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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Sep 15. 2023

'합(合)'을 맞춰가는 여정

남편과 아이와의 오사카(大阪) 여행

 아름다운 오사카(大阪)에 다녀왔다.

 신칸센(新幹線) 오사카(大阪)행 티켓을 선물 받았다. 선물한 이의 배려가 담긴 선물 덕에 4박 5일의 일정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usj(Universal Studios Japan)와 오사카 곳곳을 여행하기로 했다.

 출발에 앞서 '에끼 벤(駅弁)'을 샀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흥미 있는 일본 문화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에끼벤이다. 에끼벤은 역(駅)에서 파는 도시락(弁)이라는 뜻으로 각 지역의 기차역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역마다 지역의 특산품을 반영한 각양각색의 도시락을 판다고 들었다. 일본내 다양한 지역을 아직 섭렵하지는 못했지만, 후쿠오카 '하카타 역'만 해도 도시락 종류가 무척 많았고 하카타 특산품 중 하나인 '멘타이코(명란, 明太子)' 도시락도 찾아볼 수 있었다. 화려하고 눈을 단박에 사로잡는 모양에 비해 맛은 무난하고, 평범한데 그럼에도 왠지 지나 칠 수 없는 매력이 있어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결국 한두 개 사들고 타게 된다.

여러가지의 도시락을 심사숙고 하던 아이의 선택은 결국 신칸센 도시락(우), 다 먹고 통은 장난감으로 활용한다.  
열어보면 이런 구성이다. 차림새가 예쁘다. 
신칸센 노조미(のぞみ), 특실은 처음 타본다. 좌석 간격이 넓고 객실은 안락하고 쾌적했다.

 후쿠오카에서 신칸센으로 두 시간 반 달려 목적지인 오사카에 도착했다. 불현듯 오사카의 풍경을 보자 깨달았다. 일본에 살며, 일본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나의 시야가 무뎌졌다는 것을.

 일본 특유의 정취를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갈하고 고즈넉한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 기회가 되면 일본 곳곳을 여행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지금도 그 정취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일본에 살게 된 이후로 고유함에 관한 찬사보다는 어느덧 익숙함이 담긴 시각으로 이곳을 바라보게 된 것이 달라졌다. 후쿠오카에 한동안 살다 보니 일본 특유의 정취가 그만 눈에 익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감탄에 앞서 일본 특유의 정취를 익숙한 감각으로 알아차리게 되었고, 자세하게 샅샅이 훑지 않으면 그 지역의 고유함을 발견하는 시야가 무뎌졌음을 깨닫자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일본의 전 지역을 여행하고 싶던 마음도 희석되어 있어 그것도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좋았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지금도 가끔 결혼으로 맺어진 나의 가족들(남편, 아이, 나)을 보면 문득 신기할 때가 있다. 선천적으로 주어진 가족이 아닌, 능동적 선택으로 맺어진 가족이 이제는 항상 서로의 곁을 지키는 것에서 오는 신기함과 약간의 뿌듯함도 있다고 해야 할까. 부족한 언어로 가족에 관해 느껴지는 마음을 세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맺어진 가족들과 며칠 동안 내리 함께하다 보면 알게 된다. 우리가 결혼과 출산으로 단박에 부부, 부모, 자녀라는 표면적인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 할지라도, 이 관계의 본질은 지속적으로 '합(合)'을 맞춰가며 조율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usj에서 산 컵의 취향도 제각각이다. (좌) 스벅 오사카 에스프레소잔은 나, (가운데) 해리포터 맥주컵은 남편, (우) 슈퍼 마리오 물통컵은 아이.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서로를 살피며 나답게 머물면 되는 여행이기에 편했다. 피곤하니 쉴 만큼 쉬다가 원하는 타이밍에 방을 나서고, 식사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고, 불필요한 서비스라 여겨지면 굳이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일,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쉬어가는 일. 세명의 합만 자유롭게 맞추면 되기에, 심적으로 편한 여행이었고 쉼이었다.

아름다웠던 우리의 오사카

 우리는 셋만의 오사카를 거닐며, 주어진 4박 5일을 누리며 우리만의 오사카를 만들었다.

Usj의 황홀한 상상력의 세계와 산타마리아호에서 본 오사카의 바다, 관람차 위에서 내려다본 오사카 시내의 모습. 오사카 성과 처음 타본 수상버스와 내내 우리를 감쌌던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늦더위의 정취, 함께 먹은 맛있는 요리들과 도톤보리의 전경.. 각자의 기억으로 채색되어 아름답게 남을 우리의 오사카를 생각해 본다. 이제 우리에게 오사카는 단순 '오사카'로 평면적으로 기억될 도시가 아니라, 그곳에서 함께했던 추억들이 덧입혀진 도시로 특별하게 기억될 것을 생각하자 그 온기로 충만했다. 

 그 온기를 일상으로 끌어와 일상에서도 합을 맞춰 걷자는 생각을 해본다. 때로는 힘든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으며, 끌어주고, 다독이고, 각자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맡아서 서로가 서로로 인해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돕는 일.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일.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보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일. 그렇게 합을 맞춰 걷자는 생각을 하자 여행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욱 윤택해진 일상이라 여겨졌고 다시 힘을 내서 일상으로 잘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마음이 희석되기 전에 글로 남겨본다. 

여행을 한층 풍요롭게 해준 맛있는 요리들. 일본에서 맛있는 음식이 가장 많은 지역은 오사카가 아닐까. 개인적 원픽은 즉석도넛(윗줄 왼쪽). 도넛 반죽을 즉석에서 튀겨 준다.
Usj의 요리들은 예뻤다.
머물던 숙소들. 방 한쪽이 다다미로 되어 있는 숙소 너무 사랑한다. 일본 호텔은 온천이 부대시설로 있는곳이 많은것도 장점중 하나이다.
늘 함께 합을 맞춰 아름답게 걷는 우리가 되기를

덧. 어떤 것들은 아름답고 소중해 글로 다 남길 수가 없다. 여행의 시간들을 모두 품기에 부족한 글이지만, 다시 쓰고 고쳐 써도 여행보다는 부족할 것을 알기에 아쉬움을 안고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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