진지 알아간다.
사랑과 감사는 꼭 표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구나. 내가 아기를 바라보고, 아기가 엄마를 바라보듯 서로를 원하며 애정을 갈구하고 입 맞추고 안아주며 오래 곁에 머무는 것,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여 일의 빠른 처리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는 있어도, 사랑할 수는 없다. 살과 살이 포개지고 마음이 출렁이는 일은 해결 이상의 풍성함을 안겨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 안에서 우리는 몸으로 익힌 사랑을 알고 내 주변이 나비효과처럼 번져가는 것을 목격하는 것이다.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기를 보며 다시 배운다
SNS를 요즘 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