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

사라지는 꽃처럼 봄을 맞이한다.

by 슭에 의하여


목련을 좋아하는 줄 몰랐다. 길가에 떨어진 목련을 보면 상한 바나나 껍질이 널브러진 것 같아 영 별로였다. 해마다 봄비가 내리고 난 뒤에는 어김없이 목련이 떨어졌고, 밟지 않으려 이리저리 피하는 것은 당연했다.


생애 열 번째 생일 파티가 끝나고, 옆집 사는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친구는 목련꽃잎을 따다가.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 돌로 빻았다. 용도는 알 수 없었으나, 아파트 화단에 백목련이 피어있었을 뿐이고, 진달래나 철쭉이 피기에는 이른 시기였으며, 마침 키에 닿는 위치였다. 그 나이 때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하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 "목련이 피면 봄이 온 것이래."

- "목련 안 피어도 알아, 내 생일이 봄이거든. 모를 리 없어."


그렇지만 그때부터 목련을 찾았던 것 같다. 겨울옷을 입었지만 후덥지근하고, 눅눅한 날씨. 봄이라기엔 어둡고 밋밋한 계절색. 무거운 외투와 책가방을 메고 도착한 교정에서 언제나 먼저 마중 나와있었다. 새 교실, 새 짝꿍, 새 실내화, 먹지 않은 우유, 굳이 챙겨 온 일주일치 교과서, 드디어 같은 반이 된 친구. 집에 가는 길에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목련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내가 그것을 까먹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사흘 전, 캐리어를 끌고서 집을 나섰다. 기상 이변으로 하루는 눈이 오고 하루는 쨍쨍한 기온이 반복되는 요란한 봄이었다. 전날 밤에 미리 핀 벚꽃나무 사진을 찍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말에는 드디어 봄비가 대차게 내린다던데, 어쩌면 올해 볼 수 있는 마지막 만개겠구나. 잡고 있는 남자친구의 손이 따뜻했다. 하늘이 파랬다.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 적색 목련이 피어있었다.


- "나, 잘하고 올게."


다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목련은 잊어버리겠지. 그래도 괜찮을 것 같기도.

길지 않은 방학을 지내는 동안 목련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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