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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Mar 16. 2021

3월의 글쓰기 근황과 슬기 드림 3월 호 연재 소식

제주에서 매일매일 글 쓰는 프리랜서 작가의 도전기

어느덧 겨울 패딩, 겨울 코드들이 모두 장롱 속으로 들어갔어요. 이제는 제법 우리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졌고, 얇아지기 시작했어요. 달력을 확인하니 오늘이 벌써 3월 하고도 딱 중간, 15일이네요. 그러고 보니 제가 작년 11월 중순 즈음 제주도에 내려왔으니까 제주도에 온지는 4개월을 꽉 채워가요. '한 달 동안 낯선 곳에서 글만 써보자'라고 마음먹고 내려왔는데, 지금 돌아보니 정말 작년 11월부터 21년 3월까지 쉬지 않고 글을 쓰고 있어요.


낯선 곳에 오면 왠지 모르게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 때문인지 '혼자'가 된 것 같은 그 느낌에 뭔가 더 용감해지고 절실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어떤 도전을 해야 할 때, 어떤 변화가 필요할 때, 그때마다 낯선 곳을 찾았어요. 낯선 곳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저는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또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었거든요.


제주에 온 지 이제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제가 쌓아온 저의 움직임들을 돌아보면 꽤 마음에 들어요. 왜냐면 제가 '꿈꾸는 미래'와 같은 '현실'을 살고 있거든요. 제 꿈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에요. 많은 분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저의 이야기가 남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보이고 들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잊고 있던, 외면하던 감성과 감정이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글을 써요. 매일, 매 순간 고민해요. '어떤 이야기가 내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힘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가 그동안 쌓인 피곤함과 노여움을 잠시라도 잊게 해 줄까. 어떤 한 줄이 아무도 몰라줬던 외로운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어떤 한 마디가 오늘 하루를 견뎌낸 애쓴 몸과 마음을 안아줄 수 있을까.' 하고요.


매일매일 제가 짓는 이야기에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제 진심만큼은 꾹꾹 눌러 담아요. 이런 저의 마음을 알아주신 건지 제 글을 찾아주시고, 저를 응원해 주시는 구독자분들 덕분에 슬기 드림 구독 서비스가 벌써 3월 호를 준비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제가 매일매일 글을 쓸 수 있을까? 내 글을 누가 돈을 주고 읽을까? 1월 호 이후로 또 재구독을 해주실까?' 걱정하고 의심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재 구독률을 따지고 보니 80%가 넘어요. 솔직히 아직도 저는 신기하기만 하고, 또 한없이 감사드려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늘 느끼는 불안, 외로움 이런 감정들은 둘 이상이 되면 사라진다고요. 그러니까 여러분의 불안과 저의 불안이 만나고, 여러분의 외로움과 저의 외로움이 만나면 더 이상 그건 불안도, 외로움도 아닌 거죠. 우린 서로의 불안과 외로움을 공감했고 알아줬으니까요.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제 글에 담겨있는 솔직한 감정들과 진심을 함께 느끼기에 매일 글을 쓰는 저도, 매일 글을 읽고 느끼시는 구독자님들도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받고 힘을 받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저는 우리가 '삶'이라는 거대하고도 야속한 한 글자 앞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너무 오랜 시간 아파하지 않도록 그 아픔과 노여움을 알아주고 안아줄 수 있는 이야기를 짓겠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꾸준히,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눌 테니 언제든 찾아주세요.


슬기 드림 구독자분, 브런치 구독자분 모두 모두 응원해주시는 그 마음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슬기 드림 3월 호 연재 소식을 전하며, 지난 슬기 드림 2월 호의 글 한 편을 실어드리며 마무리합니다.



[슬기 드림 3월 호 안내]

*연재 일정 : 2021년 3월 22일 월요일 ~ 4월 26일 금요일 / 총 4주간

*메일 발송 시간 : 평일 (월, 화, 수, 목, 금) 오후 9시 ~ 11시

*구독료 : 15,000원 (총 20편의 이야기, 한 편 당 750원)

*구독 방법 : 아래 슬기 드림 구독 신청서 클릭 후, 간단히 성함과 이메일 주소 작성 - '제출' 클릭



[슬기 드림 3월 호 새로운 코너]

*3월 호 새로운 코너가 추가됐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제가 쓴 글을 직접 '낭독'해 드립니다. 팟캐스트나 라디오처럼 음성으로 제 글을 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몇몇 독자분들의 의견을 받았습니다. 해당 이야기와 함께 낭독한 영상 파일 링크를 함께 보내드립니다.

-한 달에 한 번, 슬기 드림 구독자분들을 위해 지금 제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제주 일상 브이로그' 영상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3월 호가 마무리될 즈음 완성된 브이로그 영상 링크를 제주 일상 에세이와 함께 보내드립니다.


▼슬기 드림 3월 호 구독 신청하기▼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 구독 신청을 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제가 직접 작성한 구글 폼이니 안심하고 클릭해주세요.)

https://forms.gle/19qrgzmrUT36raDc9



슬기 드림을 구독하면 어떤 글이 배달되는 건지 궁금하실 구독자분들을 위해 지난 2월 호에 있던 글 한 편을 실어드립니다.

(글의 주제는 다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글 하단에 구글 폼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슬기 드림 2월 호_ 2021. 3. 8. 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너부터 생각날 것 같아.  


*오늘의 코너 : 작가의 확고한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 영화, 드라마, 음악을 함께 공유하고 그로 인해 느꼈던 감정과 기억을 이야기하는 '리뷰 감성 에세이'


그런 노래가 있다. 짧은 반주가 흐르고, 가사의 첫음절을 읊조리는 가수의 목소리를 듣는 그 순간, 과거의 어느 한 장면 속으로 데려가는 그런 노래가 있다. 그 장면은 대체로 평소에는 잘 떠오르지 않았던,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꽤 선명히 새겨진 한 장면이다. 그 장면 속에 나는 웃고 있지만, 그 장면을 바라보는 훗날의 나는 웃을 수 없다.


이 노래의 가사 첫 줄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4년 전 겨울, 아주 큰 호수가 도시의 정가운데 자리 잡고 있던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만났던 한 사람이다. 호숫가 주변 벤치에 혼자 앉아 이어폰을 양쪽 귀에 꼽고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꼭 내 옆자리에 앉았던 그 사람.  


어느 날 그는 여느 때처럼 내 옆자리에 슬며시 앉더니 내 오른쪽 귀에 꼽혀있던 이어폰을 빼서 자신의 왼쪽 귀에 꽂았다. 그리고 그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 가수의 이 노래를 알고 있느냐며 되묻고는 꼭 우리 둘은 엄청난 운명이 아닐까 확신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후로 우리는 낮이며 밤이며 호숫가 근처에서 이 가수의 노래를 함께 들었다.  


그날도 우리는 나란히 벤츠에 앉아 이어폰을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끼고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 물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우리가 좋아하던 그 가수의 노래가 이어폰 선을 타고 우리 각자의 귓속으로 흘러들어 갔다.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반주가 지나갔고, 첫음절을 덤덤한 듯 슬픈 듯 노래하는 그 가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그 사람은 이 노래의 가사 첫마디인 '찬란했던 겨울 호수 얼어붙은 기억'을 듣자마자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앞으로 이 가수 노래만 들어도 아니, 이 가수 이름 두 글자만 봐도 너부터 생각날 것 같아."  


그때 나는 그의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네가 생각날 것 같아."라고 해버리면 정말 그 후에 이 가수의 이름만 들어도, 이 가수의 목소리가 어디서든 들려올 때면, 이때가, 이때의 내가 생각날까 봐 두려웠다. 왠지 훗날의 나는 이 순간을, 이 순간 속 나를 지독히도 그리워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란 사람은 온몸에 세포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는 걸까. 현재의 어떤 순간이 너무 좋아지면 덜컥 미래에 '그리움'이란 감정 속에서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거릴 내 모습이 그려진다. 조금 변태 같지만 그런 그리움이란 감정을 참 많이 좋아하기도 한다. 그리움이란 나를 아프게 하지만 지난날에 나는 그만큼 행복했고, 그러한 기억을 만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 사람도 4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나를 생각할까? 아니지. 그 사람 말대로 이 가수의 이름 두 글자만 봐도 나를 떠올릴까? 나처럼 그 노래의 가사 첫음절을 듣자마자 그때, 그 호수 앞 벤치 그 사람 옆 자리로, 그 순간 속으로 들어갈까.


아마 그 사람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도시를 떠난 후, 어쩌면 나보다도 그때 그 장면 속 우리를 떠올리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가 함께 하던 그때 그 사람은 스스로에게 솔직했으니까. 그는 나를 아껴줬고, 많이 좋아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숨기지 못했고 않았다. 그는 내게도, 그 자신에게도 솔직했다.


나는 늘 그랬듯 늦었고, 솔직하지 못했다. 그가 내게 그의 마음을 보여줄 때 나는 그를 외면했다. 그리고 그곳과 그 장소를 떠난 후에 알았다. 겨울이 찾아올 때마다 차가워진 바람 냄새가 코끝에 스칠 때면, 오후의 햇빛이 이마에 닿아 눈이 부셔서 찡그리며 파란 하늘을 바라볼 때면, 그리고 우리가 좋아했던 그 가수의 이름을 어느 글 속에서 볼 때면, 그때 함께 들었던 이 노래의 제목인 'December', 12월이 될 때면 어김없이 그때와 그때의 나, 그때의 그를 떠올리고, 후회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알았다.


'나는 먼 훗날 이 순간을 그리워하겠지'라는 말은 곧 '지금 나는 이 순간을, 이 순간을 완성시켜주고 있는 내 옆에 그 사람을 오랜 시간 잊지 못할 거야'라는 뜻임을.



이 노래의 가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이 부분이다.

'세월은 끊임없이 너를 밀어내는데

계절은 어김없이 너를 데리고 오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아팠던 기억, 좋았던 기억들은 모두 다 지워진다고. 하지만 모두들 겪어봤을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그날의 온도, 습도, 바람, 냄새, 분위기 같은 것들 그리고 노래의 가사 한 줄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을 때 흐른 세월이 무색하게 어김없이 그 사람을 데리고 온다는 것을.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세월이 흐르면서 그 기억 속 아픔과 감정도 함께 흘러간다는 것이다. 몇 번의 같은 계절을 맞이하고, 다시 맞이하다 보면 그때의 기억은 선명할지언정 그때의 감정은 희미해져 있으니까. 그리고 희미한 아픔을 기억하는 겨울을 더 옅게 만들어줄 봄은 꼭 오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몇 번 더 끊임없이 밀어내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떤 기억을 보내고 맞이하고 반복하다 보면 결국엔 기억 속 12월에는 따뜻한 햇살만이 남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금 내가 그때, 그곳, 그 사람의 기억을 너무 슬프지 않게, 너무 아프지 않게 기억하는 것처럼.


  

<오늘의 부록>

오늘 이야기 속 '이 노래'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인 '짙은'이 부른 'December'라는 곡이에요.

겨울이 지나 봄이 막 다가오는 이 시기가 되면 이상하게 저는 영하의 온도에서 찬 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한 겨울보다 이 노래가 더욱 자주 떠올라요.

아마도 이 노래를 듣던 그때 그 도시의 겨울 날씨가 우리나라의 2~3월의 날씨와 비슷해서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보면 우리가 '기억'이라고 불리는 것들 속에는 단순한 어떤 '사실'이 오랫동안 남아 있기보다 우리 온몸에 닿아서 모든 '감각들이 기억하는 감정'이 더욱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오늘 당신의 하루의 끝, 혹은 하루의 시작에는 '이 노래'가 당신을 아무리 아프게 했을지라도 마지막에는 따뜻한 햇살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런 몽글몽글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어느 한 장면 속으로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메일 하단에 노래 링크와 가사 남깁니다. 가사와 함께 들어주세요.

오늘 하루도 당신의 기억 속 한순간을, 한 장면을 만드느라 애쓰셨어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이슬기 드림-   



https://youtu.be/VyKJfJP6z8s  


짙은 - December

찬란했던 겨울호수 얼어붙은 기억
깨진 틈 사이로 흐르는 맑은 하늘과
귓가에 부서지는 눈쌓이는 소리
잊었던 날들 떠올리며 멍해지는 머리
끝없이 이어지던 발걸음이 멈추고
침묵소리가 무겁게 내 맘을 때릴때
메마른 먼지냄새 코끝을 울리고 가고
차가운 바람 들이키며 멍해지는 머리
차가운 웃음속에
이별이 느껴질때
무너진 가슴속에
또 하나의 불빛이 꺼지네
어두운밤 흰 눈처럼
소리없이 흩어져간
따뜻했던 사랑이여
세월은 끊임없이 너를 밀어내는데
계절은 어김없이 너를 데리고 오네
한없이 맑은물은 더욱 슬퍼보이고
들을리 없는 노래들은 물가를 맴도네
차가운 웃음속에
이별이 느껴질때
무너진 가슴속에
또 하나의 불빛이 꺼지네
어두운밤 흰 눈처럼
소리없이 흩어져간
따뜻했던 사랑이여
돌아선 뒷모습에
낯설음을 느낄때
내가 아닌 누군가 그대 곁에 머무르겠지
밝아오는 아침에도
결코 꺼지지 않고 빛날
별빛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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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 구독 신청을 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제가 직접 작성한 구글 폼이니 안심하고 클릭해주세요.)

https://forms.gle/19qrgzmrUT36raDc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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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제 이야기를 기다려주시고, 제 꿈을 응원해주시고, 저란 사람을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일 흔들리고 무너지는 연약한 저의 마음을, 저의 꿈을, 저 자신을 믿고 지켜낼 수 있는 건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믿어주신 만큼, 그 이상으로 좋은 이야기와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이번 주 목요일 (3월 18일) 브런치 연재는 한 번 쉬어갑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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