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울음 터뜨린 첫날의 기억

국제 학교에 보낸 걸 후회한 하루

by 설리아

교문 앞에 멈춘 아이들, 그리고 울음


새벽 6시 30분.

아이들이 눈을 뜨기엔 아직 어두운 시간입니다.

아침 잠이 많은 저한테도 아직 어두운 시간입니다.

쌍둥이는 몸을 뒤척이며 속삭입니다.

“엄마… 밤인데 왜 학교 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툭 내려앉았어요.

말레이시아에서 다니는 국제 학교의 등교 시간은 '7시 30분'.

준비를 하려면 6시 반엔 일어나야 하거든요.

한국에선 8시에 일어나 어린이집을 갔던 아이들인데,

이곳에선 하루가 그렇게 일찍 시작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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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굣날.

아이들은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교복을 입고,

작은 손으로 물병과 가방을 챙겼습니다.

학교가는 길 내내 운전하면서 쌍둥이가 잠들까봐 계속 말을 걸었어요.

대부분 학생들은 정문 앞에서 부모님들의 차에서 바로 내려 학교에 들어가는데

쌍둥이는 아직 어리기도 했고 적응 기간이 필요했기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같이 정문 쪽으로 갔어요.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부모는 교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규칙이 있더라고요.**

첫날이니까, 1학년이니까

반까지 데려다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긴 아니었어요.

정문을 들어서자 선생님들이 손 소독제와 체온계를 들고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쌍둥이는 그 자리에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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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지 마!"

"같이 가!"

"무서워!!"

제 다리를 붙잡고 양쪽에서 우는데 …….

주변엔 많은 선생님들과 등교하는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는데

저는 당황한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를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앞에 계신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교실까지 데려다 주어야겠다’ 라고 생각한 순간

경험 많아 보이는 선생님 한 분이 다가오셨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물어보시더니

“담임 선생님께 바로 연결해드릴게요.

교실까지 함께 데려다줄게요.”

부드럽게 말해주셨습니다. 너무 놀라고 감사했던 건 쌍둥이들의 이름을 알고 계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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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는 눈물범벅 얼굴로 저를 붙잡고 있었고,

저는 그 손을 조심스레 떼어내며 말했어요.

“괜찮아. 선생님이 같이 가주신대.

엄마는 여기서 기다릴게.학교 끝나고 여기에서 만나 ”

그리고는 뒤돌아 걸었습니다.

엄마들은 알 거예요.

이럴 땐 냉정하게 돌아서야

아이도 금방 울음을 멈춘다는 걸요.

하지만 돌아서며 제 등 뒤에서 들려오던 울음소리에

제 가슴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몰래 지켜보니, 도와주신 선생님 손을 하나씩 붙잡고 교실로 올라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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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너무 빠르게 국제학교에 보낸 걸까.”

“아직은 엄마 손을 더 오래 붙잡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아직 애기들인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건가….”

그동안 쌍둥이를 키우며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그날만큼 마음이 아픈 적은 없었습니다.

그 뒤로도 거진 한달은 등교할 때마다 울었어요.

나중에 어떤 선배맘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침마다 울었던 쌍둥이엄마였구나~' 라고 하시며 웃으시더라고요.

지금 국제 학교 다닌 지 약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쌍둥이는 제가 학교 끝날 때까지 주차장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아요.

얼마 전, 이제 곧 2학년이 되니까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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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쌍둥이를 두고

뒤돌아 걷는 그 짧은 시간이

엄마에겐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저는, 국제 학교 교문 앞이 아닌 쌍둥이의 마음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던 엄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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