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 레고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쌍둥이가 가져왔을 때, 그저 레고 행사 광고라고 생각했다.
장소와 시간이 적혀 있었지만, 중요해 보이지 않아 화장대 위에 툭 올려두었다.
며칠 후, 아이들이 무심히 말했다.
"친구 생일파티래."
하지만 뭘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러다 같은 반 학부모에게 생일 선물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그제야 알았다.
그 종이는 같은 반 친구 생일초대장이었다.
당황스러움은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몇 명이 오는지가 중요한 파티였고, 장소는 학교 근처의 대형 홀이었다. 보통 행사인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 가족 전체가 참석하는 대규모 생일 파티였다.
처음엔 선물부터 막막했다. 얼마짜리가 적당할지, 쌍둥이니까 선물도 두 개를 준비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다른 학부모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편한 대로요"라는 대답뿐이었다. 한국에서도 생일파티를 해본 적 없는 나로선 더욱 어려운 문제였다.
다시 초대장을 꺼내보니, 거기엔 '레고'가 그려져 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테마가 그 속에 있었던 거다. 쌍둥이와 함께 작은 레고 선물을 준비하고, 가족 모두 단정하게 차려입고 파티장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에어바운스, 뷔페, 마술사, 풍선 아치까지. 파티는 상상 이상으로 크고 활기찼다. 담임 선생님과 부담임 선생님까지 참석해 있었다. 생일파티가 단순한 행사가 아닌, 하나의 공동체 문화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쌍둥이는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금세 친구들과 어울리며 뛰어놀았고, 나는 또박또박 영어로 엄마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 순간, 이방인이었던 우리가 조금은 말레이시아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파티가 끝나갈 무렵, 생일 당사자 가족이 쌍둥이에게 작지만 정성스러운 선물을 건넸다. 와줘서 고맙다는 뜻이었다. 문화적 낯섦 속에서도 전해지는 따뜻함에 마음이 묘하게 찡했다.
이후 쌍둥이 생일엔 학교에 컵케이크와 작은 간식, 답례 선물을 준비해 보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전해주셨고, 그 영상은 지금도 가족 앨범 속에 소중히 남아 있다.
낯선 문화에 대한 긴장, 실수에 대한 두려움, 준비되지 않은 마음들.
하지만 그 안에서 매번 조금씩 배워가고, 한 발짝씩 나아간다.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도망치지 않고, 서툴지만 나의 속도로 이곳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안심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보내는 이 시간들 속에서,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엄마이고 또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