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글'과 '꿈'에 대한 내 '진심'을 알 수 있게 해 준 곳
며칠 전, J언니(이하 '언니')는 내게 물어볼 것이 있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언니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세계 여행을 했었고, 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에 내려와 1년 살이를 하고 있는 지인 중 한 명이다. 요즘 알게 된 이야기인데 언니도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이 예전부터 있었고, 코로나 19 이전에는 실제로 출판사와 출간과 관련해서 연락까지 했었다고 한다. (여행 관련 책이라 코로나 19 이후 그 출판사와의 출간 계획은 무산됐다.) 현재는 글보다는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며 프리랜서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언니지만 늘 언니의 마음속에는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언니가 연락을 한 이유도 '글쓰기', 정확히는 '브런치'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언니는 예전부터 '브런치'에 글을 써보고 싶다고 말하곤 했었다. 하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브런치는 작가 신청을 한 후, 심사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다른 플랫폼보다는 높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조금 더 센 부지런함과 용기가 필요하다. 언니가 내게 브런치와 관련해서 물어본 내용은 요즘 내가 하고 있는 1일 1 글 프로젝트와 관련해 매일 어떤 주제로 글을 쓰는지, 소재를 매번 어떻게 찾는지 그 점에 대해 물어봤다.
현재 21일째, 매일 글을 써오고 있긴 하지만 사실 가장 힘든 건 딱 언니가 내게 물어본 그 부분이기에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어려웠다. 잠시 천장을 바라보고 생각을 정리한 뒤 언니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했다. 내가 전반적으로 쓰는 글의 내용과 그 안에 담고 싶어 하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글의 소재는 문득문득 생각날 때마다 항상 '메모'를 하고, 그 단어와 문장들을 바탕으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든다고 말했다. 언니는 이외에도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몇 가지 더 물어보고 이번에는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다음날, 언니는 브런치 어플을 다시 깔았다면서 내가 올린 글들을 여러 편 읽어봤다며 다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언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브런치에 올라온 네 글들을 읽고, 나한테 뜨는 여러 편의 글을 읽었거든? 근데 나 오히려 브런치에 글 쓸 더 자신이 없어져.. 왜 이렇게 여기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 거야? 블로그에 글을 썼던 느낌으로 여기에 글을 쓰면 안 될 것 같아.. 브런치 제대로 보니까 글 쓸 엄두가 더 안나.."
지금 언니의 모습은 내가 브런치에 자신만만하게 작가 신청을 하고, 바로 승인을 받고도 브런치에 글을 못 올리고 있던 2017년 그 시절 나와 너무도 똑같았다. 브런치에는 '내가 여기 글을 써도 될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는 기가 팍팍 죽는 글들이 많았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글'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은 그 어떤 아우라가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언니는 이제야 그 아우라를 느낀 듯했다.
그런 마음으로 2년 간 방치했던 브런치에 작년부터 열과 성의를 다해서 글을 매주 올릴 수 있던 이유는 단 하나다. 브런치에는 여전히 멋진 글과 그런 글을 쓰는 작가님들은 많았지만 '글'에 대한 내 진심이 달랐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며 느끼는 부러움과 질투는 잠시, '내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을 써야겠다.'는 그 간절함을 느꼈기에 긴 고민 없이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 깨달음을 깨닫게 된 계기는 먼저 글을 쓰고, 세상에 내놓은 후였다. 나는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제가 브런치에 처음 글 쓸 때 마음이랑 완전히 똑같네요.. 저도 그래서 한참 동안 브런치 앞에서 서성이기만 했어요. 그리고 작년부터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서 열심히 제 글을 써서 올렸는데요,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바뀐 점이 하나 있다면 일단 글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제 진심을 느끼게 됐어요. 언니도 몇 년 전부터 '글'에 대한 막연한 꿈만 가지고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언니 일단 써봐요. 지금부터 글의 주제, 소재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 하나 써서 세상 밖으로 내놓아요. 그럼 언니가 늘 가슴속에 품고 있던 '글'에 대한 진심에 대해 더 잘 보일 거예요."
언니는 "내가 지금 딱 그래.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알겠어. 이번엔 진짜 해볼게!"라는 말을 남기고 며칠 뒤 작가 신청을 완료했다는 화면을 캡처해서 내게 보냈다. 아직 언니가 브런치 작가에 합격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몇 년째 미루던 작가 신청을 했다는 것, 그 움직임 자체로도 나는 언니가 늘 멀지 감치 떨어져서 바라만 봤던 글에 대한 꿈에 아주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본다. 모든 움직임이 그러하듯 시작하는 그 한 번이 어렵지, 움직임에도 관성이 붙으면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다.
1일 1 글 프로젝트 3주를 꽉 채운 오늘, 생각해보니 첫 주차 때보다는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한 '생각, 고민'들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예전에 글 앞에서 먼저 드는 생각이 "아.. 글 써야 되는데.. 이번 주에 쓰긴 해야 하는데.."였다면 지금은 "오늘은 무슨 글을 쓰지..?"라는 생각을 하며 이미 두 손은 노트북 키보드 위에 놓여 있는 것만 봐도 많이 변했다. 결국 우리가 꾸는 꿈에 대한 진심을 알 수 있는 방법도, 그리고 그 꿈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은 같다. 그 꿈을 향해 아주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해보는 것. 움직여 본 사람만이 안다. 고단할지라도 꿈을 현실 곁에 가까이 두고 싶어 했었는지 혹은 조금은 거리를 둔 채로 아름답게 바라보고 싶어 했었는지를.
지금 나도 '글'이라는 '꿈' 앞에서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 사람이지만,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지고 있는 언니가 꿈과 더 이상 멀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꿈을 꼭 현실로 가져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더라도 꿈만이 내는 빛을 바라보며 조금 더딜지라도 움직일 수 있는 진심과 열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니도, 나도, 우리 모두 마음속 어딘가에 심어진 꿈의 씨앗을 각자의 방법과 속도로 보살펴서 잘 키웠으면 좋겠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느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꿈을 보살피고 키울 수 있는 건 다 제 이야기를 찾아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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