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하는 슬기 Apr 29. 2024

30대에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싶다면 알아야 할 것

나는 연애에 있어서 안정적인 사람일까? 불안한 사람일까?

"넌 연애할 때 안정적인 사람이야? 아님 불안정한 사람이야?"


2~3년 전이었다. 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애매한 사이였던 P가 내게 물었다. 이 질문에 긴 고민을 하지 않고 답했다.

"나는 불안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P는 곧바로 질문을 이어서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이번 질문에는 바로 답할 수 없었다. 내가 연애할 때 왜 불안하지 않은 스타일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 명료하게 생각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채 우선 떠오르는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음.. 일단 일상 생활할 때 '연애'가 '인생의 0순위'는 아니었던 것 같아. 나는 일이랑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연애에 목매지는 않았던 것 같아. 연락도 그렇고 만나는 횟수도 그렇고.. 물론 중간에 어떤 사건으로 불안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불안했던 연애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예상치 못했던 질문을 받고 나니 그 질문을 한 당사자 P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러면 너는?"


P는 이 질문에 대해 오래전 정리를 마친 듯 차분히 답했다.

"나는 안정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사실 20대에 연애할 때는 내가 엄청 안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어. 연애할 때 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안정적이라고 느꼈었거든.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아니더라고. 연애를 하고 나면 대체적으로 상대방은 나랑 하는 연애가 불안했고, 힘들었다더라.

그러고 나니까 보이더라고. 상대가 줄곧 나와의 연애를 불안하게 느꼈다면 나는 결국 불안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연애를 할 때 '나는 불안한 사람이다. 안정적인 사람이다.' 이거는 나 스스로 판단해서 말할 수 없는 거더라."



연애에 있어 안정감이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P의 대답은 내 이마를 톡-하고 친 것 같았다. 나는 늘 내 시선, 내 기준으로만 생각했었다. 나는 안정적인 사람인데, 상대방에 따라 나의 안정감이 변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안정적이었다고 느꼈던 장기 연애를 돌아보니, 상대방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매일 변치 않는 표현과 진심으로 내가 연애에 목매지 않도록, 내가 연애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노력했던 것이다.


반대로 불안정하다고 느껴서 짧게 마침표를 찍었던 단기 연애를 돌아봤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꽤나 안정적인 사람인데, 상대방의 00한 점 때문에 불안하다고. 불안함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려고 노력하기 이전에 이미 불안해진 내 마음은 상대를 떠날 궁리만 했었다. 빨리 그의 곁을 떠나야 내가 덜 불안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넌 연애할 때 안정적인 사람이야? 아님 불안정한 사람이야?"

만약 P가 지금 내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전과는 다르게 답할 것이다.


"나는 안정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아."라고.


이제야 보인다. 20대 때나 30대 중반인 지금이나 가슴 떨리는 연애 앞에서는 늘 불안하고 휘청거렸던 내 모습이. 특히 30대 이후에도 연애를 시작하려고 하면 이리저리 흔들렸던 내가 싫었고, 그런 나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한동안은 연애 자체를 외면했었다. 나는 안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그저 불안을 외면했던 사람이었다.


연애에 있어서 안정적인 사람이라는 정의가 비로소 정리가 된다. 안정적인 사람은 '연애할 때 나 스스로 혼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닌, '이 관계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그래서 '상대와 관계에 있어 안정감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정말 연애를 할 때 안정적인 사람이었다.


물론 단 둘이 만들어가는 연애라는 관계의 특성상 한 명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안정적인 관계가 이어질 수 없다. 같은 방향의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끼리, 서로의 삶과 일상, 사랑을 위해 매일매일 티 나지 않는 노력을 해야 안정적인 관계는 오래간다. (티 나지 않는 것은 '매일' 하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는 것일 뿐 돌아보면 그 노력들이 연애의 전부라고도 볼 수 있다.)

 

함께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닮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비슷한 '안정'을 향한다. (어찌 됐건 으른의 연애란 참 어렵다.)



30대가 된 후 나와 주변 친구들은 연애 이야기를 할 때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안정적인 사람을 만나서 안정적인 연애하고 싶어."


이 말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사람이기에 계속 감정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성향 차이는 있겠지만 세상에 애초부터 항상 쭉~ 안정적인 사람이 있을까? 특히 연애에 있어서?

나는 없을 거라고 본다.

안정적인 연애를 꿈꾼다면 역으로 우리는 쉽게 불안해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너와 나의 안정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연애에 있어서 안정이란 때로는 참 어려우면서도 별거 없는 것 같다.

안정이란 나의 불안정 버튼을, 너의 불안정 버튼을 서로 누르지 않는 일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안정과 불안정 사이를 셀 수 없이 왔다 갔다 하며 서로를 포기하지 않아야겠지만.






오늘도 제 이야기를 찾아주시고,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들어주시는 분들의 공감과 댓글은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 본 브런치 북은 매주 월요일에 연재됩니다.


(다음 주 5월 6일 월요일 연재는 쉬어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