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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Aug 23. 2023

전하고 싶은 본질의 '기브 앤 테이크'

'마음'이 '마음'으로 읽히기를

 무언가를 주고받는 일을 좋아한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그 물건은 '나의 마음'이 형상화된 것이며 상대가 그 물건에 담긴 나의 마음을 읽을 때의 기쁨을 안다. 받는 일보다 주는 일이 기쁘다는 말을 이해한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주고받는 일은 내게 언제나 기쁨이다. 

 그 마음에 균열이 생길 위기가 생겼다. 순수한 마음이 누군가에겐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아닌 '빚'으로 해석될까 봐 우려됨을 느낀 상황이... 

 겪어본 일본은 기브 앤 테이크가 지극히 명확하다. 빠른 시일 내 즉시 1:1에 가깝게 그에 상응하는 것으로.  


 아이는 주 2회 수영장에 다닌다. 나의 친구이자 같은 반 아이엄마의 소개로 시작한 수영을 아이는 좋아했고, 오가며 그 집의 아이와 아이엄마와 인사를 나누며 아이들은 함께 수영을 배웠다. 하루는 아이엄마가 수영 강습이 끝난 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아이를 데리러 왔고, 나는 그분을 기다리며 자판기에서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뽑아 주었다. 잠시 후 아이를 픽업하러 온 그분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본인의 아이를 보며 무척 미안해하며 고마워하셨고, 본인이 지금 급하게 나오느라 지갑을 안 챙겨 왔다고 하셨다. 지갑이 있었다면 아이스크림 값을 주실 계획이셨을까 봐 지갑이 없으신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그 아이에게 사줄 생각이었던 나는 진짜 괜찮다고 여러 번 말씀드린 뒤 그분과 헤어졌다. 나에게는 끝이 된 그 일은 그분께는 끝이 아니었다. 그 뒤 종종 그분의 문자를 받았다. 수영을 마치고 아이들 아이스크림을 사주자는 제안에 내가 너의 아이를 무척 좋아해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싶었다고 답변해도, 나 역시 너의 아이를 무척 좋아해서 사주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 마음은 진심이었겠지만, 끝내 그분이 우리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셔야 이 일은 끝이 난다는 것을 알고, 마침내는 거절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마음 한 구석에 떠오른 우리가 아이스크림 하나도 사줄 수 없는 관계인가에 관한 생각은 속으로 삼켰다.  


 지난봄 유치원에서 소풍을 다녀왔다. 부모도 참여하는 행사였고, 준비해 간 도시락을 돗자리 위에 함께 펼치고 먹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각자가 준비해 온 음식만을 먹는 분위기가 생소했다. 내가 자란 문화에서처럼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도시락을 먹고, 내 것을 나눠주면 어색할 같은 분위기에 나 역시 내가 준비한 도시락만 먹었다. 도시락을 먹고, 음료를 사러 가며 같은 반 아이엄마인 친구에게 물었다. 난 커피 마실 건데 뭐 뽑아다 줄까 물으니 자기도 좀 있다 자판기에 들릴 계획이라는 답이 돌아와 질문을 후회했다. 묻지 말고 그냥 적당히 뽑아다 줄 것을... 나는 그냥 내 방식대로 할 것을. 

 그날도 조금 문화적 이질감을 느꼈다. 

유치원 봄소풍 도시락. 밑에 도시락이 내가 만든 도시락. 나 사실 일본 소풍 도시락 맛이 궁금했다고 브런치에나마 적어본다. 

 아이가 방학을 맞아 한국에 다녀왔다. 돌아와 짐을 정리하며 선물 받은 '대천김'을 보자 늘 친절히 대해 주시는 옆집분께 나눠드리고 싶었다. '대천김'과 한인 마트에서 산 '초당 옥수수맛 콘칩'을 한국에 다녀왔다는 쪽지와 함께 옆집의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다음날이 되었고, 은연중 옆집분의 방문을 예감한 나는 미리 세수를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실례가 될 이른 아침을 피해 오전 10시경 초인종이 울렸다. 방문자를 예감하며 문을 열자, 예상대로 옆집분이 계셨다. 얼마간 서로의 근황에 관해 나누고 고맙다는 인사로 마무리 지으며, 그분은 마지막으로 가볍게 물으셨다. 오늘 계속 집에 있느냐는 질문에 그분이 웬일로 빈손이셨던 해답이 풀렸다. 외출 채비를 마친 것으로 보아 그분은 답례품을 사러 나가실 계획이셨음을 조금 확신했고, 예감대로 두 시간이 못 되어 초인종이 다시 울렸다. 역시 그분이 서 계셨다. 이번에는 본인이 좋아하신다는 생 초콜릿 케이크와 함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그분을 배웅하며 생각했다.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마음'이었는데 그것이 혹 '빚'의 형태로 전달되었을까 생각하면 조금 쓸쓸해질 것 같아 다시 해석하기로 했다. 나는 마음을 전달했고, 받은 생 초콜릿 케이크에는 그분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선물로 받은 케이크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일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좋아하고 싶고 계산하고 싶지 않다. 때로는 많이 줄수도, 많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 담겨 있는 것이 '마음'이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아무래도 그냥 내 방식대로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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