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정도 달린다. 늘 아침에 달린다. 달려보니 '달리기'는 습관이 붙기까지 아주 아주 오래 걸리는데(지금도 무의식의 영역은 아니다.), 감각을 잃는 것은 한순간이라 달리지 않는 날의 텀이 되도록 3일은 넘지 않도록 한다. 불가피한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만.(비 오는 날이나 피곤한 날은 달리지 않는다.)
이제 달리기가 나름의 아침 루틴으로 자리 잡았고, 약간은 습관이 되었다. 장담하면 방심하고 감을 잃을까 봐 장담할 수 없지만. 아무튼 달리며 알았다. 내가 선호하는 몸의 상태와 관련한 표현은 '호리호리하다' 임을.
같은 상태를 표현해도 단어마다 지니고 있는 느낌이 다르게 여져지는데 '호리호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 단어가 연상시키는 이미지 때문이다. 나는 호리호리에서 날렵함과 민첩함, 예리함을 떠올린다. 왠지 정신적으로도 깨어있을 것 같은 상태.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인 단어. 그래서 단어 자체가 지닌 호감도가 크다. 비슷한 선상의 단어로 '여리여리'를 들 수 있겠지만, 여리 여리는 '예쁘다'의 범주에 포함될만한 이미지는 있지만, 왠지 맥아리가 없다고 해야 할까? 다소 수동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검색해 보았다.
<호리호리하다: 몸이 가늘고 날씬하다. 여리여리하다: 단단하지 못하며 무르고 약하다.>
역시 여리여리하다는 약한 개념이 맞는데, 호리호리=날씬? 그럼에도 호리호리가 좀 더 총명한 개념으로 느껴져 이 단어를 편애할 것 같다.
아무튼, 언제나 저마다의 이유로 글을 쓰듯 달리기의 이유도 언제나 다른데 호리호리를 위해 달릴때도 있었다. 모든 것이 무거워지는 게 싫고, 정신에도 날을 세우고 싶어서. 그런데 요즘 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명확하다. 요즘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달린다. 달리면 찾아오는 생각이 있고,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그럴 때 잠깐 메모장을 열고 메모하고 다시 달린다.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글이 써지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라도 글을 잘 쓰고 싶다. 달리며 다른 세계의 언어들과 다른 차원의 표현들과 접선하고 싶어서 요즘에는 그래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