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비아빠 Nov 22. 2023

나는 나의 공정과 상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는다

세상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이 많다. 


그렇기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 시시비비에 휘말리기도 하고 법정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상식'과 '공정'이라는 단어들을 적용하면 어렵지 않게 다툼이 해소되기도 한다.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 왔다. 백신부작용으로 목숨보다 소중한 금지옥엽을 잃기 전까지는 그랬다. 나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딸을 잃었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잃은 부모, 고등학생 자녀를 잃은 부모, 20대 청년을 잃은 부모, 부모를 잃은 자식, 어떤 이는 배우자를 잃었다. 그런 사람들이 수천 명에 달한다.


 대한민국에서 사고로 부모자식형제자매를 잃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다양한 사건들이 존재하고 그 사건들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많은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들의 슬픔을 함께했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했다. 서해페리호가 그랬고, 세월호가 그랬다. 가장 최근에는 이태원에서 발생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159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국가가 추모기간을 선포했고 수백만이 추모를 했다. 지난달에는 서울광장에서 추모제가 열리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것들이 상식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알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상식이었다.


 시시비비나 법정 다툼을 떠나 백신부작용으로 사망했다고 자발적으로 신고한 사람이 2,600여 명이다. 백신부작용으로 중증 질병으로 고통받는다고 자발적 신고 건수가 1만 7천여 건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하지도 않고 공감하지도 않는다. 피해자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개최한 추모제를 서울시는 허가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 도로가 한편에서 치르도록 허가했다. 무대를 설치하려는데 경찰들의 방해로 시간이 지연되어 추모제를 늦게 시작해 중간에 마쳐야 했다. 


  나는 공정이라는 것이 내가 알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49년을 살고서야 깨달았다. 


 대한민국은 전혀 상식적이지도 않고 전혀 공정하지도 않았다. 우리 피해자들은 매주 길거리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고 진실을 묵살당함에 억울함을 이야기한다. 수백만의 피해자가 있음에도 20~30여 명만 억울함을 외치고 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아는 진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억울함은 억울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정보공개청구로 모든 것이 드러났고, 국가의 잘못이 명백하게 밝혀졌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이 사실들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매일 아침 내 심장과도 같았던 슬비의 방에 들어가서 빈 침대 위의 사진들을 보면서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오고 있다.


 나는 나의 공정과 상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을 하늘만은 알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