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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Apr 30. 2024

일본 초등학교의 학부모 참관수업

 小学校(초등학교) 학부모가 된 후로 평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등하굣길에 얼마간 동행하고, 학교 주의사항을 챙기고, 빠트린 사항은 없는지 재차 확인하고 한동안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학부모 참관수업의 날이 되었다. 

 전교생이 같은 날 같은 시간(13:30-14:15)에 참관수업을 하다 보니 교문 앞에도, 주차장으로 개방한 운동장에도 차가 가득 차 있었다. 학교에서 사전에 공지해 준 대로 실내화를 준비해서 갈아 신고 부지런히 아이의 교실로 향했다. 

 참관 수업 간에 1학년은 모두 'こくご(일본어)' 수업이 계획되어 있었다. 교실 안과 밖에 학부모들이 수업 참관을 위해 대기 중인 틈에 남편과 나도 아이가 최대한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고, 곧 수업이 시작되었다. 일본어 수업은 듣기와 쓰기, 말하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는데 중간중간 몸동작도 병행하며 수업이 진행되어 학교에서 체계적이고 입체적으로 기초 일본어를 가르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업과는 별개로 아이가 수업을 받는 태도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외부에서는 조심성이 많은 편인 아이에 대한 막연한 낙관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정자세로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차분하게 수업에 임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 달리, 아이는 수업 간에 선생님을 보는 시간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창가 쪽에 위치한 나와 남편 쪽을 수시로, 수시로 수시로 주시했고, 수업을 듣는 자세를 보면 선생님의 말씀을 크게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도 주지 않았다. 

こくご(일본어) 수업이 진행되던 교실
네가 앉은 꽃자리(아빠와 함께)

 그럼에도, 아이는 그동안 이곳에서 유치원을 다닌 덕분에 언어적 부분은 다른 아이들과 큰 편차는 없어 보였고, 문화적인 부분은 지내면서 익숙해지고 배우면 될 것이니 지도해 줄 것은 태도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그날의 배움에 충실하고 익히는 일. 주어진 과제를 마치는 일. 가방을 정리하며, 다음날을 준비하도록 돕는 일. 한국에 있었어도 응당 했어야 할 보호자로서의 역할. 

 얼마간 초등생 학부모로 지내보니, 만만한 일은 없겠지만 초등학생의 학부모 또한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간다. 챙겨야 할 것도, 숙지해야 할 것도 많았으며 무언가 빠트리면 개인의 실수로 넘어가기보다는 아이와 바로 연결되는 일이다 보니 그렇게 꼼꼼한 성향의 사람이 아님에도 실수하지 않도록 나 개인의 일보다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주어진 상황이 걱정되기보다는 타이트한 생활을 통해 얻는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시간에 여유가 있을수록 오히려 무한정 늘어지고, 바쁠수록 시간을 쪼개해야 할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처럼. 

(좌) 같은 반 친구 엄마가 주신 선물, (우) 하교 후 운동장 풍경은 나의 학창 시절의 풍경과도 닮아있다. 
이렇게 찬찬히 찬찬히 하나의 언덕씩만 넘다 보면 어느 날 성장해 있겠지.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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