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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Aug 08. 2024

'쓰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쓰고 싶어서 쓰는 글, 쓰고 싶어서 쓰는 마음을 다시 이곳에 새기며.


요즘 나는 하얀색 빈 페이지 위에 깜빡이는 타자기 커서를 멍하니 바라볼 때가 많다.

분명 뭔가를 쓰려고 했는데, 쓰고 싶었는데,

막상 써지지가 않는다.


먹고살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닌, 정말 쓰고 싶어서 글을 썼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때는 누군가와 약속하지 않아도, 스스로와도 약속하지 않아도 썼다.


텅 빈 페이지에는 작은 검은색 직선과 곡선, 동그라미들이 일렬로 새겨졌고, 의미를 품은 문장들로 완성되어 빠르게 매워졌다.

그때 나는 그렇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걸까.

그때 나는 하얀색 페이지 위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바라보고 있으면 가장 마음이 편하다가도, 어느 날에는 깊은 한숨이 자주 나오는 장면 



2024년 8월.

내 글을 다시 꾸준히, 오랜 시간 써야 하는 시기가 왔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쓰고 싶어서 글을 썼던 지난날의 내가 가끔은 그립다.


그렇다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아니다.

절. 대.


그때 나는 살기 위해 썼다.

몸과 마음이 바닥 of 바닥을 찍던 최악이었던 시기였다.

빈 페이지 위에라도 내 억울함, 상처, 아픔을 쏟아내지 않으면 안 됐다.


글 쓰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창작하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삶이 너무 평온하면 뭔가 써지지 않는다'라는 말.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요즘, 그 말을 내게 적용시켜 봤다.


'내 삶이 평온하기 때문일까?'


글쎄.

"요즘 내 삶은 너무 평온해!"라고 말할 수 있는 30대가 몇이나 될까. (나이를 떠나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알게 모르게 뒤에서는 불안하고, 아프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이전보다 성장하고, 단단해지고의 문제를 떠나 나는 지금 내 삶이 어렵다.

만족하려고 노력하지만 매 순간 만족스럽지는 않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 놓친 것들, 또 동시에 놓지 못하는 것들만 선명히 보인다.

불만과 불안으로 자주 가슴이 턱턱 막힌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느끼는 심장 통증도 여전하다.


어쩌면 나는 평소에 불만, 불안, 아픔을 더욱 자주 감각하는 사람이기에

글 속에서 '희망, 긍정, 사랑'을 노래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만, 불안, 아픔에게 내 삶을 잡아먹힐 것 같으니까.

이것 또한 나만의 생존 방식인 것이다.




(좌)2019년 8월 6일, 도서관에서 글 쓰고 집에가는 길에 만난 노을 / (우)2024년 8월 7일, 도서관에서 글 쓰고 집에가는 길에 만난 노을

(↑ 하루 종일 글 앞에서 좌절했다가 다시 일어났다가를 반복하고 집에 가는 길에 만난 노을은,

그 순간만큼은 내게 유일한 위로가 된다. 5년 전 여름과 올해 여름 나는 비슷한 감정에 노을을 기록한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한 건 2~3일 전부터였다.

몇 개의 글자, 단어를 쓰고 멈췄다.

하얀색 페이지에 위에 깜빡거리는 커서를 멍하니 쳐다봤다.

한참 뒤에 단어와 단어를 써넣어 문장을 완성시켰다.

그렇게 몇십 개의 문장을 겨우겨우 써 내려갔다.


별거 없다면 없는 내용의 이 글을 쓰며 깨달은 것이 있다.

'지금 나는 내 글을 써야 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는 정말 내 글을 쓰고 싶어 한다.'라는 것을.


마음속에서 미지근한 파도가 일렁거린다.

확 끓어오르지는 않지만 물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고, 파도의 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잘 팔릴' 나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5년 전, 2019년 여름.

그저 쓰고 싶어서,

글을 써야 살 것 같아서 썼던 그때처럼.






생업에 바쁘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 '글'이 참 무겁고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쓰고 싶다'라는 욕망은 분명 느꼈는데, 수많은 생각들에 짓눌려 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빈 페이지를 바라보며 한숨 쉬며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야 짓눌렸던 마음이 보입니다.

바로 제 깊은 곳에 있던 '쓰고 싶은 마음'이요.


차근차근, 다시 제 이야기를 쓰고, 나누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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