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후쿠오카의 시간을 당신들과 함께
부모님이 후쿠오카에 다녀가셨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오래도록 걷고, 덴샤(電車)를 타서 풍경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집에서 밥을 해 먹고, 일상의 수다를 떨고, 온천에 몸을 담그고, 맛집을 찾아가고... 평범한 후쿠오카의 일상의 풍경에 마침내 부모님이 담겼다.
내게 이제껏 수없이 많은 안락한 일상과 특별한 날들을 주셨던, 그분들은 찰나의 여행의 시간도 무엇하나 당연하지 않게 여기며 매 순간 고마워하시고 많이 행복해하셨다.
후쿠오카의 삶에서 순간순간 부모님과 함께 누리고 싶어 떠올렸던 여러 가지 순간들이 있었다. 막상 부모님이 오시니 턱없이 짧은 여행기간 동안 절반도 채 누리지 못했지만, 그분들께는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선물이었음을 안다. 가장 큰 선물은 잘 지내고 있는 나의 삶이기에.
다만 실질적인 나의 아쉬움은 머릿속으로는 수없이 했던 효도를 실행으로 옮기기에 턱없는 시간이었고, 부모님과의 다음을 기약하기에는 주어진 삶의 유한함으로 어쩌면 생각했던 모든 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후회를 줄이기 위해 그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품고 지내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해드릴 수 있는 것을 해드리는 것이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뿐.
늘 느끼지만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에 비할 바 못된다. 빈손으로 오시라고 당부했음에도, 부모님을 픽업하러 공항에 갔을 때 커다란 상자를 보며 어렴풋이 예감했지만 실상은 예감을 월등히 뛰어넘었다.
김, 파김치, 호박고지 영양떡, 꽈리고추 조림과 견과류 멸치볶음을 비롯한 밑반찬들.. 아이의 봄옷과 초등학교 입학축하금. 한 보따리 선물과 함께 등장한 엄마는 여행하기에도 짧은 일정 간에 '부지런'이 몸에 밴 삶을 보여주듯 새벽같이 일어나 빨래 청소, 요리 설거지 등등을 오전 외출 전에 모두 해치우셨다. 떠나는 날 아침까지 쓰시던 컵 하나 남김없이 세척돼 있는 모습과 말끔하게 정돈된 이부자리를 보며 호텔을 예약해 묵는 편이 훨씬 훨씬 저렴하고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구체적인 행동을 모두 닮지는 않겠지만, 살아가는 태도의 본질을 나는 닮아가고 있고 닮아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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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일정을 마치고 부모님은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아주 작은 호의를 내어드린 것뿐임에도 이곳에서의 매 순간이 축제 같다며 행복하고 만족하며 돌아가셨고, 나의 삶 자체를 선물로 여기시는 그분들로 인해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끝내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이제야 나는 조금씩 부모님의 마음을 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