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조던 피터슨
** 발행 순서에 실수가 있어 2편이 1편보다 먼저 올라왔습니다. 순서대로 읽을 분은 참고해주세요.
내가 보통 책을 접하게 되는 (그래서 사게 되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1. 친구나 지인의 추천
2. 읽은 책에서 참고하거나 언급한 책
3. 구독중인 미디어에서 홍보하는 책
4. 1~4를 통해 모은 책들 중 잡히는게 없으면 고전목록으로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이 패턴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튜브로 피터슨의 영상을 접하고 이 사람의 고민과 깊이를 엿보고 싶어서 내용은 알아보지도 않고 저자 이름만 보고 구매한 책이다. 과격하지만 깊이가 있는 주장, 많은 시간과 조사로 다져놓은 근거, 다른이의 말을 한번 요약하는 것에서 드러나는 경청, 견고한 논리전개, 납득되지 않는 주장에 굽히지 않는 강인함과 쇼맨십까지. 자기수양의 면에서 정말 존경할 만한 인물이다. 정치적 스탠스 때문에 이 사람을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치적 스탠스를 떠나 어떤 것을 공부하고 소통할 때 이런 자세인 사람이 많다면 세계가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내가 피터슨의 이야기에 전부 끄덕일 수 없는 것과는 별개로.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Quora라는 영미권 버전 네이버 지식in에서 피터슨 교수가 작성한 답글을 모은 것에서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혹은 '행복과 만족의 차이는 무엇인가?' 혹은 '누구나 알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등등 삶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한 아주 포괄적인 질문들에 피터슨은 꾸준히 답글을 달아왔다. 나는 이런 종류의 질문들이 두 가지 의미에서 나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1) 너무 포괄적이어서 어디부터 답해야할지도 명확하지 않아서 어렵고
(2) 각자가 같이 사용하는 단어(e.g. 행복, 만족, 의미 등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헛돌 가능성이 높다.
이 어렵고 헛돌 가능성이 높은 '나쁜 질문'들에 피터슨은 오랜 기간 답해왔고, 그런 답글들과 본인이 이전에 쓴 '의미의 지도'에 기반하여 써내려간 삶의 방향성에 대한 안내서가 이 책이다. 부제는 '혼돈의 해독제'로 이 역시 피터슨이 생각하는 '혼돈'의 개념을 생각하면 정말 적절한 부제.
이 책은 [타이탄의 도구들]과 같은 자기계발서이다. 그리고 그 때처럼 또다시 시리즈물이 될 것이다. '바람직하게 살기 위한' 피터슨의 이야기들 하나하나에 이야기할 거리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왜 '바람직한' 삶이라고 칭했는지, 어떤 지점에서 '불편한' 안내인지에 대한 생각을 전개해볼 것이다. 어째서 존경할만한 사람임과 동시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볼 것이다. 반대로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지만 어째서 존경받을만한 어른의 위치에 올려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그의 이야기에서 더 큰 불편함을 느낄지, 아니면 더욱 납득해서 끄덕이게 될지도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그럼에도 그가 하는 말들은 많은 무기력한 사람들의 일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길게 이어질 조던 피터슨의 저서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대한 서평 1편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