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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Dec 08. 2024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기쁨과 근황

돈 받으면 프로다

 화요일 이후 싱숭생숭한 날을 지나고 있다. 이곳의 일상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무언가 마음에 얹힌 기분이라 해야 할까. 어쩌면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을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라 기분이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지키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은 없지만. 

 어제는 조금 특별한 일이 있었다. 통역을 해보고 싶다고 얼마 전 잠시 생각했는데, 지인을 통해 제안이 들어왔다. 바로 나섰고, 감사하게도 곧 성사되었다. 축구 유튜브 관련 업무인데, 나의 일은 선수를 도와 시민들을 인터뷰하는 일이었다. 급하게 계약된 일이라 준비 기간은 하루. 시민 인터뷰 위주로 진행되기에, 축구 관련 룰은 깊게 파지는 않아도 된다고 하셔서 조금 안심했지만 공부할게 많아 알려주신 사항들 위주로 벼락치기에 나섰다. 이 지역의 축구 구단 '아비스파 후쿠오카(アビスパ福岡)' 자료도 찾아보고, 함께할 선수들 자료들 찾아보고.. 다행히 pd님께서는 미리 대본도 보내주셨고 동선도 알려 주시고, 인터뷰 질문들도 알려주셔서 마음의 대비를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만나보기 전에 이미 일을 잘하시는 분일 것을 예감했다. 노트를 준비해 구단 정보, 선수 정보, 인터뷰 질문 등등 기록하고 외우며 의외로 긴장보다 즐거움이 컸다. 

 당일이 되어 약속 장소인 공항으로 갔다. 한국 여행객들은 여전히 많이 보여 왠지 조금 안심했고, 함께 일하게 될 분들도 만났다. 행여 어색할까 봐 긴장하며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분들이었다. 선수분들도 매너 있고 유쾌했고, 촬영하시는 분들도 너무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했다. 나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긴장되는 와중에 두 가지를 생각했다. 돈 받으면 프로라는 마음과 이분들에게 진심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아직 방송 전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인터뷰는 길지 않았고, 다행히 외웠던 표현들은 모두 써먹었다. 그럼에도 상황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팀 워크가 좋았고 덕분에 예상 밖의 결과도 매끄럽게 빚어가는 유두리가 있었다. 일하러 간 자리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일 잘하시던 그분들은 매너까지 좋으셔서 헤어질 때도 모든 분들이 감사함을 담아 인사해 주셔서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분이 이상했다. 반나절을 한국인들 틈에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있다 보니, 딱 그 기분이었다. 한국 여행을 마치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왔을 때의 기분.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의 분위기의 큰 간극. 

 떠들썩했던 하루 끝 조용한 나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며 나의 결핍에 관해 생각했다. 조용한 이곳의 삶도 꽤 좋아하지만, 사람들 틈에 있던 한국 생활을 엄청 좋아했다는 생각에 따른 결핍. 삶의 여건이 바로 바뀔 수도 있는 것도 아니기에 조금은 쓸쓸했다. 

다시 고요한 나의 세계로

 근데 다른 건 몰라도 한국에 있었으면 이만큼 오래도록 글을 쓰지 못했을 것 같다. 다른 것들에 나를 굉장히 많이 빼앗겼기에 이 즐거움은 몰랐을 것이다. 그걸로 위로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어느 쪽이든 정답은 없겠지만 지금과 다르게 살았을 것은 확실하긴 하다.

 아무튼, 연말+겨울+요즘 상황까지 더 겹쳐서... 요즘 심란하신 분들 많겠지만 나 역시 이래저래 심난하기도 하고... 그래서 글로 조금 풀어보았다... 개인적인 파도들도, 상황적인 파도들도.. 잘 넘어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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