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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Apr 17. 2024

일본 초등학교 입학식과 새 학기의 풍경

 새로운 시작이 주는 특별한 기운을 좋아한다. 설렘을 품은 새 출발이 뿜어내는 기운. 그 기운을 담은 일본 초등학교의 새 날이 시작되었다. 


 집에서 도보로 편도 15분 이내 거리의 학교 등교를 위해 입학식 이틀 전 등교 예행연습을 했다. 아침 08:15까지 등교를 마쳐야 하기에 교실 도착 후 주변 정리하는 시간을 감안해, 함께 등원하는 친구와 앞으로 07:40에 만나기로 했다. 마침 아이는 일찍 일어났고, 익숙해져야 하는 그 시간에 맞춰 등교 예행연습을 했다.  

학교가는 너의 길이 늘 꽃길이 되기를♥

 유치원 졸업 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한 달여의 봄방학이 주어졌지만, 그 기간 동안 아이에게 묶여 있어서 그런지 한 달 내내 마음이 분주했고, 산더미같이 느껴지는 입학 준비는 벼락치기로 했다. 계좌개설(급식비 및 수업 간에 부담되는 각종 비용 이체 용) 및 물품구매(실내화, 체육복, 필기도구 등등), 이름 기입(모든 물건 하나하나에 이름을 쓰는 것도 큰 작업이다), 란도셀 준비, 이발 등을 며칠 내로 진행하며 정신없이 입학준비를 했다.

입학 준비를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고, 보관하고 있던 란도셀을 꺼냈다. (우)란도셀은 빈 가방일때도 무겁다.

 마침내 4월 11일 입학의 날이 되었고, 입학식을 위해 복장(정장)을 갖추고 집을 나섰다. 

 교문 입구에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고, 사진을 찍어 주시는 분이 계셨던 배려 덕분에 가족사진도 찍었다. 접수처에 가서 반 편성을 확인하고(올해 1학년 신입생은 약 120명. 30명씩 총 4개 반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입학 통지서를 제출하고, 물품 구입대금 5000엔(이 비용으로 크레파스, 산수용품, 도형 쌓기, 미술도구, 책받침등을 학교 측에서 단체로 구입한다.)을 지불하고 아이의 교실로 향했다. 2년 남짓한 시간 이곳에 살면서도 이 동네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입학생이 훨씬 많아서 좋았다. 아무래도 많은 아이들 틈에서 함께 생활하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립 후 150년이 지난 학교는 낡았지만,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고, 새 학교가 낯선 아이들을 배려해 초반에는 같은 유치원 출신의 친구들과 근거리에 자리를 배치해 주는 학교 측의 배려가 있었다. 

(좌)교실 칠판에는 환영의 메세지(축하해)가 꾸며져 있고, (우)각자의 자리에는 학교측에서 단체로 구매한 학용품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를 교실에 데려다준 후,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향했다. 같은 유치원 출신의 낯익은 학부모들이 많이 보였고, 학교라는 낯선 환경에서 만난 우리는 평소보다 배로 반가워하며 서로의 아이들의 반 편성을 확인하고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잘 부탁합니다.)"라는 인사를 나눴다. 입학식 시간이 되어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아이들이 입장하자 새 출발이 주는 특별한 기운이 느껴져 함께하는 마음에도 희망과 의욕이 스몄다. 어쩌면 그날 그 자리에 모인 아이들, 아이의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 신입생을 맞이하는 선생님들이 품은 새로운 시작을 앞둔 마음과, 그 시간 울렸던 연주. 그 모든 것들이 동시에 뿜어내던 기운이 강하게 스몄는지도 모르겠다. 

 30분 남짓 진행된 입학식은 길지 않았다. 일본 국가(國歌) 제창 및 각 반 담임 선생님 소개, 재학생들의 환영 노래, 교장 선생님 말씀과 학교 생활에 관한 당부 및 교가(校歌)로 막을 내렸고, 입학하는 아이들은 입장과 마찬가지로 힘찬 음악과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고, 이어진 학부모 설명회를 듣고 아이가 있는 교실로 이동했다. 


 그렇게 학부모로서 새 날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날의 시작은 새로운 기운과 함께 온다. 다행히 많은 준비는 되지 않았음에도, 처음으로 학부모가 되는 마음을 긍정의 기대를 품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때로는 서툴고 느리더라도 찬찬히 확인하며 나아가자는 생각이었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주변의 다정한 손길이었다. 입학을 준비하며 행여 중요한 사항을 놓칠세라 하나하나 세세히 알려주던 일본 친구의 문자와, 모르는 것은 언제든 물어보라는 담임 선생님의 배려, 교내에서 우연히 마주친 뒤 나의 발음을 듣고 한국 아이의 엄마임을 바로 아시고 도움을 주셨던 교장 선생님까지. 곳곳에 있는 도움의 손길에 감사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일본 초등학교의 새 학기 풍경은 겪어본 적은 없지만 한국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살피고, 다음날의 수업준비를 꼼꼼하게 도와주는 일. 다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은 아이들을 강하게 키운다고 느껴졌던 것은 1학년 새 학기의 첫 3일 만을 오전 수업만 진행하고, 그 후로 바로 점심 먹고 오후 3시가 다 되어 수업을 마치며 등교 시 준비 물품(란도셀+물통+요일에 따라 실내화 가방+체육복 등등)의 무게가 상당한데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작은 몸으로 그 모든 것을 혼자 들고 등원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등교 시간도 무척 빨라 08:15까지 등교를 마치려면 이동시간과 준비시간을 감안하면 아침 07:00 이전에는 일어나야 하고 그렇게 부지런해져야 하는 날이 서서히 가 아닌 급격히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아직은 처음이라 많은 것이 서툴고 적응이 안 되어 피곤하지만(글을 쓰는 지금도 시차 적응이 안 되어 몽롱하다.), 곧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며 잘 지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고 새로운 생활로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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