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경험과 시간, 노력을 함부로 판단하는 마음에 대하여.
2021년 올해 목표 중에 1순위로 꼭 지키고 싶은 목표가 있다. 바로, '출판'이다.
그래서 작년 11월 이후부터 주기적으로 내가 하는 일이 있다. 인터넷 대형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서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신작들을 조사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그중에 내 글의 결과 비슷한 책을 출판한 출판사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에세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책에 대해 독자들이 남겨놓은 후기들을 꼼꼼히 읽어보곤 한다. 여러 사이트를 오가며 다양한 후기들을 읽다 보면 어떻게 하나의 책인데도 이렇게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지 놀랍다. 똑같은 책이지만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봤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너무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돈이 아깝다며 실망했다는 말을 가감 없이 남기기도 한다.
맞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책'이라는 것을 읽은 후 다양한 의견의 후기들이 있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이렇게 수많은 후기 중에 유독 눈에 띄고, 머리에 오랫동안 남는 문장들이 있었다.
"이게 책이냐? 요즘 책들은 제목만 감성적이게 짓는 듯. 막상 내용은 별거 없다."
"요즘은 sns에서 유명하면 아무나 책 내고 아무나 작가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책 수준이란.."
"이런 책은 나도 그냥 쓰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후기가 남겨진 그 책에 대해 나 또한 그리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sns에서 떠돌아다니는 짧은 글귀들을 엮은 듯 보이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냉정한 독자들의 후기에 나도 공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도 저기 위에 남겨진 후기들과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요 근래 출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며 나의 생각은 조금 변했다.
물론 실제로 저렇게 후기를 남기는 사람들, 혹은 작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현재 몇몇 에세이 베스트셀러 작가들보다 글은 더 잘 쓸 수 있다. 그리고 글에 대한 진심과 열정 또한 더욱 진지하고 뜨거울 수 있다. 하지만 이익을 남겨야 하는 하나의 상품인 '책'을 만들고 파는 일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작년 말부터 출판사에 투고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출판 기획서를 작성하는 동안 매일 같이 서점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평소에 존경하고 닮고 싶은 작가님들의 책 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들이 판매 순위에서 늘 상위권에 링크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요즘 책을 읽는 사람들을 탓했었다. 그들이 내용이 긴 것을 싫어하고, 시간을 들여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점점 읽기 쉽고, 내용도 짧은 글을 위주로 출판한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그들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책 또한 같은 수준을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베스트셀러 순위 화면을 오랫동안 바라본 후 내가 출판 기획서의 빈칸을 채우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혼란스러웠다. 어떤 방향으로 어떤 책을 기획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내가 무시했던 책들 보다도 잘 쓸 자신도 잘 팔 자신도 없어졌다.
얼마 뒤, 나는 내가 인정하지 않던 그 베스트셀러들을 도서관에 가서 몽땅 다 빌려왔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책의 작가 소개, 머리말, 목차까지 샅샅이 다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작성해 놓은 출판 기획서를 떠올려봤다. 내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당시 내 손에 들려있던 책들이 시장성과 구성력에 있어서 더욱 훌륭했다.
실제로 '출판'이라는 이름 앞에 직면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막상 책의 콘셉트를 정하고, 책의 제목을 짓고, 책의 목차를 만들고, 책을 구성할 이야기들을 쓰려고 책상 앞에서 몇 달간 인상 쓰고, 한숨 쉬고, 머리를 수도 없이 헝클어뜨리고 나서 그제야 알았다.
책의 내용이 어떻게 됐든지 간에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고, 그 책이 대중들의 선택을 받게 되는 일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 책에 대해 '아무렇게' 평가하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서점 사이트에 남겨진 몇몇의 그러한 후기들을 보면서 기억에 오래 남았던 것이다. 예전에 나를 보는 것 같아 공감이 가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부끄러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해보지 않은 타인의 노력을 쉽게 생각했던 점이 예전에 나와 너무도 같았기 때문에.
원래 사람은 내가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해보지 않았으니까. 그 일을 했을 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모르니까.'
그래서 우리는 가끔 내가 해본 경험, 내가 했던 일만이 가장 어렵고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내가 해보지 않은 경험,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은 겉으로만 바라보고 판단한 후에 너무도 쉽게 말한다.
'나라면~', '내가 했다면~'이라는 말들을 앞에 붙이면서 직접 그 일을 해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나도 저런 책은 그냥 며칠 만에 쓸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던 예전에 나처럼 말이다.
물론 당사자 앞에서 그런 말을 내뱉은 적은 아직 없지만 그런 오만한 시선으로 타인의 노력과 시간, 삶을 함부로 판단했었다.
그래서 이제는 겉보기에 아무리 쉬워 보일지라도 내가 해보지 않았다면 심지어 같은 일을 해봤더라도 타인의 정성과 시간이 담긴 어떠한 것에도 함부로 생각도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 권의 책을 보고도 똑같은 문장의 후기는 하나도 없듯이 우리가 겪는 모든 경험, 특히 진심과 노력이 들어간 경험은 모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남기 때문에.
오늘도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마음에 드는 나를 찾고, 기억하고, 닮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깨닫고 배우고 기록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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