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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Mar 09. 2021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용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힘과 위로, 용기를 받는 사람들에게

일주일 전이 었다. 이불속에 들어가 눈을 감기 직전,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동생 B에게 오타가 섞인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메시지를 보아하니 B는 대학교 때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교수님과 오랜만에 만나 술 한 잔을 하고 내게 연락을 한 것 같았다.


다음 날 나는 조금은 알아보기 어려웠던 메시지의 내용을 제대로 듣기 위해 B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몇 번 지나자 숙취에 절여진 B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B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어제 왜 연락을 했는지 내게 설명해줬다.


"언니. 어제 진짜 오랜만에 00 교수님이랑 후배 한 명이랑 같이 저녁 식사했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언니 이야기 나와서 언니의 근황에 대해 제가 다 말씀드렸어요. 몇 년 전에 세계 여행 다녀오고, 그 후에 글 쓰고 있는 거랑 지금은 제주도에 있는 것 까지!" 


"오.. 00 교수님이 나 기억하셔? 내가 졸업하고 메일 한번 보내고 그다음에는 연락 한 번도 안 드렸었는데.."


"당연히 기억하죠! 00 교수님이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하던데요? 제가 언니 자랑 엄청 했어요. 진짜 멋있게 살고 있다고."


"00 교수님이 아직 나를 기억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뭘 또 진짜 멋있게 살아. 어우.. 자꾸 나 자랑하고 다니지 마.. 아직 나 자랑할 정도는 아니야. 자리도 좀 잡고 그래도 한 줄로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자랑할 만하지. 안 그래?"


그러자 B는 내 말이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언니, 제가 늘 말하잖아요. 저는 언니처럼 자존감 지키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이 저랑 친한 사람이라는 게 너무 좋다고요. 

언니를 보면 뭐랄까. 저 스스로 자신 없고, 흔들리는 일 앞에서도 용기가 생겨요. 그리고 가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할 때 머뭇거리게 되는데 그때도 언니를 생각해요. 

물론 언니도 지치고 힘들겠지만 언니는 늘 묵묵하게 언니가 원하는 일을 했던 것 같아요. 남들 눈치 안 보고.

그러니까 저는 계속 언니 자랑하고 다닐 거예요! 말리지 마요!"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봐주고 알아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내게는 더더더 큰 자랑이다.



맞다. B는 진심으로 매번 내게 이런 말을 자주 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의 선택과 행동을 바라봐주고 응원해주는 B의 마음에 고마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B가 내게 해 준 이야기의 내용은 비슷했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이전과 달리 고마움을 뛰어넘어 내 머리에 '띵-'하고 강한 충격을 주었다.


왜냐면 요즘 나는 조금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 여러 사람들이 입을 벌리고 '대단하다'라고 느낄만한 거창한 목표를 한순간에 이루고 싶은 욕심은 없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사회적 동물인 한 명의 사람인지라 30대가 되고나서부터 내 시간은 더욱 빨리 가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을 선택한 이상 앞으로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1년, 2년이라는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달성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은 멀리 떨어진 목표를 바라보기보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발 끝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일뿐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발끝만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왔던 나도 요 근래 잠시 고개를 들어 올려 시계를 확인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조금 더 속력을 높이고 싶었고, 그렇게 걷는 와중에 멀지 않은 곳에 달콤한 열매 한 두 개쯤은 내 손안에 넣고 싶었던 것 같다.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안에서 그 당연함을 받아들이기 조금은 힘겨웠던 것 같다.






B의 이야기를 듣고 문득 며칠 전 친한 친구가 내게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든 꼭 성공하고 싶다는 나의 말에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해줬다.

"너의 성공의 기준은 나의 성공의 기준과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너는 이미 성공한 삶이 아닌가 싶어. 

네가 저번에 그랬잖아. 네가 글 쓰는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그래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지금 너는 내가 보기에 충분히 그렇게 살고 있어. 너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도 하지만, 나한테 이미 좋은 자극을 주고 있거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네 모습 보면서 자극받아서 지금까지 미뤄왔던 컴퓨터 학원도 등록했고, 운동도 시작했어. 그냥 너의 지금 살아가는 모습, 그 행동 자체가 나한테는 용기도 되고, 힘도 되고, 또 위로도 돼."


 

지금 멀리서 나 모르게 나의 이 시간들, 나의 이 여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과 힘을 받을 누군가를 생각하니 조금은 더 어깨가 무거워졌고, 동시에 책임감이 생겼다. 

그리고 두 눈과 두 귀에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사회적 알람 앞에서 조금은 더 무뎌질 수 있는, 더 느긋해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마지막으로, 나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나는 이미 누군가의 자랑이자 누군가의 성공이라는 것을, 

나를 그렇게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누군가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자고.'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만들어가고 쌓아가고 있는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가 되길 바라며 부지런히 기록하고 나누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 )



*브런치 새 글은 매주 월요일, 목요일 발행됩니다.

(가끔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즈음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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