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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May 11. 2024

학교 선생님의 가정방문

일본 초등학교(小学校) 생활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小学校)에서 선생님의 가정방문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일본에서 지내며, 그동안 겪어본 적 없는 시간에 향수(鄕愁)를 느낀다. 나의 학창 시절은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다니던 시기가 아니었고, 나는 단지 책에서 보고 주변 어른들께 들으며 예전에는 선생님의 '가정방문'이라는 제도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이유로, 아이의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의 '가정방문(家庭訪問)'이 있다는 공지를 들었을 때 왠지 조금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파악하는 취지에서 진행될 것이라 예상되는 가정방문을 앞두고, 선생님이 집에 오신다고 생각하니 학부모로서 조금 긴장되었지만 학교 입장에서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학교 학부모인 친구가 알려준 바로는 '코로나' 이전에는 선생님이 집 안에 들어오셔서 아이가 공부하고 노는 공간을 살피셨다고 하는데(음료 등 어떤 먹을 것도 권해서도 받아서도 안 된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로는 현관 앞까지만 오셔서 현관에 서서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고 한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청소'에 관한 부담은 덜고, 현관과 현관문을 열고 현관 앞에 섰을 때 보이는 내부 위주로 정리해 두었다. 

 선생님은 사전에 공지된 시간(14:45)에 정확하게 맞춰 도착하셨다. 그날은 우리 아이를 비롯해 근처에 사는 아이들 8명이 '가정방문'대상자였고 한 아이 가정에 할애된 시간은 15분으로,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선생님께서 머무는 시간은 사실상 3분 정도로 찰나의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며 잘 지내고 있다는 것과 아이의 특징적인 교우관계와 사례, 급식을 거부감 없이 잘 먹고 있다는 것과 얼마 전 개인적으로 상담드린 사항에 관한 확인 및 후속조치 등 학부모의 입장에서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것들을 알려주시며 짧은 방문을 효율적으로 진행하셨다. 어색하거나 불편할 틈은 없었고, 전날부터 긴장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가정방문을 순탄하게 넘겼다. 

 어느덧 5월이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나 역시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걱정도 많았지만, 지내보니 아이는 아이대로 잘 적응하고 있고, 나 역시 조금씩 학부모로서 위치에 대한 감을 잡아가고 있다. 소수 입장을 의식하는 나는 초반에는 자기 검열이 심해 아이가 불쾌해하는 사항에 관한 건의도 그것이 합당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져보기에 앞서, 외국인 정확하게는 한국인이라는 입장을 의식해 나 개인의 행동을 '한국 보호자는 왜?'라고 받아들일까 봐 자기 검열을 많이 했지만, 여러 차례 관점을 달리해 보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며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나는 그냥 한 명의 학부모이며, 나머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일뿐이니. (물론 이것은 앞선 생각일 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가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학교

 일본인 친구는 알려주었다. 선생님의 업무는 교육 외에도 잔업이 많고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라고.  

 09:00-13:30까지의 수업을 마치고 14:00부터 16:00까지 가정방문을 다니실 선생님을 배웅하고 생각했다. 이곳의 공교육(公敎育)도 부디 굳건히 버텨주길 바라며 선생님들의 권위가 서기를.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 좋은 영향을 받으며 자라기를.  

대체로 항상 나와 내 주변 위주의 작은 생각만 하며 사는 나는 아이 덕분에 모처럼 좀 더 큰 것(공교육)을 생각해 보았고, 그렇게 아이도 나도 자라고 있음을 느낀 시간이었다. 


오늘도 이곳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5월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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