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던 여행지를 다시 여행하는 묘미, 11월 베트남 다낭 가족 여행
나는 지난 2년 간의 긴 여행 중 길 위에서 만난 여행자들에게 자주 이러한 질문을 했었다.
"지금까지 갔던 곳 중에 다시 갈 수 있다고 한다면 어디를 제일가고 싶어?"
그 질문을 받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그 순간 눈동자는 하늘을 향해, 그리고 입은 다문 채 "음...."이라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지난 여행 기억을 되짚어본다. 혹은 이러한 과정 없이 짧은 시간 내에 나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나는 000으로 다시 가고 싶어!!"라고 재빠르게 답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여행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나는 갔던 곳 다시 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해. 우리가 안 가본 데가 얼마나 많은데 새로운 데 가는 게 낫지 않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취향도 문득 궁금해진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인지, 아니면 새로운 곳에 가고 싶다면 그곳은 또 어디인지.)
장기 여행 이전에 나의 성향은 가장 마지막으로 대답한 사람과 비슷했다. 그러나 긴 여행 중 우연한 기회 혹은 어쩔 수 없는 여행 루트로 인해 이전에 갔던 여행지를 다시 찾게 되면서 그 선입견은 말끔히 사라졌다. 오히려 나는 지난 여행 중 다시 가고 싶은 나라의 도시 리스트를 이미 정리해 놓을 정도로 다시 가는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한 여행지를 여러 번 간다는 것은 꼭 새로운 인연을 알아가며 몰랐던 매력을 하나, 둘씩 나만 알아가는 느낌이랄까. 나와 그 여행지만의 깊은 추억이 생기는 것 같아 더욱 각별한 장소가 되곤 한다.
그런 여행지가 얼마 전 하나 더 추가가 되었다. 브런치에 새 글이 올라오지 않던 지난 10여 일간 나는 9박 10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요즘에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무척이나 붐벼서 경기도 다낭시라고도 불린다는 그곳, 베트남 다낭과 호이안을 다녀왔다. 베트남은 2년 6개월 전 세계여행의 첫 국가였기에 내게는 더욱 선명한 기억들과 추억들이 아직 내 머릿속과 마음속에 살아있는 곳이다. 그리고 특히나 다낭과 호이안은 베트남의 다른 도시보다도 내게 좋았던 기억이 많았기에 언젠가 한 번쯤 다시 가보고 싶었다.
이번 여행은 혼자가 아니라 동행이 있었다. 바로 이른바 '슬기 투어'의 단골손님 두 분, 엄마 아빠와 함께 했다. 세계 여행 당시에도 부모님이 좋아하실만한 곳을 만나게 되면 '꼭 한 번 나중에 모시고 오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중 한 곳이 베트남 다낭이었다. 이번에 실제로 부모님을 모시고 간 다낭에서 나는 '왜 이렇게 한국 관광객들이 다낭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2년 6개월 전 첫 번째 다낭' 보다 '2019년 11월 두 번째 다낭'이 더욱 좋았던 이유
다낭이 이전보다 가장 편리해진 점 중 첫 번째는 그랩(Grab)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여행했던 2017년 5월에는 다낭은 물론 베트남 전역에서 그랩 사용이 불가했다. 그래서 수많은 택시 회사 중 사기를 덜 친다는 어떤 택시 회사의 로고와 이름을 블로그를 통해 외우고 갔었다. 그마저도 어떤 기사들은 미터기를 조작해 사기를 치거나 일부러 더 멀리 돌아가서 돈을 더 받으려고 했었다. 실제로 구글 지도 어플을 뻔히 키고 가는데도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는 기사들은 심심치 않게 만났었다. 누군가는 그깟 오백 원, 천 원 더 주고 말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사기를 당해본 사람들은 아시리라. 돈 몇 백 원, 천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를 속이려고 했다는 그 마음 자체가 사람을 아주 불쾌하게 만든다. 2년 전 나는 베트남 여행 중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이 오면 늘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이번 다낭 여행에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을 말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1등은 '그랩'이다. 사기당할 걱정도 없었고, 게다가 프로모션 할인까지 더해져 가격까지 저렴하게 잘 사용했다.
(그랩 이외에도 클룩이라던지 현지 렌터카를 이용하면 장거리나 장시간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두 번째, 다낭을 여행하기 좋았던 이유를 꼽아보자면 꼭 고급 호텔이 아니더라도 가성비 좋은 숙소들의 종류와 양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다낭은 특히 가족 단위, 혹은 연인, 친구들끼리 함께 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아 다 같이 지낼 수 있는 숙소를 원한다. 그중 고급 리조트나 고급 호텔에서 지낼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숙소에 많은 예산을 짜고 왔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가성비 좋은 중저가 호텔이나 아파트 형식의 숙소를 찾게 된다. 다른 베트남 도시에 비해 다낭은 숙소의 종류와 양이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확실히 넓다. 우리 세 가족은 이번에 다 함께 지내면서 2개의 침실이 분리되어있고, 부엌, 테라스까지 모두 갖추어진 깨끗한 숙소에서 하루 숙박료 5만 원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만족하며 머무르고 왔다. 이렇듯 가성비 좋은 숙소가 다양해서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게 숙소를 고를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어 있었다.
https://writer-gi.tistory.com/23
(제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입니다. 위 포스팅에 직접 머물렀던 다낭 숙소 후기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정리를 해놓았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주세요.)
세 번째, 한국인 관광객이 절대적으로 그 수가 많아지자 한국어로 된 메뉴나 간판을 쉽게 볼 수 있고 어떤 매장에 가면 간단한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있었다. 그만큼 소통이 편리해졌다. 여행 경험이 많은 젊은 사람들은 기본적인 여행 영어는 가능하지만 아무리 젊고 어리더라도 여행 경험 혹은 외국 사람과의 소통의 경험이 얼마 없다면 해외여행 시작부터 덜컥 겁부터 나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이 패키지여행을 가는 큰 이유를 차지하기도 한다. 물론 다낭에서 한국어로 모든 소통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관광객이 여행하기에는 한층 수월해졌다. 자유 여행으로 다녀오기에 아무래도 다른 해외의 도시보다는 한국 사람들에게 더욱 편해지고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병원, 약국이 있어 부모님과 여행하기에 더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 은행인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있어서 간단한 은행 업무를 더욱 편리하게 볼 수 있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여전히 다낭이 좋았다면?
내가 다낭을 좋아했던 이유 중 가장 첫 번째를 고르라면 '다양한 먹거리'를 꼽고 싶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먹는 것과 자는 곳'이 아닐까. 그만큼 먹는 것은 그 여행의 전체적인 만족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베트남에는 다양한 종류의 현지 음식이 있고, 대부분의 음식들이 몇 가지 향신료만 빼면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다. 그리고 특히 다낭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다 보니 관광객을 위해 현지 음식이라도 특유의 향이나 맛을 보편화시킨 음식점도 많아 거부감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다. 하나 더 하자면 저렴한 물가 덕분에 로컬 음식점에 가면 같은 쌀국수라 할지라도 한국과 비교해서 반에 반 값 (그보다 더욱 저렴한 곳도 있다.)으로 먹을 수 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맛있는 현지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여행지이다.
두 번째는 아주 쉽다. 베트남하면 딱 떠오르는 것, 바로 커피!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에서는 어느 곳을 가든 카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다낭이 최대의 관광도시인만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들이 많이 있고,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영업 중인 로컬 카페들도 많이 있다. 한마디로 다양한 카페가 동네 여기저기 있어서 그 카페들만 골라서 투어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 나 같이 커피를 좋아하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낭이 좋은 이유 중 '커피'는 빠질 수 없다.
-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이건 그저 여행자로서 느끼는 점이지만 도로에 오토바이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사실 잘 안다. 다른 베트남의 대도시보다 다낭은 비교적 도로 정리도 잘 되어있고, 오토바이의 양도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시내에서 인도 위를 걸어갈 때도 시도 때도 없이 인도 위로 툭툭 올라오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지금 떠올려도 아찔해지는 상황이 몇 번 있었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 보니 '안전'에 있어서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데 이 점이 가장 아쉬웠다.
-그래서 앞으로 다낭을 또다시 갈 것 같나요
나는 어떤 여행지이든 사람이든 그곳,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느끼는 건 함께 있는 순간보다 그곳과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곳을 떠나 다른 도시로 떠나는 버스에 올라타 멀어지는 익숙한 도시의 모습을 바라볼 때, 그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 내가 있었던 도시가 손톱보다 더욱 작아진 모습을 하늘 위에서 바라볼 때, 그때 나는 느낀다.
'내가 얼마나 이곳을 좋아했었는지,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은지.'
왠지 다낭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내게 세 번째, 네 번째가 있을 것 같다. 엄청 아련하고 또 가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그런 그리움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편안하고 가깝고 그리고 또 좋다. 한마디로 부담이 없다. 그리고 명확한 이유는 없지만 다음 다낭이 기대가 된다.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낭을 가게 되는 상상을 자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또 다낭이 내게 어떤 일들을 선물해주고, 나는 다낭의 어떤 매력을 다시 발견하게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때는 조금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 장소와 내 주변을 스쳐가는 모든 것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리 멀지 않을 것만 같은 나의 세 번째 다낭을 벌써부터 자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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