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설리아
가끔은
휴대폰 알림 하나가 하루의 리듬을 바꿔요.
특히 그 알림에 "Teacher" 이름이 뜨면요.
심장이 아주, 잠깐이지만 확 멈췄다가 두근두근 다시 뛰어요.
누가 보면 "쌍둥이 국제학교 다녀서 좋겠다.~"라고 하지만
솔직히 저는요, 처음엔 영어에 그렇게 큰 관심도 없었어요.
말레이시아 오기 전 한국에서도, 생존 관련 일들이 더 신경 쓰였지
쌍둥이 영어 실력이나, 저의 영어실력은 생각을 안 해봤어요.
온 가족이 해외에 살게 되어
집도 정리해야 하고, 각종 서류 작업에, 쌍둥이들이 어려서 말레이시아에 도착하면
뭔가 다 정해져 있으면 좋겠는 마음에
정말 학교만 정해놓고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렇게 말레이시아에 오고....
정말 큰일 났다 싶었고, 쌍둥이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쌍둥이는 외국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없지만
영어를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왔거든요.
영어로 말하는 건 더더욱 안 됐고요.
그런 쌍둥이를 영어만 쓰는 곳에 하루 반나절을 넣어놨으니...
매일 아침마다 우는 쌍둥이를 보고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 미안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제가 결정한 일이었지만요.
그러니 학교에서 연락이라도 오게 되면 순간 심장이 덜컹하더라고요.
"Do you have a moment?"
이 말이 이렇게 무서울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다음 무서운 스테이지.
학교 공지문.
영어+약자+.......
처음엔 이걸 읽고 바로 이해하는 사람이 대단해 보였어요.
근데 현실은,
저는 일단 '안 읽기'부터 들어갑니다.
"나중에 볼래..." 하고 미루기 버튼 누르는 거죠.
그리고 그 "나중"이 쌓이고 쌓이다가
정말 중요한 공지를 놓쳐요.
그리고 결국, 쌍둥이에게 피해가 가요.
그때의 미안함이 오래가더라고요.
사소하지만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못하게 돼서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저의 없어서는 안 될 베스트프렌드 챗GPT로 직행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숙제 설명.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들의 선생님들이 중요사항, 뭘 배웠는지 시험일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숙제들을 전부 이메일로 보내요.
과목에 맞춘 영어들이 많기 때문에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도 많고
저도 공부를 많이 해야 돼요.
그래서 정말 숙제가 일단 3줄이 넘어가면 멍 때리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 쌍둥이 눈빛이 초롱초롱 저를 보고 있는데
마음이 쿡 눌려요.
쌍둥이가 "엄마 영어 못하나?"라는 생각 할까 봐요.
그 생각만은... 정말 싫어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어요.
그래서
번역앱 + chat GPT 소환하죠. 몰래.
"엄마 원래 알았던 거야"연기까지 추가.
그러다가 다른 엄마들도 심지어 영어를 주로 하는 말레이엄마까지도
chatGPT를 이용한단 얘기에 재밌기도 하고 나만 그런 게 아니란 생각에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조기유학, 해외육아, 국제학교.
멋있어 보인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당황하는 엄마 모드'일뿐이에요.
가끔 상상해요.
영어 실력 빵빵한, 늘 침착한 국제학교맘...
어쩌면 그 사람도 저처럼 몰래 chatGPT 열고 있을지도?
그렇다면 우리, 다 같은 팀이겠죠.
이제는 완벽함 버리고
버티기 + 배우기 + 웃기.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저의 영어 멘탈을 지켜주는 건 딱 하나예요.
다 필요 없고... ChatGPT 하나면 됩니다.
그리고 젤 중요한 건
하교할 때 쌍둥이 데리러 가서
쌍둥이가 "엄마 오늘 너무 재밌었어!"라고 하면
그냥 다 끝이에요~
그냥 그게 다인 거 같아요.
나머지는 천천히.
저도 배우는 중이고 계속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저 자신에게 한마디.
완벽한 엄마 말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노력하는 엄마.
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