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지내는 한 달 동안 1일 1 글 프로젝트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글을 구독해주시고 계시는 너무도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독자 여러분.
브런치에 에세이 형식의 글이 아닌 이렇게 독자 여러분께 쓰는 글은 처음인 것 같아요.
요즘 브런치에 새 글이 뜸했죠?
아마 제 브런치와 동시에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구독해주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지금 제주에 있어요.
일단 왜 제주에 내려오게 됐는지 말씀드리자면요,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었던 건 7년 전 혼자 처음으로 제주도에 일주일 동안 여행하면서부터 였어요.
그 이후로 정말 제주 앓이를 심하게 하며 진지하게 제주 이민을 준비했었어요.
당시 본가에서 지내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8개월 간 제주 이민 초기 정착금을 모았었어요.
그러던 중 제주행 비행기표 예약을 마쳐놓고, 짐을 챙기다가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정보를 보다가를 반복하던 어느 날이었어요.
정확히 제주로 떠나기 3일 전으로 기억해요. 제주 살이 인터넷 카페에서 한참 동안 구직 정보와 살만한 원룸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때 누군가 제 방문에 노크를 하고 들어오더라고요.
친오빠였어요. 제주도로 갈 준비에 바쁜 저에게 오빠가 대뜸 한 마디 물어보더라고요.
"근데, 너 제주도 왜 가는 거지?"
아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면 망설임 없이 "그냥 너무 좋아! 살아보고 싶어!"라고 했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질문에 아무런 답도 못하고 있는 저를 마주하게 됐어요.
결국 그때 샀던 최저가 제주행 비행기표는 취소도 못 한 채 증발되어 버렸고, 저는 급 태국행 비행기표를 구매했고 그해 겨울 혼자 처음으로 동남아 일주를 했어요.
그 여행 중 '한 번 원 없이 돌아다녀보자!'라는 마음이 생기면서 세계 여행을 꿈꿨고, 한국으로 돌아와 3년 간 서울 생활하며 열심히 회사에 다니면서 장기 여행 자금을 모았죠.
그렇게 저는 1년 7개월 간의 세계 여행과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보면서 제대로 배운 게 하나 있어요.
'낯선 곳에서의 삶이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
'낯선 사람으로서 사는 삶은 생각보다 초라하고 외롭고 고되다는 것.'
'하지만 나란 사람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으로서 초라하고 외롭고 고된 생활을 할 때
가장 나 다울 수 있으며, 나 스스로 나를 그대로 좋아해 주고 믿어준다는 것을요.'
그동안 여러 이유들로 미루고, 또 미루고, 핑계 대고, 외면해오다가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용기 내어 오래전 꿈만 꾸던 제주라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으로 머물다 가려고 해요.
제게 제주도는 언제고 한 번은 꼭 왔을 그런 곳, 그런 섬, 그런 꿈이자 그런 기억이에요.
이유가 어찌 됐건 저는 2020년에 이렇게 제주에 오려는 인연이자 운명이었다고 생각해요.
7년 전처럼 '제주에서 살 거야!', '제주에서 자리 잡을 거야!'와 같은 목표는 애초에 만들지 않고 출발했어요.
일단은 한 달만 살아보려고요.
그런데 한 달 뒤에도 이 섬이 저를 붙잡는다면, 그땐 그냥 힘없이 붙잡히려고요.
하지만 제가 떠날 때 즈음 이 섬에서 그 어떤 사람도, 장소도, 바람도, 햇빛도, 그 무엇도 저를 붙잡지 않는다면 서운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육지로 돌아가려고 해요.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제가 제주에 왔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또 다른 중요한 결심을 전하려고 이 글을 씁니다.
"저, 제주에 있는 한 달 동안 매일매일 글을 써보려고 해요."
다른 작가님들처럼 100일 동안 1일 1 글 프로젝트는 솔직히 아직 자신이 없어요.
일단 내일인 11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31일 동안 브런치에 매일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릴 거예요.
주제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들을 중심으로 우리 마음과 기억, 사랑, 추억, 여행, 꿈 등등 다양하게 써보려고 해요.
읽고나면 따뜻해진 마음에 씨익- 미소 지으실 수 있는, 킥킥 거리며 웃을 수 있는, 과거 속에 달갑지 않은 누군가가 생각나 씩씩 거릴 수도 있는, 혹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어 방구석에 먼지 쌓인 캐리어를 쳐다보게 만드는 글.
아니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어떤 아련함과 아릿함이 전해져 괜스레 밤하늘을 쳐다보고 싶게 만드는,
갑자기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 누군가가 그리워져서 또다시 사랑이 하고 싶은 그런 맘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글들을 써볼게요.
브런치에 매일 접속하지는 않으실지라도 가끔 들어오셔서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후루룩 읽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 브런치 자주 클릭해주세요.
브런치에 쓰는 제 글은 정말로 나만 보는 일기장임과 동시에 여러분들에게 들키고 싶은 일기장이니까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 함께 쓰고, 읽고, 느끼고, 남기고, 나눠요.
그럼 저는 내일부터 멀리서 자주 찾아뵐게요-!
-기록하는 슬기 올림-
조금 더 짧고 빠른, 담백한 제주 기록은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왔다고 말씀해주시면 너무너무 반가울 것 같아요! : )
https://www.instagram.com/jeju_seul9
※ 혹여나 걱정하시는 분들 계실까 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수도권 코로나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전에 제주에 도착했습니다.
지금까지 숙소는 모두 1인실만 사용했고, 한 달간 지낼 곳도 혼자서 지내는 곳으로 계약 마쳤습니다.
워낙 조심성 많고, 겁 많은 저는 방역 가이드라인을 (그 이상으로) 철저히 지키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에 저는 쓸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