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록하는 슬기 Apr 22. 2024

30대 중반, 덕업일치 5년 차가 꼭 알려주고 싶은 것

내 인생에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다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

나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글감, 아이디어, 문장을 휴대폰 메모장 '단상'이라는 폴더에 적어둔다. 600여 개의 메모 파일이 저장된 단상 폴더를 쭉 훑어보면 '내가 어느 시기에는 어떤 생각을 주로 했는지, 어떠한 깨달음을 얻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내가 자주 쓴 단어가 눈에 띄었다.

'존중'이라는 단어이다.


10대나 20대 초중반까지도 잘 몰랐다. 친구든 연인이든 그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대 즈음이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깊고도 얕은, 길고도 짧은 관계를 경험하며 느낀 것이 있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다면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나 막 존중하자는 게 아니다. 내 기준에서, 내 마음에서 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존중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다.'


이러한 의미의 존중이라는 단어는 우리 삶에서 정말 중대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자아존중감'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 또한 중요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건강한 관계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우리는 익히 학습해 왔다.


그리고 얼마 전 나는 '존중'이라는 단어를 평소 쓰던 '자기 자신, 타인, 관계' 옆뿐만 아니라 다른 단어 옆에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 단어는 '꿈'과 '일'이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중하는 마음. 어떤 것이든 좋아할수록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현재 나는 내 '꿈'인 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20대 후반부터 출처 모르는 용기가 솟아났고, 그 이후로 좋아하는 것이 내 일이자 직업이 되는 게 목표이자 꿈이었다. 이러한 덕업일치의 삶을 살아온 지 언 5년.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건 정말이지 예상보다도 더욱 험난한 과정이다. 중간중간 이게 맞는 걸까 고민하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특히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먹고살기 위한 글을 써야 했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과연 글쓰기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걸까?'로 시작된 꿈에 대한 의구심은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글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로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에는 '나는 지금 좋아하지도 않는 글을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쓰고 있어.'라는 마침표로 끝났다.


그때 나는 진심으로 '글'이라는 내 꿈도, 내 일도 좋아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아.. 오늘도 글을 써야 하네..' 하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솔직히 지긋지긋했다. 생계를 위해 억지로 약 2년 동안 매일같이 쓰기 싫은 글을 쓰며 꿈과 일을 실컷 미워했다.


그 처절했던 시간이 거치고 나서야 보였다. 만신창이가 된 내 꿈과 내 일이. 이미 내 삶 한가운데 들어온 내 꿈과 내 일임에도 내 꿈과 내 일은 주인에게 귀중하게 대우받지 못했다. 한 마디로 존중받지 못한 것이다.



내가 내 꿈을 지키지 못할 때, 내 꿈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지켜졌다. <오래된 구독자님께서 저 문구를 보고 내 생각이 난다면서 보내주신 메시지>




존중이라는 마음은 상호 작용을 한다고 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존중도 그렇지 않나.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존중한다고 해서 그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타인을 존중하듯, 타인도 나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우리는 존중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다. 나의 꿈, 나의 일도 같았던 것이다. 나는 늘 억울했다. '난 정말 이렇게 힘들게 버티고 있는데, 넌 왜 나한테 아무것도 안 해주는 거야?', '솔직히 난 어쩔 수 없이 널 버리지 못하는 거야. 지금 당장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나는 꿈과 일을 대했다.


나는 내 꿈과 내 일을 존중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나는 내 꿈과 내 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 삶에서 '존중'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존중한다'라는 마음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있다. 사람이든 꿈이든 일이든 처음에는 내가 좋아서 선택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그 존재 없이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존재에게 나의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 마음을 쏟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 존재가 나와 다르더라도, 내 예상과 다르더라도, 그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존중하려는 노력을 했음에도 계속 나를 아프게 한다면 그 존재는 더 이상 내 옆 자리가 아닌 것이다. 그럴 때는 다른 선택 또한 존중해야 한다. 이는 그 존재를 위한 마음이 아니다. 유한한 나의 삶, 시간, 에너지, 마음을 귀중하게 대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태도인 것이다.






여전히 나는 귀중한 존재에게 한결같이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참 어렵다.

하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다.

내게 소중한 꿈, 사람을 위해, 그리고 가장 귀한 내 삶을 위해.





오늘도 제 이야기를 찾아주시고, 끝까지 들여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공감과 댓글은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 본 브런치 북은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